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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회복을 위한 실천

(part5. 다시 새로움)

by 향상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달음박질하여도 피곤하지 아니하고

걸어가도 곤비하지 아니하리로다." (이사야 40:31)
― 산에서 숨을 배우고, 산에서 근육을 단련하다.


태풍 같은 시간

번아웃을 경험하면 이상하게도 고난은 함께 찾아온다.
하프타임의 뜨겁고 차가운 연단 속에서, 나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었다.
청춘을 함께한 동역자들이 하나 둘 떠났고, 가족들과도 멀어졌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태풍처럼 몰려와,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때 나는 다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했다. 마음을 넘어 삶이 무너지고 있었다.


산을 오르다

내성적이고 말이 적은 아들과 함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30m만 올라가도 숨이 가빠 멈추어야 했다.
아마도 하루 2시간씩,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산을 찾은 것 같았다.

조금씩 발걸음을 늘리며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 할아버지 이야기, 형제들의 추억, 아동센터의 시간들.
아들에게 전해 들은 중국과 미국에서의 낯선 경험들…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마음의 문을 열었다.




정상에서 만난 풍경

냇물을 건너고, 산성을 지나고, 폭포를 지나 ‘할딱 고개’에 올랐다.

거기서만 부는 바람. 그곳에서만 볼 파란 하늘. 그리고 거기서만 누리는 마음의 힘.
구미 시내가 한눈에 펼쳐져 있었다.
탁 트인 풍광은 오래 막혀 있던 가슴을 열어젖혔다.

숨이 트이고, 마음이 트이고, 몸이 트였다.
이 단순한 등정이 무너진 나를 조금씩 살려냈다.


사람, 그리고 회복

안도현 시인의 물음이 귓가에 맴돌았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아들과 나는 서로에게 그 대답이 되었다.
상처 많은 세상 속에서, 결국 사람만이 사람을 치유한다는 진리를 다시 배웠다.

산을 오르고, 마음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다시 결심했다.

상처로 멀어진 이들과, 청춘을 함께한 동역자들과,
다시 후반전을 출발하고 싶었다.



에필로그의 기도

나는 다시 숨을 배우고 있다.
산은 내 몸을 단련했고,

동행은 내 마음을 회복시켰다.그리고 하나님은

내 영혼에 새 힘을 불어넣으셨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시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하시리니." (이사야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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