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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이제는 괜찮아요.

(Part 4: 소외와 은혜)

by 향상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시편 90:12)

― 삶이 만들어낸 말끝에, 이제는 '괜찮다'가 남았다.



말이 삶이 되다

사람이 자주 하는 말은 결국 그의 삶을 만든다.
젊은 날의 나는 늘 “빨리”라는 단어를 달고 살았다. 기다릴 여유도 없었다.

빨리 가야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빨리 하면 다시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그 후 입술에 붙은 또 다른 말은 '다시' '다시' 였다. 넘어져도 다시, 실패해도 다시.
그러나 그것마저도 조급함의 다른 이름이었다.


말의 습관이 만든 굴레

삶이 조금 익어갈 무렵, 내 입에서는 “잠깐만, 내가 볼 땐”이라는 말이 자주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내 생각과 고집을 앞세우는 말이었다.

돌아보니 그 말들은 주변을 긴장하게 만들었고, 나 자신을 더 고립시켰다.
말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고, 결국 말이 내 삶의 굴레가 되었다.


아버지의 병실에서

아버지의 병상 앞에서 나는 굳어진 말의 껍질을 벗었다.
치료를 거절하신 아버지는 “나는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나는 울며 무릎을 꿇고 고백했다.
"아버지, 저는 괜찮지 않아요."

그 순간, 훈련된 말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난 말이 입술에 담겼다.
아버지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시고, 끝내 고집을 꺾으셨다.

그날 이후로, 내 말끝에는 ‘괜찮다’라는 고백이 남게 되었다.

스크린샷 2025-03-15 213123.png (우리는 말의 세계에 갇혀 삶이 경직된다)

괜찮다의 힘

별것 없는 현실도 괜찮다.
번번이 고쳐 써도 마음에 들지 않는 글도 괜찮다.

"내가 20살이 되면 엄마는 몇 살이야? 응 65살이야!

"그럼 30 살이며? 그럼 75살이지!!

10살의 어린 딸과 앉아서 나이차를 계산하며 서로의 불안을 어루만지는 이 애절함도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는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음이다.


나이 듦이 괜찮다

세월이 흘러 나이 드는 것도 괜찮다.
젊은 날 들이치던 풀내음처럼, 지금의 시간도 은혜로 가득하다.
나이 듦은 두려움이 아니라, 감사로 물드는 또 하나의 계절이다.


에필로그

‘괜찮다’는 말은 내 인생의 마지막 기도요 찬송이 되었다.
삶이 쌓아 준 말끝에, 결국 은혜의 언어만 남았다.
그리스도 안에서, 나는 오늘도 말한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스크린샷 2025-03-15 21371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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