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번째 승부가 펼쳐졌다. 경기는 장미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진행되었다. 강호 국민학교 아이들에게는 원정경기였다.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철부지들은 오히려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장미 국민학교의 구슬 게임을 직접 눈으로 볼 첫 기회였으니 말이다.
경기를 앞두고, 부반장 철수는 장미 국민학교 야구부 소속인 민수에게 연락을 받았다. 민수는 학교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야구부의 유망주로서 실력은 이미 소문이 자자했고, 그뿐 아니라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강호 국민학교 아이들 사이에서도 민수의 이름은 익숙했다. 야구 유망주라는 타이틀과 그의 뛰어난 학업 성적이 결합되면서, 그는 늘 주목받는 존재였다.
민수는 철수에게 다소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이번 경기는 우리가 이길 것 같네. 야구부 친구들도 다 구슬 게임에 참여할 거거든. 너희들도 준비 단단히 해야 할걸?"
철수는 그런 민수의 말을 듣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도 준비 잘 돼 있어. 이번 승부, 쉽지 않을 거야."
민수는 웃음소리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래, 기대할게. 근데 알지? 구슬 게임은 장타가 중요하잖아. 우리 야구부 애들, 장타 하나는 끝내주거든. 특히 내가 말이야."
철수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미소 지었다. 민수의 자신감은 분명 강한 무기가 될 수 있었지만, 강호 국민학교의 팀도 만만치 않았다. 철수는 이 경기에서의 승부는 힘과 기술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각자의 전략과 팀워크가 승리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경기 날, 장미 국민학교 운동장은 각 팀의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양 팀의 선수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자리를 잡았다. 민수를 중심으로 한 장미 국민학교의 야구부 출신 아이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들의 장타 실력은 이미 익히 알려져 있었고, 원정 경기에 임하는 강호 국민학교 팀을 압도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강호 국민학교 팀도 주눅 들지 않았다. 영주, 지윤, 동진, 철수, 길수, 용수까지 모두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준비하며, 차분하게 경기에 임할 준비를 마쳤다. 반장은 이들이 가진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번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양 팀의 기세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첫 번째 승부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먼저 게임의 룰과 판돈에 대한 흥정이 시작되었다. 강호 국민학교에서는 부반장 철수가 협상을 맡았고, 장미 국민학교에서는 아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얼짱 미애가 나섰다. 미애는 그저 미모 이상의 존재였다. 그녀는 심리전에 능했고, 매번 상대를 압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곤 했다.
철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3홀 단판 경기로 하고, 선수 교체는 총 3번. 판돈은 구슬 200개부터 해보는 거 어때?"
철수의 제안은 신중했다. 구슬 200개는 큰 부담 없이 경기를 시작하기 적당한 규모였다. 하지만 미애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다른 건 괜찮은데, 판돈은 500개부터 하자. 왜, 구슬이 별로 없나 보지?"
미애의 말투에는 도발적인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그녀는 상대를 심리적으로 몰아붙이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을 택했다. 구슬 500개는 생각보다 큰 판돈이었다. 그만큼 승패에 따라 얻거나 잃는 것이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철수는 잠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미애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녀는 장미 국민학교의 팀이 얼마나 구슬이 많은지, 그리고 자신들이 얼마나 자신 있는지 과시하려는 듯 보였다.
그때, 반장의 시선이 장미 국민학교 아이들이 가져온 묵직한 구슬 자루로 향했다. 커다란 구슬 자루는 그들이 상당한 양의 구슬을 이미 확보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반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구슬 500개라는 큰 판돈은 부담이 되었지만, 만약 이번에 승리한다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적어도 상대의 자신감을 꺾을 수 있는 기회였다.
반장은 철수를 향해 살짝 눈짓을 보내며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철수는 반장의 신호를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후에 미애를 향해 말했다.
"좋아, 500개로 시작하자. 대신, 우리가 이기면 그 후엔 판돈을 더 키우는 것도 고려해 보자고."
미애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흥미롭네. 그럼 시작해 볼까?" 하고 대답했다.
협상은 끝났다. 판돈은 구슬 500개로 시작하게 되었고,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양 팀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반장은 이 승부가 쉽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건 흔들림 없는 자신감과 집중력이었다.
