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5.다시 새로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조병화 「봄」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으라." (눅 15:22-23)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중략)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뚝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시인 조 병 화 -
봄이 오는 시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꽃으로 단장하고, 새싹을 틔우며, 세상을 다시 살려낸다.
그 부지런함이 좋아서, 그 새로움이 좋아서,
봄을 대하는 나의 마음은 언제나 경외감이다.
눈이부셔 눈살을 찌푸리며 귀찮아하다가
결국 천천히, 그러나 완전히 봄의 품에 안기고 만다.
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었다.
늙어감 속에 익어감을 알려주고,
식어감 속에서는 다시 온기로 데워주는 생명, 곧 생명이다.
교정에서 맞이한 봄
3월, 초등학교 교정에서 아이들의 입학식을 맞았다.
아이들의 웃음은 꽃보다 찬란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생명의 기운이 버겁도록 기운찼다.
왜 그토록 소중한지!
왜 그토록 아련한지!
눈물이 차올랐다.
코로나로 막혀 있던 담이 무너지고,
솟을대문처럼 운동장이 활짝 열리는 날이었다.
다시금 봄이 왔다. 웃음과 노래가 피어나는 찬란한 봄이 왔다.
탕자의 아버지처럼
그날 나는 누가복음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가락지를 끼우고, 살진 송아지를 잡으라." (눅 15:22-23)
그 아버지의 마음처럼, 나도 딸의 생애를 응원하고 싶었다.
조금 유난스러워도 좋았다.
예쁘고 단정한 옷을 고르고 그날에 적절한 옷을 입히고
보란 듯 손을 잡고 교문을 들어 갔다.
오늘 하루 아낌 없는 사랑으로 과소비를 하고 싶다.
유난을 부리고 별나게 굴어 보았다.
그것이 나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엄마라는 이름표 였다.
내 삶에 봄으로 찾아온 나의 딸 수아에게 ..
은혜의 보따리
"아이 금방 큰다!! 내년이면 다 못 입어!! 메이커 소용없다!!
주식을 사 놓던가!
금으로 사두라고 가족들의 잔소리가 많아 졌다.
나는 아랑곳 없이 영국 왕실의 대관식 못지 않게 치르고 싶어졌다.
입학식은 그런 것이다.
살다 보면 힘겨운 날을 만나게 된다.
그때 마다 꺼내어 힘이 되는 보따리가 오늘이 되기를 간절하고 간절하다.
수아야, 수아야 내삶에 봄을 가져다준 우리딸 수아야!
세상을 향해서 마음껏 뛰어 가라
새로웁고 새로웁게 하나님의 따사로운 봄이되어라.
나의 봄 나의 수아..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네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정녕히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이사야4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