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왜 이런 문화가 생긴 건지 모르지만, 기쁨을 말로 표현하면 ‘입이 방정’이라며 떠벌리는 걸 금기시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적어도 내가 어릴 때는 주변 어른들이 그렇게 단속을 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무슨 말을 꺼내기에 앞서 ’ 새옹지마‘격이 될 까봐 걱정스러운 맘도 있지만, 여긴 나의 공간이니까, 내 글에 공감해 주는 분들이 보는 글인 만큼, 얘기해도 될 것 같다.
‘몸이 좀 나아진 게 느껴진다.’
PT는 주 2회 받지만, 나는 주 6~7회 운동을 간다.
아이들이 방학중일 때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5회는 갔다.
유산소보다는 근력운동 중심으로 진행 중이고, 혹시 모르니 근막이완 스트레칭을 조금 줄여보라는 트레이너쌤의 권고에 따라 폼롤러 이완 시간을 확 줄였다. 그렇게 운동을 한 지 2달이 지났다.
두 달 사이 몸이 꽤 많이 나아졌다.
체중은 두 달 동안 1kg 정도가 줄었으니 큰 변화는 없다. 다만, 물건을 꺼내려 쪼그려 앉을 때, 그리고 일어날 때,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계단을 오르내릴 때, 어느 순간 내가 이런 동작들을 전보다 자연스럽게 수행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내적 기쁨이 솟구쳤다.
(물론, ‘전 보다’ 일뿐, 아무렇지도 않은 정도는 아니다.)
‘어머, 나 지금 쪼그려 앉아 이거 찾은 거야?’
‘어머, 여기 내리막인데, 나 되게 자연스럽게 걷는 것 같아.’
‘어머, 2층 침실에서 내려올 때 한결 나은데?’
그 사이 류마티스내과 정기검진이 있어 피검사도 더 하고 왔다. 석 달만에 만난 주치의쌤은, 검사 수치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했다. 덧붙여서
“그동안 뭐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운동도 하고, 식단도 잘 챙겨 먹고 했어요.”
“운동을 꾸준히 하셨나 봐요. 체중을 줄이셨나요?”
“네.. 처음에 비하면 꽤 많이 줄었어요. 한.. 8~9kg 정도요.”
“좋습니다. 스테로이드는 몸이 안 좋을 때만 드시고, 괜찮으실 땐 안 드시며 차츰 끊으시죠.”
요 근래 관절통도 약간 생기고, 체중도 전보다 확 줄지 않아 걱정을 하고 있던 중에 들은 좋은 소식이었다. 내게 약을 줄인다는 건, 살이 빠지는 것보다 더 기쁜 일이다. 지금 먹는 약 중에 가장 신경 쓰이는 약이, 매일 반 알씩 먹는 스테로이드였는데, 이제 끊기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드디어 내 부신(장기) 기능도 정상으로 돌아가겠구나!‘
운동의 효과는 몸의 외형 변화나 기능 변화로 알 수 있지만, 식단의 효과를 정확히 확인하는 방법은 피검사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다행히(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나는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하는지라, 운동과 식단을 병행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운태기’,‘식태기’를 극복할 큰 동기부여가 된다.
이렇게 눈에 띄게 결과가 보이니, 하루도 운동을 빼먹을 수 없고, 식단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그만큼 삶의 질이 올라간다.
사랑하는 아이와 좀 더 놀아줄 수도 있고, 가족들에게 손이 더 많이 가는 맛있는 음식을 해 줄 수도 있으며, 여행도 갈 수 있다.
예전에는 이런 것들이 모두 당연한 일이었기에, 때로는 귀찮고, 때로는 내 시간을 축낸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시간이 온전히 확보된다고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도 않았다.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수많은 조건이 수반되어야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나는 매일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유치원버스에서 내린 아이를 마중 나갈 수 있어서 좋고, 손잡고 집까지 도란도란 얘기하며 올 수 있어 좋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저녁을 차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기쁘고, 이제는 요리가 어느 경지에 이른 것 같다며 칭찬을 날려주는 남편을 보면 고맙다.
여행지까지 앉아서 갈 수 있고, 여행 중 가고 싶은 곳에 들를 수 있어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볼 수 있어 기쁘다. 이렇게 하나씩 언급하자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하고 기쁜 것들이 많다.
위 글을 적어두고 몇 주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운동 강도를 더 올렸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 번씩 ‘흠칫’하게 하는 통증이 찾아오는 날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불안감에 요동쳤다. 그러나, 끊임없이 맘속의 내게 되새겨준다.
‘일단 쉬어보자. 그럼 나아져.’
‘내일이면 나아질 거야.’
‘최악의 상황이 다시 와도,
이제 극복할 방법도 알잖아.’
라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그와 더불어,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해 오며 다리에 근육이 생기는 게 보인다.
눈에 띄게 갈라지는 근육은 아니지만, 힘을 주면 근육의 바깥쪽 형태가 보인달까?
(예전엔 힘을 주나 안주나 같았다.)
이런 변화가 놀랍고, 신기하다.
아직 운동을 하루라도 쉬면 큰일 날까 두려워 매일 가는데, 트레이너쌤이 하루 이틀은 쉬어주는 게 더 좋다고 말려서 이번 주부터 조금 덜 가보기로 했다.
이렇게 꾸준히, 오래도록 노력하는 ‘나’
그런 나를 지지해 주는 ‘남편과 아이들‘
나를 도와준 ‘치료사쌤과 트레이너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계속하다 보면, 나중엔 정말 튼튼한 휴먼이 되는 날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