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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rosa May 18. 2023

92. 부꾸미

[브라보 달달 라이프] 마리로사의 간식 이야기

부꾸미는 순수한 우리말로

‘기름에 굽거나 부쳐서 만든 떡’을 뜻합니다.

조선시대 요리 고서인 음식디미방에도 나올 정도로

그 역사가 깊고 대중에게 친숙한 떡이기도 하죠.

부꾸미 하면 대부분 수수부꾸미를 떠올리는데

수수가루로 반죽으로 해서 팥소를 넣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외할머니가 오래전에 수수부꾸미를 드셨다가

심하게 체하셔서 무척 고생하셨던 일이 있어요.

할머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신 엄마는

그날 이후로 지금까지도 부꾸미를 드시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누구보다도 부꾸미를 정말 좋아하셨었는데

50년 넘게 지난 지금도 수수부꾸미를 보면

급체로 고생하시던 외할머니가 생각나셔서

마음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아요.


7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남동생 셋에게 밀리면서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할 나이에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던 어린 소녀는

아무리 자신에게 무심한 엄마라도

엄마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을 것입니다.

어릴 때 저희 엄마에게서 이 일화를 듣고

너무 예민하신 건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긴 시간이 흘러 제가 부모가 되어보니

그제야 엄마의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자식에게 있어서 부모는 세상 그 자체라는 것을.


어쩌다 보니 수수부꾸미를 먹을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언젠가 아이들과 집에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젠 엄마가 양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던

무거운 마음의 짐을 하나씩 내려놓으실 수 있기를.






*덧붙임*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남편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이제야 복귀합니다.

현재 남편은 수술도 재활도 무사히 마치고

재택근무를 거쳐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앞으로는 예전처럼 매주 목요일에 연재되오니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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