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일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힘든 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아무래도 감정이 아닐까?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감정 소모가 크다
내 기분이 기쁘든 슬퍼든 상관없이 항상 웃으며 밝고 친절해야 하다는 것.
언젠가 꽃을 사러 온 손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니~ 꽃 하는 사람들이면 좀 웃고 밝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꽃 집 분위기가 왜 그래~”
그날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직원들 전부 표정이 좀 안 좋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때부터였다. 감정에 강요받는 감정 없는 로봇이 되어 버렸다.
가끔은 내가 좋아서 웃는 건지 그냥 웃는 건지 헷갈린다.
근데 신기하게 그 감정들 때문에 힘들다가도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면 , 딱딱하던 그 마음이 말랑해지고 오히려 그 마음에 위로받게 되고 마음이 쿵하기도 하고 미소 짓게 되기고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감정의 딜레마다.
그리고 딜레마 하면 이것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바로 밝고, 화사고의 딜레마다.
꽃은 색감이 다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밝고 화사함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난 분명 화사하고 밝게 만들었는데 칙칙하다 하고
점잖고 은은하게 만들면 그게 또 밝다고 하고
정말 어려운 문제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기게 되고
원하는 취향을 어는 정도는 척척 만들 수 있게 된다.
나중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미션을 만나는 게 재미있어지기도 한다.
힘들면서 즐거운 딜레마인 거 같다.
이 두 가지 외에 힘든 건
무엇보다 근로자이기 때문에 고용주, 급여 이 두 가지가 제일 힘들다.
그리고 체력 체력이다...........
꽃 일은 밖에서 보기에는 우아하고 예뻐 보이고 멋져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죽하면
‘예쁜 막노동’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아무튼 꽃 자체는 죄가 없다
그저 예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