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잡러강사 Dec 26. 2023

돌고 도는 인생

이런저런 인생도 우리 것~

가수 조용필의 "돌고 도는 인생" 노래를 좋아한다.

리메이크곡도 많지만 원곡 그대로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 엄마가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집에 있든, 밖에 있든, 차 안에 있든 조용필 님의 노래는 끊이질 않았다.

그때는 어려서 음악이 가져다주는 효과를 잘 알지 못했다. 내 노래를 틀어주지 않는 것이

그렇게 서운할 일이었다.

요즘은 돌고 돌아 엄마랑 같이 그 노래를 듣는다.

휴가 갈 때 차 안에서 이 노래를 우리 아이들까지 같이 듣는다.

30년 전 들었던 그 음악을, 3대가 함께 듣는다. 가끔 우리 아이들이 오래된 노래를 흥얼거릴 때, 엄마와 나는 우스워 죽는다.

엄마가 말한다.

"옛날에는 돈 많은 부모 만나 실컷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 돼 보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행복이 별 거 있나 싶다. 너네랑 같이 잠깐이라도 웃으면서 즐기고, 맛있는 거 먹고 하는 게

행복 아니겠나."

엄마의 옛날 사진을 보면 하나같이 건드리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낼 맹수처럼 인상을 쓰고 있다. 엄마 본인도 스스로 사진을 보며 인상 더럽다고 할 만큼이나.. 당시 전투적인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노년기의 얼굴을 보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고 했던가. 사실 엄마는 지금 얼굴이 예전 얼굴보다 많이 선해져 있다. 예전보다 많이 웃는다. 엄마의 행복했던 유년기가 다시 돌아왔나 보다.

나랑 같이 산책 가면서 하는 말이,

"모진 풍파도 그렇게 만든 누군가의 책임도 있지만, 모든 게 내 팔자려니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되려고 그동안 돌아왔나 봐."

인생의 반이상을 돌아온 엄마를 보면, 웬만한 이슈들은 거뜬히 넘길 듯한 왠지 모를 안정과 여유가 느껴진다.

긍정확언을 하면서도 아직은 무슨 일이 일어날 까 노심초사하는 나와는 다른 느낌이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큼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귀하다. 저마다 자기 인생을 짊어지느라 수고를 하고 있으니, 귀하게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

우리가 존중하고 박수받아야 할 대목은 회한이 드는 과거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도 아닌, 바로 지금이다.

엊그제 연말 시상식에서 김동건 아나운서가 수상소감으로,

"그냥 평소대로 꾸준히 했는데 어느덧 50년이 흘렀다는" 말씀과 함께 다음 세대들에게 세계적인 방송이 될 수 있도록 부탁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분은 결코 옛날 사람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만들어내는 결과이자, 내 인생의 일부분이다.

엄마와 내가 좋아하는 노래처럼, 인생은 머물러 있지 않고 돌고 돈다.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다 보면, 언젠가 동백꽃이 활짝 필 그날이 온다.    

블로그에도 대문짝만 하게 써놓았듯, 강의 때 항상 타이틀로 쓰는 말이 있다.

지금이 바로 기적입니다.


이전 05화 평가의 노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