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받을 때 보다 줄 때가 더 즐거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를 읽으며

by 나은

오늘은 재밌는 일이 참 많았습니다.

IMG_4785.jpeg

아침에는 밀리의 서재와 미팅이 있었습니다.

며칠 전, 밀리의 서재에서 연락이 왔어요.

밀리 플레이스라는 새로운 코너를 열었는데, 저희 나지트를 소개하고 싶다고요.

밀리 플레이스에 들어가 보니, 정말 유명한 카페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리브레, 꼼마, 나무사이로 등등... 정말 누가 들어도 다 알만한 그런 큰 브랜드들요.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카페에 관심을 주다뇨.

알고 보니, 밀리의 서재 직원분이 나지트에 들렀다가 너무 좋아서 회사에 추천을 넣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저희 카페를 애정하시는 분이 소개를 주시고, 밀리의 서재 측에서도 저희를

마음에 들어 하셨다는 사실이요.

사실 소규모 업장에 베네핏이 크진 않지만, 파트너십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손익을 떠나, 책 읽는 인구가 많아지길 바라는 두 브랜드의 지향점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매니저님은 연신 감사해하시며, 저희 나지트 직원 전체 밀리의 서재 이용권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역시 대기업이 좋군요.


점심에는 손님이 많았습니다.

오랜만에 오신 단골손님들 얼굴이 반가웠습니다.

바빠서 못 왔다며 미안해하시는데, 저는 그 말이 참 좋습니다.

바삐 살았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

열심히 살아가는 손님들을 늘 응원합니다.


손님들을 다 보내고 난 뒤,

혼자 조용히 책을 읽고 있을 때였습니다.

꽤 오랜 시간 손님이 없어 쓸쓸하던 참에, 문소리가 들렸습니다.

중년의 여성분이 쭈뼛쭈뼛 조심스레 들어오시면서 하신 말씀,

'가게가 너무 예뻐서 들어왔는데,, 카페 맞죠? 제가 있어도 될까요..?'

그게 무슨 소리냐며, 마감 때까지 계시라며 너스레를 떨었죠.


손님은 연신 가게가 너무 예쁘다고 칭찬하시며 사진을 여럿 찍었습니다.

그러고 먼슬리 커피를 주문하셨죠. 커피를 좋아하시는데, 서울대병원에 보호자로 계셔서

자주 카페에 못 나온다고 덧붙이면서요. 오늘은 소확행의 날이라고 했습니다.

한 달째 병원에 있는데 언제까지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도울건 없겠지만

손님의 하루를 소확행에서 대확행으로 만들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케이크 한 조각과 쪽지를 작성해 나가실 때 드렸습니다.

힘내시고, 꼭 쾌차하셔서 같이 오시라고요.

뭇매 눈물을 보이시면서 저를 꼭 안아주셨습니다.

대표님,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하시면서요.

저를 사장님이라고 불러주시는 분은 많지만 대표님이라고 불러주시는 분은 거래처분들 말고는 처음이었습니다.

남을 존중하는 말씨.

조심스러운 발자국.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신지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손님은 제게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셨지만,

제가 더 받은 게 많습니다.



최근 추천받은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는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폴이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열정적인 남자를 만나

자신이 진실로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는데요,

'브람스를 좋아하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

고민을 계속하게 됩니다.

늘 상대방의 요구에 맞춰주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것은 잊은 지 오래였죠.

그렇게 폴은 아주 오랜만에 자신을 위한 선택을 내립니다.

남자친구를 뒤로한 채 낯선 이와 브람스를 보러 가, 자신의 취향을 찾아보는 것부터

남자친구를 떠나는 결정까지.

원래의 폴이라면 생각도 못할 결정들이겠죠.

그를 응원하는 남자와,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루는 금세 지나가버리지만

순간들을 돌아보면 수많은 관심과 사랑이 오가는 것 같습니다.

귀여운 길냥이와의 인사에도

손님들과의 대화 한 마디에도

마음이 서려 있습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붙잡을 때,

마음에 넣고 이렇게 기록하는 순간

삶은 더없이 커져만 갑니다.


딱 한 마디만 건네보세요.

그의 세상이 다가올 겁니다.

IMG_1545.jpeg


keyword
이전 06화아슬아슬하게 살아있는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