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만지작거릴 수 밖에 없던 나의 자존
아무래도 나는 돌멩이를 사랑하는 것 같다.
언제부터가 일상을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 때면 돌멩이를 찾는다. 어느순간부터는 바닥을 보며 걷는다. 마음에 들어오는 돌멩이를 주워 주머니에 넣는다. 주머니가 불룩해질 때까지.
흙에 단단히 박혀 반쯤만 숨 쉬고 있는 돌, 자기들끼리 얽혀 물길을 만들며 매끈하게 빛나는 돌, 햇빛 아래 에서 버석하게 마른 따끈따끈한 돌, 믿을 수 없을 만큼 반질반질하고 동그란 돌, 회색 바탕에 흰 줄무늬가 있는 네모진 돌, 행성을 품고 있는 보랏빛 돌, 머리가 잘리고 구멍이 숭숭 나 있는 모난 돌, 붉은 점이 주근깨처럼 박힌 길쭉한 분홍색 돌.
적당히 손에 꼭 들어오는 서로 다른, ‘같지 않은’ 돌멩이들. 주머니 속에 넣은 돌멩이의 단단한 표면을 손으로 만지는 감각, 그것들을 한참이나 쥐고 있는 내 손바닥의 열기가 좋았다.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돌멩이들을 하나하나 특별하게 대해 줄 사람은 이 세상에서 나뿐인 것만 같다. 나는 왜 돌멩이가 귀할까?
나는 (방법을 모른 채로) 돌멩이를 사랑했다.
주머니 속 돌멩이의 표면을 손바닥 전체로 감싸쥐면서 내 낯을 생각한다.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 이루어 낸 사람들을 질투하고, 내 안의 갈라진 틈을 미워하면서도 햇살같이 밝은 것들을 보며 심술을 냈다. 주머니에 너무 가득 차서 결코 내 체온만큼 데워지지 않는 돌멩이들, 찢어진 주머니 사이로 사라져 다시는 만질 수 없는 돌멩이들을 알고 있다. 조금만 방심하면 돌멩이들이 금세 식어버린다는 것 또 한 나는 알았다.
그럼에도 더 꼭 움켜 쥐어야만 하는 돌멩이들이 내 주머니 속에 있다.
어떤 내가 옳은지, 인간다운지, 꿈꿀 수 있는지, 결국 사랑을 지킬 수 있는지에 관한.
주머니 속의 돌멩이들과,
돌멩이들이 살아가는 각각의 세계,
그리고 그것들을 천천히 데우는 내 체온에 대해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