부반장 철수가 무심히 던진 말은, 그날 밤 반장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철수가 말한 라면은 하루에 60개. 당시 가장 저렴한 라면이 한 개에 100원 정도였으니, 하루에 필요한 돈은 6,000원. 그 금액만으로도 이미 큰 부담이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끓이는 도구와 라면을 나눠줄 그릇도 필요했다. 아이들 모두에게 나눠줄 그릇과 젓가락까지 생각하면 비용은 더 불어났다.
반장은 혼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라면을 준비하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했고,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문제였다. 지금까지 모은 자본금도 겨우 마련한 것인데, 추가 자금은 어떻게든 구해야 했다. 철수의 말은 그저 쉬워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 실행에는 생각보다 많은 준비와 계획이 필요했다.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반장은 속으로 다짐했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이 라면 파티는 그저 놀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이들 사이에서의 단합과 승리의 기회가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굶느냐, 먹느냐의 생존이 달린 어른들 못지않은 그들만의 생계수단이었다. 부반장 철수는 하나하나 필요한 물품과 금액을 계산하며,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구슬을 학교 앞 문방구에 파는 규칙은 일종의 통일된 거래 규칙처럼 아이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헌 구슬 세 개를 가져다주면 10원을 받을 수 있었고, 만약 그 구슬을 다시 사려면 2개에 10원이 필요했다. 단순히 구슬을 사고파는 것처럼 보였지만, 문방구 주인은 이 거래에서 상당한 유통 마진을 챙겼다. 아이들에게는 불합리한 거래였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더욱이 구슬들이 깨끗하게 세척되어 제공되는 것도 아니었다. 큰 바구니에 구슬들을 무심하게 던져 놓고, 아이들이 살 때는 그냥 그 속에서 골라가게 했다. 구슬이 빛나건, 먼지가 묻어 있건 상관없었다. 살 때는 헌 구슬 3개에 10원, 팔 때는 2개에 10원이라는 규칙이 무심하게 적용되었다.
아이들은 불만을 가졌지만, 규칙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구슬을 따면 문방구에 팔아 돈을 만들고, 다시 구슬을 사서 게임에 참가하는 순환이 이어졌다. 문방구 주인의 바구니는 언제나 구슬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구슬을 찾아내려 애쓰곤 했다.
6천 원을 마련하려면 계산은 단순하지만, 실현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슬을 팔 때 3개에 10원이었으니, 30개를 모으면 100원이 되는 셈이다. 그럼 300개의 구슬을 모아야 1,000원이 된다. 하지만 목표는 하루에 6,000원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1,800개의 구슬을 매일 따야만 가능했다. 그저 라면을 사기 위한 금액일 뿐, 나머지 끓이는 도구나 그릇 등은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반장은 이 계산을 머릿속에서 반복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1,800개라는 숫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매일 이 많은 구슬을 따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게다가 상대 아이들도 만만치 않게 강했고, 그들을 상대로 이만큼의 구슬을 확보하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구슬 게임에서 이기고, 구슬을 문방구에 팔아 돈을 마련하는 것은 이미 너무 가혹한 현실처럼 보였다. 하지만 반장은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계획을 이루기 위해 그는 더 많은 전략과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반장은 고민 끝에 목표를 세웠다. 하루에 2,000개의 구슬을 따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그 목표가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 따져보기 위해, 그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시작했다.
강호 초등학교 한 반에는 60명의 학생이 있었고, 그중 주로 구슬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은 남자아이들이었다.
남자아이들이 절반이라고 해도 한 반에 30명, 한 아이당 평균적으로 100개의 구슬을 가지고 다닌다고 가정하면, 한 반에서 돌아다니는 구슬만 3,000개가 넘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더 나아가 한 학년에는 10개 반이 있었으니, 한 학년에서만도 30,000개의 구슬이 존재했다.
전교생을 기준으로 하면, 그 수치는 어마어마했다. 6학년까지 있는 강호 초등학교 전체의 구슬 규모는 약 180,000개. 계산상으로는 분명해볼 만한 게임이었다. 그만큼 시장에 구슬이 많았고, 반장만 잘하면 충분히 2,000개의 구슬을 따낼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단순한 계산과 달랐다. 구슬을 딴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상대와의 싸움을 의미했고, 그것도 매번 승리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장은 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시장의 규모는 충분히 컸고, 전략만 제대로 세운다면 그의 목표는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내일은 시작이다, '
반장은 결심하며 스스로 다짐했다.
