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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봄

명랑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by sliiky



눈 뭉치에 눈을 달아 주면 ‘눈 사람’이 된다. 그 순간부터는 단순한 눈 덩어리가 아닌 의미있는 존재가 되어 버리는 것처럼, 돌멩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돌 사람’의 반짝이는 눈에 대해 생각하다가, 불현듯 순정만화 속 주인공의 과장된, 그러나 아름다운 눈을 떠올렸다.



순정만화는 누가 뭐래도 여성주인공의 열렬한 사랑 혹은 관계에 대한 열망이 담긴 이야기다. 사랑을 위한 여주인공의 용기. 당시 나는 그 반짝이는 눈의 등장인물들을 조건없이 응원하곤 했다. 아마도 그 시절 내가 진짜 사랑했던 것은 주인공이 ‘해피앤딩이라는 세계에 도착하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순정 만화 속 다채롭게 반짝이던 마음이 아직 나에게 남아 존재한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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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눈이, 돌멩이 겉면에 붙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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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은 성별 고정관념이라는 납작한 시선으로 만들어 내는 명랑한 감각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어떤 열망이 반짝이는 순간을 포착한다. 수동적 삶을 살게 만든 사회에 대한 불만, 애환, 자기자신으로 불릴수 없던 억울함, 그럼에도 삶을 긍정하고 따뜻하게 데워지고자 하는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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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들은 고요해 보이지만 외치고 있다.

소설 <플랫랜드> 속에서 선일 뿐인, 그러나 실은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뾰족했던’ 여자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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