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지트, 너의 이야기
<나의 아지트, 너의 이야기> 다섯 번째 사람은 정현님이에요.
정현님은 제 관객으로 처음 뵙게 되었는데요,
나지트를 오픈하고 나서 크고 작은 이벤트들에도 함께 해주시고
늘 따스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셔서 급격히 친해지게 되었답니다.
정현님이 보드게임을 전문적으로 하신다는 걸 알게 된 후 나지트에서 게임 모임도 가졌는데요,
초면인 8명이 모였는데도 정현님의 엄청난 진행력에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평소에 표정 변화가 크지 않고 조용하신 정현님이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정말 다른 사람이 된 듯 멋지게 리드해 주시더라구요.
정말 사람은 본업할 때 가장 빛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자주 무장해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정현님.
정현님을 보면 즐거운 놀이를 하듯 즐거워져요.
순수함과 열정,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네요.
Q. 안녕! 자기소개 부탁해.
A. 안녕! 나는 게임 콘텐츠 기획자 정현이야.
중학생 때부터 보드게임을 취미로 시작해 지금까지 13년 동안 꾸준히 즐기고 있어. <더 지니어스>, <데블스 플랜>, <피의 게임> 같은 두뇌 서바이벌 예능도 빠짐없이 챙겨보는 편이야.
플레이어로서의 경력으로는, 문제 풀이 예능 <문제적 남자> 200회에 출연했고, 일반인 지니어스 게임 대회 <파나틱 지니어스>와 <그랑프리 지니어스>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어
나는 게임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기획자의 길을 걷게 됐어. 게임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이자, 창의적인 사고를 확장하는 도구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나는 여러 플랫폼에서 직접 만든 게임 콘텐츠를 진행하거나, 보드게임을 소개하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어. 게임 자체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 호모 파베르(창조하는 인간)에 이어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닌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했어. 우리는 게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확장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더 깊이 연결될 수 있어.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 속에서 몰입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싶어.
Q. 정현은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어?
A. 나는 어릴 때부터 <더 지니어스> 같은 두뇌 게임을 보며 "나도 이런 재밌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근데 막상 실제로 기획하고 진행해보니, 단순히 재밌는 룰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게임의 흐름과 몰입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
처음에는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기록하고 점수를 계산하는 것을 수동으로했는데, 그러다 보니 결과를 정리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그만큼 게임의 흐름이 끊겨서 몰입하기 어려웠지. 게다가 이런 방식은 참가할 수 있는 인원에도 제한이 생기는 단점이 있었어.
그래서 나는 웹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어.
사람들끼리 직접 말로 토론하고, 행동을 결정할 때는 핸드폰 버튼을 "딸깍" 터치하면 즉시 반영되고,
나 역시 "딸깍" 하면 점수가 자동으로 계산되도록 만들었어.
이렇게 하니까 게임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참가자들이 몰입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됐어.
덕분에 참가할 수 있는 인원도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어.
이렇게 만든 대표적인 게임으로 "대학에서 살아남기"가 있어.
매 라운드마다 축제, OTT, 술자리 같은 활동 중 두 가지를 선택하게 되는데, 각 활동은 현실을 반영해서 점수를 받는 방식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어.
예를 들어, 축제는 사람이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아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OTT는 3명도 5명도 아닌 딱 4명이 모였을 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또 술자리는 인원수는 중요하지 않고 성비가 1:1에 가까울수록 점수가 높아져
이런 시스템 덕분에 사람들이 직접 움직이며 "여기 같이 가자!" 하면서 협력하는 모습이 재미있었어.
앞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
예를 들면, 한 공간에 갇히지 않고 직접 야외를 돌아다니며 미션을 수행하거나, 배우가 NPC처럼 개입해서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등 쉽게 참여하면서도 몰입감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
Q. 방탈출이나 어려운 보드게임은 허들이 있는 것 같아. 조금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뭘까?
A. 방탈출이나 보드게임은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 특히 룰이 복잡하거나 진행 방식이 익숙하지 않으면, 시작하기도 전에 흥미를 잃기 쉽지.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진입 장벽을 낮추고, 단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해.
최근에는 방탈출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배우가 등장하는 방탈출이 많아졌는데, 그중에서도 영화와 방탈출을 결합한 "라이브 시네마"가 인기를 끌고 있어. 라이브 시네마는 관객이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롤플레잉 체험이야. 기존 방탈출이 단순히 자물쇠를 풀거나 논리적인 퍼즐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면, 라이브 시네마는 배우와 협력하면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라서, 방탈출 경험이 없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어.
이런 방식이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방탈출을 즐길 수 있고, 스토리에 집중하면서 체험할 수 있어서 진입 장벽이 훨씬 낮아져. 기존에 "나는 퍼즐을 잘 못 풀어서 방탈출은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거든. 그래서 한 번쯤 꼭 경험해보면 좋겠어!
보드게임도 마찬가지야. 나도 사실 2~3시간짜리 전략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내가 진행하는 보드게임 모임에서는 처음 오는 사람들을 위해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게임부터 소개하는 편이야. 게임도 사람처럼 첫인상이 중요하거든. "놀 때마저 머리 쓰고 싶지 않아..."라는 경험보다 "게임이 이렇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재미가 있다고?"와 같은 반응을 끌어내는 게 중요한 것 같아.
방탈출이든 보드게임이든, 부담 없이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도록 설계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Q. 게임이 단순히 오락을 넘어 내 삶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은 뭘까?
A. 어릴 때는 놀면서 세상을 배우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만, 어른이 되면서 잊어버리거나 사소한 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하나의 방식이야.
우리는 일상에서 업무나 학업 때문에 긴장하고,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살아가. 그런데 놀이를 하는 순간만큼은 결과보다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어. 몰입하면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고,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이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해. 그래서 게임은 정신적인 리프레시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보다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게임을 통해 관계가 형성되고 깊어지는 경험인 것 같아. 어릴 때 친구들과 놀면서 협동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우듯이, 어른이 되어서도 게임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팀워크가 쌓이고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어. 실제로 다양한 게임을 하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어.
이처럼 게임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강력한 매개체야. 함께 웃고, 몰입하고,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좋은 관계를 만들고,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어.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더 쉽게 경험하고,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찾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게임을 기획하고 실험해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