현주의 저금통에서 나온 5,000원과 동진이가 선뜻 내놓은 10,000원을 합쳐, 총 15,000원이 자본금이 되었다. 당시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구슬로 환산하면 약 3,000개의 구슬을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이 3,000개의 구슬은 초기 밑천이자, 반장이 세운 계획의 첫걸음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만약 이 구슬들을 그대로 문방구에 되팔게 된다면, 헌 구슬 3개에 10원이라는 거래 규칙에 따라 총액은 10,000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즉, 3,000개의 구슬을 다 팔아도 원래 자본금보다 적은 돈밖에 남지 않는 셈이었다.
반장은 이 계산을 곰곰이 생각하며 고민에 빠졌다. 단순히 구슬을 사고파는 것만으로는 목표를 이룰 수 없었다. 구슬을 확보하고, 그것을 잃지 않으면서 더 많은 구슬을 따야만 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자본금은 부족했지만, 그만큼 전략이 필요했다.
“이건 단순한 구슬 게임이 아니야,”
반장은 속으로 다짐했다.
“구슬을 딴다는 건, 승리하는 법을 아는 것과 같아.”
그는 이 자본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굴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복잡한 계산 끝에, 반장은 결론을 내렸다. 처음부터 연승하지 않으면 세 번째 반장의 사업, 즉 구슬장사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자본금으로 모은 15,000원은 3,000개의 구슬로 환산됐지만, 이를 단순히 팔거나 잃어버리면 결국 10,000원으로 줄어들게 되고, 그마저도 계속해서 반복되면 밑천을 갉아먹는 셈이 될 터였다.
승리하지 못한다면 구슬은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들 뿐이었다. 구슬을 잃지 않고 매번 더 많이 따내야만 성공할 수 있었다. 반장은 이 사실을 깨닫고 더욱 신중해졌다. 그저 단순히 구슬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싸울지 전략을 세워야 했다. 첫 경기부터 치밀하게 계획하고, 연승을 이어가야만 이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구슬은 돈과도 같아. 한 번 실패하면 끝장이다, "
반장은 스스로 다짐했다.
모든 판에서 이겨야만, 그가 세운 계획이 성공할 수 있었다. 실패는 곧 구슬을 잃는 것, 그리고 사업의 몰락을 의미했다.
반장은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승부의 순간을 차분하게 기다렸다. 이번에는 그저 게임이 아니라, 그의 모든 계획과 전략이 걸린 승부였다.
보통 구슬 경기는 3홀 1판 승부로 진행되었고, 단체전의 경우 처음에는 200개의 구슬을 걸고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각기 다른 전략을 가지고 서로 맞붙는 이 경기에서, 한판 한판의 결과는 구슬 몇 개를 잃고 따는 것을 넘어선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그 이후에 찾아왔다. 바로 "배판"이었다. 배판이란, 한 번의 승부에서 진 쪽이 "배판!"을 외치며 걸린 구슬을 두 배로 걸고 재경기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이런 배판이 여러 번 이어지면, 처음 걸었던 200개의 구슬이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 개로 불어날 수도 있었다. 구슬만 충분히 많다면, 단 한 번의 승부에서 반장이 하루 목표로 세운 2,000개의 구슬을 딸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다.
이것이 바로 반장이 내세운 전략의 핵심이었다. 초반에 구슬을 따내기만 한다면, 배판을 반복하면서 더 많은 구슬을 얻는 기회가 오는 것이다. 하지만 반장은 알았다. 구슬이 넉넉하지 않다면, 배판을 계속 이어갈 수 없고, 운에 기대어서는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구슬이 많을수록 승리할 확률도 높아져, "
반장은 스스로 되새겼다.
하지만, 신중해야 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구슬을 잃게 된다면 그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테니, 언제 배판을 받아들이고 언제 멈출지를 판단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제, 반장은 구슬을 그저 놀잇감으로 보지 않았다. 구슬은 승부의 무기이자 그가 꿈꾸는 목표를 실현하는 열쇠였다.
우선, 경기의 핵심은 선수 선발이었다. 각각의 포지션에 맞는 선수들이 필요했고, 각 포지션마다 요구되는 능력도 달랐다. 경기가 3홀로 나뉘어 진행되는 만큼, 각 단계마다 필요한 기술과 전략도 다르게 적용되었다.