시구는 전학생 지윤이 맡았다. 지윤은 씨름을 했던 이력이 있는 만큼, 그의 손가락 힘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그가 손끝으로 구슬을 튕기는 순간, 구슬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가더니 첫 번째 구멍까지 거의 절반 이상을 날아갔다. 구슬이 멀리 굴러가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모두 탄성을 질렀다. 지윤의 시구는 강력했고, 첫 번째 타격으로 강호 국민학교 팀은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상대인 장미 국민학교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이번에 장미 국민학교에서 나선 선수는 병준과 같은 고아원 출신인 기태였다. 기태는 그저 구슬 게임의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역도 유망주로 알려져 있었고, 그만큼 힘에서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존재였다. 그의 굵은 손가락이 구슬을 튕기는 순간, 괴력이 발휘되는 듯했다.
기태가 튕긴 구슬은 빠르게 날아가더니 첫 번째 홀 구멍 근처까지 도달했다. 그야말로 믿기 어려운 힘이었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장미 국민학교의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기태를 응원했다. 강호 국민학교의 아이들마저도 그의 엄청난 구슬 실력에 놀란 듯 입을 다물었다.
두 팀의 첫 번째 승부는 단숨에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시작되었다. 지윤의 시구에 이어 기태의 힘을 과시하는 괴력 시구까지, 경기는 이제부터 진정한 승부가 펼쳐질 준비를 마쳤다.
반장은 지윤의 시구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제 중간계투가 관건이야, "
그는 스스로 다짐했다.
하지만 기태의 강력한 구슬이 첫 번째 홀 구멍 근처까지 도달하자, 그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미 국민학교의 힘을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지윤의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되었다. 상대의 강력한 첫 번째 시구를 의식한 듯, 그의 손가락에는 지나친 힘이 들어갔다. 구슬은 멀리 날아갔지만, 방향이 틀어졌다. 예상과 달리 구슬은 구멍을 향하지 않고 옆으로 멀리 빗나갔다. 아이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번졌고, 지윤은 고개를 떨구며 아쉬워했다.
반면, 기태는 침착했다. 첫 번째 공격에서 구슬을 거의 첫 번째 구멍까지 날려 보낸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이제 두 번째 공격에서 그가 목표하는 것은 오직 하나, 첫 번째 구멍에 구슬을 정확히 넣는 것이었다. 그의 손가락이 다시 구슬을 튕겨냈고, 구슬은 부드럽고도 정확한 궤적을 그리며 첫 번째 구멍에 골인했다.
순간, 장미 국민학교 아이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기태의 성공을 축하하며 크게 환호했고, 분위기는 장미 국민학교 쪽으로 기울었다. 기태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고, 그의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반장과 강호 국민학교의 아이들은 잠시 침묵했다. 지윤의 멋진 첫 번째 시구가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반장은 이를 악물었다. 이제 중간계투와 마무리에 모든 것이 달려 있었다. 지윤의 실수로 인해 조금 불리해졌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반장은 팀원들에게 차분히 말했다.
"지금부터 집중하자.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어."
이제 중간계투의 차례였다. 강호 초등학교 팀의 승부는 더욱 신중하고 치밀해야 했다. 동진과 길수가 그들의 차례를 기다리며 손을 풀었다. 이제 그들의 능력이 승부를 뒤집을 열쇠가 될 터였다.
부반장 철수는 재빠르게 타임을 외쳤다. 지금은 팀의 흐름을 다시 잡아야 할 중요한 순간이었다. 강호 국민학교의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릴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 까불이 동진이 나섰다. 동진은 강호 국민학교에서 손재주로 유명한 아이였다. 그가 투입되자, 분위기는 다시 분위기가 살아났다.
동진은 평소와는 달리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우고, 진지한 모습으로 구슬을 집어 들었다. 그의 차례는 강호 국민학교의 세 번째 공격이었다. 거리는 꽤 멀었지만, 동진은 평소처럼 침착하게 자신의 구슬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구슬은 매끄럽게 굴러가더니, 마치 골프의 칩샷처럼 정확하게 첫 번째 구멍을 향해 들어갔다. 구슬이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가는 순간, 주변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은 모두 놀란 듯이 입을 다물었다. 역시나 동진이었다. 그의 정확한 손끝 감각은 실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강호 국민학교 아이들은 기쁨에 차서 환호했다. 동진의 한 방은 그들에게 다시 희망을 불어넣었고, 흐름을 되찾을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철수도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동진을 칭찬했다.
