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에는 자살/자해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감하신 분은 읽기를 삼가세요.
"저기서 나를 불러."
기차를 기다리던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다. 노란 점자블록 뒤쪽에 서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연스레 눈은 철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멍 때리는 순간, 내 발이 철로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옆에 있던 지인이 내 팔을 잡아서 멈출 수 있었다. 혼자였으면 철로 아래로 내려갔을지도 모른다.
'이 버스, 사고 나면 좋겠다.'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며 든 생각이다. 아니나 다를까, 차선 변경을 하던 버스가 택시랑 부딪힐 뻔했다. 주변 차들의 경적소리만 들릴 뿐, 사고는 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상황이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내 손바닥의 생명선을 살폈다. 참 길구나. 이래서 못 죽는 건가.
내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던 시절이었다. 살아서 뭐 하나,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검색창에 '빠르게 죽는 법'을 쓰고 엔터를 눌렀다. 어떤 결과들이 나왔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드라마에서 보던 자살 방법과 크게 다르진 않았던 것 같다. 약을 모으려 했지만,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에는 한계가 있었다. 손목을 그어보려 했지만, 용기가 부족했다. 맨 정신이라 힘든 건가 싶어서 술을 먹고 시도해 봤다. 아, 나 술 취하면 잠들지. 용기가 필요해서 마셨던 술은 나를 숙면에 취하게 했다.
아, 이래서 '죽을 용기로 살라는 말'이 있는 건가 싶었다. 난 정말 죽고 싶었지만, 죽기 힘들었다. 그렇게 간절하게 죽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다행인 걸까. 이렇게 살아서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니.
그렇게 죽고 싶었던 어느 날, 왜 죽고 싶은지 생각해 봤다.
내 이름을 엄마 마음대로 쓰고 있어서. 엄마도 모자라 외삼촌 가족도 내 명의를 쓰고 있어서. 내 학비는 내가 벌어야 해서. 친부가 언제 날 찾을지 몰라서.
나에겐 자유가 보장되지 않았고, 책임만 있었다. 그리고 불안도 함께였다. 엄마의 가게는 내 명의로, 자동차도 내 명의로 되어 있었다. 외삼촌과 외숙모도 신용불량자라서 내 명의의 통장을 쓰고 있었다. 나보다 큰 어른들이 갓 어른이 된 내 명의를 마음대로 쓰고 있었다. 어린 시절 날 학대했던 친부는 내가 성인이 되면서 서류상으로는 분리가 됐지만, 혹시 날 찾아올까 무서웠다. 그리고 나도 그런 어른이 될까 두려웠다.
어쩌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졌는지 잘 모르겠다. 어느 순간 그냥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죽을 용기로 살아라'는 말이 나를 살렸는지도 모른다. 죽을 용기로 살다 보니 세상에 못할 일이 없었다. 매일매일이 내 마지막 하루인 것처럼 살았다. 언제든 이 세상을 떠나도 미련이 남지 않게, 후회하지 않게 살았다.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땐, '당장 내일 죽는다면?'이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럼 생각보다 어려운 선택은 없었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과거의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부디 누군가에게 그 생각을, 마음을 말하면 좋겠다.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다. 살아갈 이유가 충분하다. 당신은 우주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다. 그러니 그 소중한 삶을 당신을 위해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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