시구는 경기의 첫 번째 승부였다. 이때는 장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구슬을 최대한 멀리, 그리고 힘차게 날려야만 다음 승부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다. 따라서 시구를 맡을 선수는 무엇보다 힘이 중요한 조건이었다. 한 방에 구슬을 멀리 날려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아이가 필요했다.
그다음은 중간계투였다. 중간계투에서는 방향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요소였다. 구슬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정확하게 굴러가야만 하고, 실수 없이 안전하게 목표에 도달해야 했다. 따라서 중간계투를 맡을 선수는 구슬을 정확한 방향으로 굴리고, 안정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감각적이고 차분한 아이가 적임자였다.
마지막으로 마무리가 있었다. 마무리는 경기의 끝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정교함이었다. 왜냐하면 마무리 홀에서 궁극에 넣어야 할 구멍은 첫 홀과 두 번째 홀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작았다. 구슬을 작은 구멍에 넣는 이 과정에서 약간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았다. 미세한 조절과 집중력이 요구되었고, 따라서 이 포지션에는 섬세한 감각을 지닌 선수가 필요했다.
요약하면 첫 번째 홀의 구멍은 컸지만 출발점에서 아주 멀었고, 두 번째 홀의 구멍은 그보다 작았지만, 거리는 첫 번째 홀까지 가는 거리의 절반 정도였다. 그리고 마지막 홀은 두 번째 홀까지 가는 거리의 다시 절반이었지만, 정말로 구슬을 넣을 구멍이 작았다. 심지어 구멍에 들어간 구슬이 스핀을 먹어, 뱅그르르 돌다가 다시 구멍밖으로 나오는 경우도 흔했다.
반장은 이런 기준을 머릿속에 그리며 선수 선발을 고민했다. 힘, 방향성, 정교함. 각 포지션마다 요구되는 능력을 고려해 팀을 구성해야 했다. 아무리 구슬이 많아도, 적절한 선수를 배치하지 못하면 경기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사람들을 찾아야 해, "
반장은 생각했다.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략뿐 아니라, 선수들의 역할이 얼마나 잘 조화되느냐가 중요한 요소였다.
강호 국민학교의 엔트리는 신중하게 구성되었다. 각각의 포지션마다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이 선발되었고, 그들의 역할은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였다.
시구는 강호 국민학교 넘버 3였던 영주와 씨름을 한 적 있는 전학생 지윤이 맡게 되었다. 태권도 유망주였다. 영주는 이미 학교에서 싸움으로 유명했고, 그의 힘은 누구도 의심할 수 없었다. 특히 구슬 게임에서 멀리 날리는 장타가 필요한 시구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적임자였다. 그리고 씨름을 한 지윤은 영주와의 힘겨루기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시구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강력한 조합이었다.
중간계투는 손재주가 뛰어난 까불이 동진과 명랑 캐릭터 길 수가 맡았다. 동진은 구슬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났고, 빠른 판단력으로 방향을 잘 조절했다. 그의 손끝에서 구슬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을 본다면, 그가 왜 이 자리에 뽑혔는지 알 수 있었다. 길 수는 밝고 활기찬 성격으로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안정적으로 구슬을 굴려 중간 구간에서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동진과 길 수는 엉덩이를 흔들고 까불며 상대를 약 올리고, 우리 편의 응원을 이끌어내는 그야말로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만큼 구슬전쟁은 심리적의 요소도 강했다.
마무리는 그야말로 승부를 결정짓는 자리였다. 똑똑한 부반장 철수와 전학생 용수가 이 자리에 투입되었다. 철수는 전략적 사고와 뛰어난 집중력으로, 구슬을 정확히 구멍에 넣는 데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 인물이었다. 용수는 섬세한 손놀림으로 미세한 조절이 필요한 상황에서 빛을 발휘했다. 둘의 조합은 완벽했다. 어떤 상황이든 철저한 분석과 계산을 통해 경기의 마지막을 책임질 수 있었다.