"좋아, 역시 우리 동진이야!"
철수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 다시 경기는 팽팽해졌다. 장미 초등학교가 앞서가는 듯했지만, 강호 초등학교는 다시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중간계투에서 동진이 보여준 뛰어난 플레이는 다음 마무리를 맡을 철수와 용수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다.
이제 경기는 다시 알 수 없는 승부로 이어졌다.
장미 국민학교도 첫 번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이번에 나선 선수는 장미 국민학교의 야구부 민수였다. 민수는 투수로서 이미 정교함과 강한 집중력으로 유명했다. 그가 나선 순간, 장미 국민학교의 분위기가 다시 고조되었다.
민수는 구슬을 들고 눈을 가늘게 떴다. 투수의 감각으로 구슬을 굴리며 정확하게 목표를 겨냥했다. 세 번째 공격에서 그의 구슬은 부드럽고 정밀하게 두 번째 구멍 근처까지 굴러갔다. 이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구멍에 넣을 수 있을 만큼의 완벽한 샷이었다. 장미 국민학교의 아이들은 민수의 뛰어난 플레이에 흥분하며 그를 응원했다.
그렇지만 강호 국민학교의 동진도 만만치 않았다. 비록 네 번째 공격이었지만, 동진은 그 특유의 손재주로 구슬을 굴려, 두 번째 구멍에 거의 들어갈 뻔했다. 구슬이 구멍 가장자리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춘 것을 보고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의 플레이는 힘을 넘어선, 기술적 우위의 증거였다.
이때 장미 국민학교는 두 번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이번에 나선 선수는 얼짱으로 소문난 미애였다. 미애는 외모뿐 아니라 그 자신감 넘치는 심리전으로 유명했다. 그녀가 구슬을 손에 쥔 순간, 강호 국민학교의 아이들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애는 천천히 구슬을 굴리며 정확한 타이밍을 노렸다.
반면, 강호 국민학교는 동진을 계속 경기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동진은 지치지 않고 연속으로 경기를 진행하며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반장과 철수는 동진이 경기를 계속 이끌어 나가는 것이 더 나을 거라고 판단했다.
이제 양 팀 모두 두 번째 구멍을 노리며 승부를 이어갔다. 경기는 점점 더 치열해졌고, 승부를 가리기까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두 번째 구멍을 지나, 세 번째 구멍을 향한 승부가 시작되었다.
동진은 마지막 승부를 걸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세 번째 구멍을 한 번에 노리기로 결심했다. 마치 골프의 홀인원처럼, 단 한 번의 완벽한 샷으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의 손끝에서 구슬이 날아갔고, 모든 아이들의 시선은 구슬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구슬은 곧장 구멍을 향해 굴러갔다. 하지만, 구슬은 구멍 가장자리에서 빙그르르 돌더니, 아쉽게도 밖으로 빠져나갔다. 순간, 강호 국민학교 아이들의 얼굴에는 실망과 아쉬움이 묻어났다. 모두가 동진의 마지막 한 방에 기대를 걸었지만, 운명의 구슬은 끝내 구멍에 들어가지 못했다.
반면, 장미 국민학교의 미애는 이미 경기의 흐름을 손에 쥐고 있었다. 앞서가는 경기 판세를 정확히 파악한 미애는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구슬을 굴렸다. 그녀의 손길은 침착했고, 구슬은 마치 자신의 길을 아는 듯 정확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 순간, 첫 번째 경기는 장미 국민학교의 승리로 돌아갔다.
장미 국민학교의 아이들은 환호하며 미애와 민수를 축하했다. 반면, 강호 국민학교 아이들은 패배의 쓴맛을 느끼며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반장은 아쉬운 표정으로 동진을 위로하며 말했다.
"잘했어. 이번엔 운이 조금 따르지 않았을 뿐이야."
비록 첫 번째 경기는 장미 국민학교의 승리로 끝났지만, 강호 국민학교의 아이들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결심을 다졌다. 이제 이들은 두 번째 경기를 준비하며, 다시 한번 승리를 노릴 준비를 할 터였다.
