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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걸음 Oct 24. 2021

마음에 반창고 붙이기

마음은 다치기 쉽습니다. 마음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잘 인식되지 않는 무의식에 가라앉았을 뿐 그대로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상처로 부터의 반응이 다시 올라오기도 합니다.        


마음에는 반창고가 필요하다.


마음에도 반창고가 필요합니다. 연고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시간도 필요합니다. 손가락을 베었을 때 내버려두면 낫긴 하지만 반창고를 붙이고 연고를 바르기도 합니다. 다친 부분을 보호하고 회복할 힘과 시간을 주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 몸은 우리 몸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다친 부분을 스스로 회복하지만 마음은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이 약할 수도 있습니다. 큰 상처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큰 상처에는 반창고가 필요합니다. 위로와 다독거림이 필요합니다. 내 마음을 토닥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의 상처와 시간


손가락을 베었는데, “난 네가 베어져 있는 게 싫어! 당장 다시 원래대로 붙어!”라고 명령한다고 붙지 않습니다.


그런다고 손가락의 상처가 순식간에 낫거나 붙지 못합니다. 마음도 이와 같습니다. 마음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고 마음먹은 대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분인 의식의 한 조각으로 무의식의 망망대해와 같은 모든 마음을 스스로 다 알기도 어렵습니다.


무의식의 마음에게 “네가 이러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렇게 하도록 해!”하고 아무리 윽박지르고 소리 지른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표면적인 행동이 바뀔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행동을 하게끔 하는 마음속의 상처나 아픔이 치유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마음을 억압한 상태에 불과합니다.


마음에 필요한 것은 다독거림입니다. 어떤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이 있다면 그 행동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만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아픔이나 상처 자체를 다독거려야합니다. 그러면 어떤 행동을 할 이유 자체가 생겨나지 않습니다. 진정한 치유가 조금씩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런 작업은 시간이 걸립니다. 하루아침에 짠하고 모든 상처가 아물거나 아픔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살아온 세월만큼의 시간동안 아픔과 상처가 쌓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쌓이고 곪은 상처가 하루, 이틀 만에 마법처럼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천천히 조금씩 마음을 만나가며 마음을 녹여내야 합니다. 다독거리고 보듬어야합니다.


그래, 네가 그렇게 아팠구나. 그렇게 네가 힘들었구나. 그렇게 네가 슬펐구나 하면서 그 마음을 알아주어야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일, 내 마음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일을 하며 마음을 채워나가야합니다.


마음에도, 치유에도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휴식도 필요합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짠 치유 끝!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야!”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자신의 마음과 만나가는 과정은 삶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나도 모르던 상처 속에 숨어있던 따뜻하고 밝은 마음들을 만나가는 것은 큰 기쁨이기도 합니다. 사실 상처받은 마음은 모두 빛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너무 힘들 때는 혼자서 마음을 다독거리는 것이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나를 응원해 줄 수 있는 주변사람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함께 받아가며 함께 걸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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