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자리에서, 그리고 함께

by 마감했나연

<추천 곡> 그대의 밤, 나의 아침 - 브라운 아이드 소울


*소설 속 모티브와 콘셉트 외의 인물, 단체, 장소, 사건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유원우와 나연희는 연애를 하면서도 각자의 삶과 일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겼다.


연애가 삶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자신만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둘의 관계는 지나치게 서로를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마음에 깊이 각인하는 형태로 나날이 발전했다.


유원우는 곧 밴드의 컴백을 앞두고 있었다. 새 앨범 작업이 한창이었고, 그럴 때면 늘 그랬듯 깊은 동굴로 들어가 오로지 음악 작업에만 몰두했다.


작곡을 시작하면 세상과 단절되는 스타일이었고, 머릿속이 음악으로 가득 차면 연락도 잊기 일쑤였다. 멤버들도 그런 그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아, 원우 또 연락 두절이네.”


“곡 쓴다고 또 잠수 탔겠지. 저러고 나면 꼭 명곡 하나 나오더라.”


멤버들은 익숙하다는 듯 농담을 주고받았지만, 나연희는 가끔 그런 그를 살짝 밖으로 끄집어내 주고 싶었다. 너무 한 곳에만 갇혀 있으면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고 오히려 더 좋은 창작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그가 작업에 지나치게 몰두할 때면, 조용히 문자를 남겼다.


[작업실에만 있지 말고 바람 좀 쐬자. 딱 30분만 산책 어때?]


처음엔 그저 그렇게 넘겼던 유원우도, 나연희의 이런 타이밍 좋은 개입이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머릿속에서만 곡을 끄집어내려 애쓰던 것보다, 잠시 바람을 쐬고 나면 멜로디나 가사가 훨씬 더 자연스럽게 떠오를 때가 많았으니까.


“너는 가끔 내 뇌를 환기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


그 말에 나연희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내가 제일 아끼는 우리 천재 아티스트님께서 곡만 생각하다가 굶어 죽을까 봐 챙겨주는 거지.”


“정말 고마워.”


그러면서도 그는 작업에 열심이었다. 나연희와 연애를 하면서 생긴 감정들이 음악으로 스며들었고, 그녀와 함께한 시간들이 가사의 한 줄 한 줄로 녹아들었다.


연애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은 최대한 피하려 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곡을 듣는 사람이라면 어딘가 감정의 결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연희는 그런 유원우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그에게 반했다.


“음악 하는 남자가 원래도 멋있다고는 생각했지만, 너는 좀 더 특별한 것 같아.”


그녀의 말에 유원우는 웃으며 키보드를 툭툭 쳤다.


“어떤 부분에서?”


“작업할 때 몰입하는 모습도 그렇고, 네가 만든 곡들을 들으면 ‘와, 이 사람은 진짜 천생 음악인이다’ 싶거든. 그냥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음악이 너의 삶이고 유원우 그 자체라는 느낌이 들어서.”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나연희는 또 한 번 깊이 빠져들었다.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쓰고, 하나의 노래를 완성해 내는 과정은 너무도 빛나고 멋있었다.


그렇게 유원우는 새 앨범 작업을 마치고, 밴드의 컴백을 준비하며 점점 더 바빠졌다. 하루에도 스케줄이 수없이 이어졌다. 그러면서도 차근차근 자신의 다음 솔로 앨범에 들어갈 곡들도 구상하기 시작했다.


나연희도 바빴다. 그녀가 쓴 기사들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조회수가 오르면서 점점 더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취재에 집중했고,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유원우가 장시간 작업실에 틀어박혀 새벽까지 작업을 하듯, 나연희도 밤늦게 취재를 마치거나 저녁 미팅이 끝난 후 새벽까지 기사를 쓰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굳이 애써 붙어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득 서로가 너무 보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이렇게 메시지를 남겼다.


[오늘 고생 많았지? 푹 자. 잘 자.]

[고생했어. 아무 생각 말고 푹 잠들어.]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항상 서로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응원하고 있었다.


바쁘고 치열했지만, 그럼에도 행복한 날들 속에서 매일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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