강호 국민학교는 총 3,000개의 구슬 중 500개를 한 번에 잃었다. 이제 남은 구슬은 2,500개. 첫 경기를 패배로 마무리한 후,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강호 국민학교의 아이들은 첫 번째 패배의 여파로 마음이 무거웠고, 장미 국민학교의 미애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미애는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비꼬듯 말했다.
"배판 안 해? 구슬이 별로 없나 보네."
그녀의 말에는 상대방을 자극하는 의도가 분명히 담겨 있었다. 첫 경기에서의 승리에 힘입어, 그녀는 지금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있었다.
철수는 미애의 도발적인 말을 듣고 살짝 이마를 찌푸렸다. 배판을 걸겠다는 것은 판돈을 두 배로 올리자는 뜻이었다. 만약 배판에 도전했다가 다시 패배한다면, 강호 국민학교는 1,000개의 구슬을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반장은 미애의 말을 듣고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반장은 신중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배판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결정이었다. 남은 2,500개의 구슬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했다. 그러나 배판을 거부한다면, 상대의 도발에 말려드는 꼴이 될 수도 있었다.
반장은 속으로 깊이 고민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해.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미애의 비웃음 섞인 태도는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결국, 반장은 마음을 다잡고 철수에게 속삭였다.
"배판 받아들이자. 이번엔 우리가 이길 수 있어. 잘못하면 더 많은 구슬을 잃겠지만, 기회도 커져."
철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배판이다."
철수는 미애를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
"배판, 받아들일게. 우리도 한 번 제대로 붙어보자."
“배판!”
반장이 힘차게 외쳤다. 강호 국민학교 아이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동안 경기를 조용히 지켜보던 그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배판을 통해 이번 승부를 확실히 뒤집겠다는 의지가 그의 눈빛에 담겨 있었다. 강호 국민학교의 아이들은 반장의 결단에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구슬 1,000개가 걸린 중요한 순간이었다.
“콜,”
장미 국민학교의 미애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녀는 반장의 배판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반장을 향해 장난스럽게 윙크까지 날렸다. 미애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듯, 오히려 이번 승부에서 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들 사이에 감돌던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이번 배판은 양 팀 모두에게 큰 승부처였다. 1,000개의 구슬이 한순간에 오갈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 한 판의 승부는 양쪽 학교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었다.
반장은 눈을 가늘게 뜨며 미애의 도발을 받아들였다. 그는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 온 모든 전략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뒤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배판은 이제 그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건 싸움이었다.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강호 초등학교와 장미 초등학교의 아이들 모두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이번 배판이 양 팀의 운명을 결정할 판세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제 한 판에 구슬 1,000개가 걸렸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구슬이 절반이나 사라질 수 있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건 승부였다. 만약 이번 배판에서 패배한다면, 강호 초등학교는 남은 구슬이 1,500개밖에 남지 않게 된다. 이 승부는 아이들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순간이었다.
첫 번째 공격은 다시 전학생 지윤이 맡았다. 그는 마음속에 큰 부담을 안고 구슬을 집어 들었다. 첫 번째 공격에서 그동안의 긴장감이 표출된 듯, 방향을 잘못 잡아 구슬을 빗나가게 날려버렸다. 구슬은 예상했던 궤도를 벗어나 옆으로 굴러갔고, 지윤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어졌다.
지윤은 스스로 자책했다.
"내가 또 실수를 했어…."
그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첫 번째 경기도 자신이 실수한 탓에 불리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강호 국민학교의 아이들은 달랐다. 그들은 지윤의 실수를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 반장이 먼저 지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괜찮아, 지윤아. 한 번의 실수가 끝이 아니야. 우린 팀이잖아. 모두가 함께 이겨내는 거야."
동진도 한 발짝 다가와 농담을 던지며 말했다.
"너 그럴 줄 알았어. 내가 다 맞출 테니 걱정하지 마. 그냥 넌 거기서 쉬고 있어."
그 말에 아이들은 살짝 웃음을 터뜨렸고, 지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그들의 위로는 지윤에게 큰 힘이 되었다. 강호 국민학교의 팀워크는 단단했다. 서로를 탓하기보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그들만의 방식이었다.
이제 중간계투와 마무리가 남아 있었다. 강호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 배판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결의가 차오르고 있었다.