예비선수로는 엿장수 아들 만호, 소사 아들 상문, 그리고 아버지가 건설회사를 했던 부잣집 아들 환기가 선발되었다. 만호는 언제나 상황에 따라 필요한 위치에서 지원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였고, 상문은 성실하고 꾸준한 플레이로 언제든 중간에 투입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환기는 그의 아버지의 영향으로 풍족하게 자랐지만, 구슬에 대한 열정과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들의 존재는 팀에 든든한 백업이 되어주었다.
이렇게 구성된 강호 국민학교의 구슬 게임 팀은 완벽해 보였다. 각자 맡은 포지션에서 강점이 뚜렷했고, 서로의 능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반장은 이 엔트리를 보며 자신감을 느꼈다. 이들이라면 어떤 상대도 두렵지 않았다.
드디어 1차전이 잡혔다. 상대는 바로 인근에 있는 장미 국민학교였다. 장미 국민학교는 강호 학교국민학교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학교였고, 학생들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장미 국민학교에는 특별한 점이 있었다. 바로 야구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야구부에 속한 학생들은 힘과 기술 면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공을 던지고 받는 데 능숙했고, 이는 구슬 게임에서도 장타와 정확성 면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음을 의미했다.
강호 국민학교의 아이들은 이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장미 국민학교와의 1차전은 그저 구슬 게임이 아니었다.
야구부라는 특수한 팀을 상대한다는 것은 그들의 경기력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었다. 장미 국민학교의 시구 선수들은 공을 던지는 데 익숙해, 구슬을 멀리 날리는 장타에서도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았다.
반장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장미 국민학교의 장점을 인지한 뒤, 자신의 팀 구성원들에게 더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
"우리가 힘에서 밀릴 수 있지만, 기술과 전략에서 앞설 수 있어. 특히 중간계투와 마무리에서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반장은 팀원들에게 힘을 북돋았다.
시구를 맡은 영주와 지윤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었다. 비록 상대가 야구부 출신일지라도, 그들이 힘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진과 길 수는 중간계투에서 구슬의 방향성과 안정성을 유지할 방법을 논의하며 긴장을 풀었고, 철수와 용수는 마지막 마무리에서의 완벽함을 다짐하며 경기 전 집중력을 모았다.
장미 국민학교의 야구부가 상대이긴 했지만, 강호 국민학교의 팀 역시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각자의 실력을 뽐내기 위한 이 1차전은 그들 모두에게 중요한 첫걸음이었다.
경기가 다가오면서, 양 팀의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었다. 강호 국민학교의 아이들은 이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서로의 눈빛을 마주치며, 이 첫 승부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을 다짐했다.
"이건 그저 게임이 아니야. 우리가 누군지 보여주자, "
반장은 조용히 말했다.
이제, 그들의 실력이 증명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영주와 반장 1
반장이 검사로서 처음 부임한 곳은 부산이었다. 그는 맡은 사건을 살피며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사건은 부산에서 발생한 조직폭력배 관련 사건으로, 부산 전역을 뒤흔든 마약 밀수와 연관된 중대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반장은, 사건 관계자 명단을 보다가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바로 영주였다.
‘영주?’
반장은 눈을 의심했다.
어린 시절의 친구, 어릴 적부터 함께 놀던 영주가 지금 조직폭력배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영주는 반장의 책가방을 들고 다니던, 강호 초등학교의 공식 서열 넘버 3였다. 그는 서류를 내려놓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 시절 영주는 활발하고 강한 아이였지만, 그가 이런 길을 걷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반장은 곧 사건의 세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서류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어린 시절 영주는 동네에서 제법 강한 아이로 통했다. 태권도를 한 영주는 운동신경이 좋고, 몸싸움도 잘해 친구들 사이에서 주목받았지만, 그런 영주가 어릴 때 동네 조폭 형들에게 엮이게 된 건 우연이었다. 영주는 동네 형들이 시키는 대로 그저 심부름을 하던 중, 자신도 모르게 마약 배달을 맡게 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단순히 물건을 전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일이 영주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마약 배달을 한 사실이 발각되자, 영주는 조폭 형들에게 협박을 받게 되었다. 협박은 점점 심해졌고, 영주는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조직의 세계로 점점 깊이 빠져들었다.
반장은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 영주는 언제나 강해 보였고, 친구들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지만, 그런 영주가 협박에 시달리며 점차 변해갔다는 사실을 몰랐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반장은 자신이 검사로서 진실을 파헤쳐야 하는 입장이지만, 영주를 생각할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교차했다. 그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알고 있는 자신에게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