영주와 반장 2
반장은 사건 서류를 다시 한번 꼼꼼히 읽으며 영주가 이 사건에서 맡은 역할을 철저히 파악하려 애썼다. 서류의 내용은 단순하지 않았다. 영주는 단순 가담자가 아니었고, 우연히 사건에 휘말린 것도 아니었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 심부름꾼으로 시작했지만, 마약을 운반하는 일을 맡으며 점점 더 조직의 깊은 곳으로 빠져들었다.
처음 영주가 조직에 발을 들인 건 순전히 우연에 가까웠다. 그는 어린 시절 동네 조폭 형들을 통해 마약 배달을 모르고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이고 나서부터는 빠져나오기 어려운 늪에 빠지듯, 점점 더 깊이 연루되었다.
서류를 읽어나가면서 반장은 영주가 조직에서 맡은 역할이 단순 마약 운반책을 넘어서 조직 내에서 점점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직은 그가 가진 능력과 신뢰성을 점점 더 높이 평가했고, 그의 책임은 그만큼 커져갔다. 결국 영주는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역할에서 벗어나, 조직의 작전과 거래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위치까지 올라갔다.
반장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영주는 어릴 적 친구가 아닌, 지금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범죄자였다. 그가 조직에서 행한 일들은 반장이 용서할 수 없는 범죄였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영주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그를 여기까지 몰아넣은 상황이 무엇이었는지 이해하고자 하는 동정심이 스며들었다.
"영주가 왜 이렇게 됐을까..."
반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법 집행 이상의 무언가를 내포하고 있었다. 영주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 이유와 과정을 파헤치는 것은 단순히 범죄자를 잡는 일이 아니었다. 반장은 그의 친구였던 영주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반장은 서류를 읽어나가며, 영주가 스스로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점점 빠져들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엔 단순한 배달 역할이었지만, 이후로는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며 조직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그였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영주가 저지른 일들은 중대했다.
반장은 마음 한구석에서 여전히 영주에 대한 동정심을 느꼈다. 그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불현듯 떠오르며, 지금의 영주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는지를 곱씹게 했다. 하지만 반장은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놓였더라도, 영주가 저지른 일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했다.
“법 앞에서는 핑계가 통하지 않아,”
반장은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는 영주가 범죄자로서 감당해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의 행동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고,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긴 결과였다.
반장은 서류를 덮으며 결심을 다졌다. 과거 친구였던 영주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무겁게 짓눌렀지만, 정의는 그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영주가 걸어온 길은 이제 더 이상 친구로서 바라볼 수 없는 길이었다.
“영주, 너도 알겠지. 이 길은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반장은 눈을 감고 깊은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는 법을 수호하는 검사로서, 영주를 법의 심판대에 올릴 준비를 해야 했다. 그리하여 정의가 이길 수 있도록.
그날 밤, 반장은 어두운 사무실에 홀로 앉아 영주가 걸어온 길을 곱씹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 해맑게 웃으며 함께 구슬을 튕기던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영주와 함께 했던 순수한 시간들이 이제는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다. 그 시절의 영주는 법을 어기거나 범죄에 연루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 시절의 추억은 이제 아련한 과거의 한 장면일 뿐이었다.
반장은 마음속 깊이 느껴지는 무거움을 떨쳐낼 수 없었다. 영주가 저지른 잘못들을 알면서도, 그의 내면에는 여전히 친구로서의 정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검사로서, 법의 이름으로 공정하게 진실을 밝혀야 할 책임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의 역할은 영주를 포함해 이 사건에 연루된 모든 사람에게 법의 정의가 공평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법은 공정해야 한다,”
반장은 조용히 속으로 되뇌었다.
영주가 누구든, 어떤 과거를 공유했든, 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판단을 받아야 했다. 진실을 밝혀내는 것, 그것이 반장이 걸어야 할 길이었다. 그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었고, 이제는 그 길에서 물러설 수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반장은 밤하늘에 떠 있는 희미한 별빛을 보며 결심했다. 이 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파헤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영주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의 기억은 아름답지만, 지금 그가 마주해야 하는 것은 현실의 법과 정의였다.
"이건 우리의 어릴 적 추억을 위한 일이 아니야. 법은 공정해야 해."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내일은 다시 치열한 하루가 시작될 것이고, 그 속에서 그는 진실을 밝히는 검사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