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곡> 사건의 지평선 - 윤하
*소설 속 모티브와 콘셉트 외의 인물, 단체, 장소, 사건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유원우는 나연희의 휴무일에 맞춰 특별한 계획을 세웠다.
바다를 좋아하는 그녀가 마음껏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부산으로의 당일치기 여행을 제안했다.
”어떻게 그런 깜찍한 생각을 했어?“ 나연희의 목소리가 한껏 업됐다.
”네가 바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두 사람은 이른 아침, 부산행 기차에 올랐다. 함께 가는 첫 여행. 기차 안에서 나누는 소소한 대화도 꿈만 같았다. 나연희는 유원우가 준비한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고, 유원우는 잔뜩 신이 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이런 서프라이즈 계획 세워보긴 처음인데.. 좋아해줘서 고마워 연희야.‘
부산에 도착하자, 유원우는 나연희의 손을 잡고 바닷가로 향했다. 그녀의 얼굴은 바다를 바라보며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눈앞에 펼쳐진 파도와 뭉게구름 사이로 맑고 푸른 하늘,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그녀의 답답한 마음을 열어주는 듯했다.
”와, 역시.. 정말 아름답다…“ 나연희가 숨을 고르며 감탄했다.
“여기서 바다만 보면 기분이 확 트여. 마치 내 답답함이 다 풀리고 고민이 다 해결되는 느낌이야.“ 유원우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럼 자주 데리고 올게.“ 그 말에 나연희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나름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내준 그에게 내심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두 사람은 이내 바닷가 근처 횟집으로 이동했다. 신선한 회와 함께 바다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연희는 마음속 깊게 자리 잡고 있던 모든 고민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저 이 순간을 즐기며 함께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회를 한 점 입에 넣으며 행복하게 말했다. “너무 맛있다. 바로 앞에 바다도 보이고, 완벽한 조합이야!“
유원우는 그런 그녀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젓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러니까. 너 바다 엄청 좋아하잖아. 오늘은 맘껏 힐링해.“
나연희는 다시금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하지만 몰랐다. 저 멀리 누군가 두 사람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다는 걸.
”끝내주는 커피 한 잔 할래?“ 나연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원우는 미리 찾아둔 곳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카페 안은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나연희는 바닐라라테와 달콤한 케이크를 주문했다.
”이런 시간도 좋다. 사람들 없이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 같아. 커피도 너무 맛있어.”
유원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도 한 입 주시지요.“
두 사람은 한쪽씩 이어폰을 나누어 끼고, 유원우가 속한 스윗드림의 음악을 들었다.
창밖으로는 부서질 듯 빛나는 푸른 바다가 보였다.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흩뿌려진 윤슬이 참 아름다웠다. 카페 내부는 노을이 질 무렵 더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연희는 조용히 눈을 감고 음악에 몸을 맡겼다. 유원우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함께하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꼈다. 오랜만에 누리는 평화로운 시간이 두 사람에겐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덧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두 사람은 카페에서 나와 밤바다를 보기 위해 바닷가로 향했다. 어두운 하늘 속에서 별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밤바람과 함께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밤바다 앞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유원우는 나연희가 활짝 웃는 모습을 유독 더 많이 담아뒀다.
“여기서 찍은 사진, 힘들 때마다 계속 꺼내 봐야지.”
두 사람의 모습도 사진으로 여러 장 남겼다.
“이 순간을 잊지 않을게.”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두 사람의 입에선 같은 말이 나왔다. 밤바다의 소리와 함께, 서로의 온기 속에서 두 사람은 더 가까워졌다.
열애설 후, 한동안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지 못했던 이들이 오랜만에 함께하는 여유로운 시간이었지만, 그 여유로움과 평안함도 오래 가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연예 뉴스 포털 헤드라인이 다시금 시끌시끌해졌다.
[단독] ‘대중 시선 개의치 않아’ 유원우, 부산서 데이트 포착
00패치가 올린 단독 보도는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다시 한번 두 사람의 연애를 안줏거리 삼았고, 기사에는 그날 두 사람이 식당에서 식사하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와, 열애설 터지고도 아랑곳하지 않네.” ”잘 어울린다고 생각은 했는데, 진짜 오래가네.“ “근데 연예인도 사생활이란 게 있는데, 저렇게까지 찍어야 하나?”
몇몇 사람들은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며 00패치를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예상보다 논란이 크자, SNS 스토리를 통해 해명했다.
“부산 근처 취재 일정 중 우연히 같은 식당에서 두 사람을 마주쳤고, 그 과정에서 찍게 된 사진입니다.”
하지만 이미 보도된 기사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있었다. 다행인 건 시간이 꽤 지나서인지, 대중의 반응은 예전보다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나연희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은 여전히 팍팍했다.
“아주 잘 먹고 다니겠네, 나 기자?”
같은 편집국의 기자들이 그녀를 힐끔거리며 지나갔다. 누군가는 비아냥거리며 툭 던지기도 했다.
“연예인 남친 있으시니 단독 하나쯤 쉽게 받아오겠지?” “아니, 그전에 본인 기사부터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처음엔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말들에 나연희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굳게 마음먹었듯 이 일을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고작 이런 걸로 흔들리기엔 내가 아니지.”
그녀는 생각이 많아질수록 더더욱 취재에 몰두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 나연희를 보며 편집장은 안쓰럽다는 듯 한숨을 내쉬면서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넸다.
“나 기자, 너무 무리하지 마. 버티는 것도 좋지만, 네가 무너지는 건 나도 원치 않아.”
그 한마디가 위로가 됐을까. 그녀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가 쓴 한 톱배우의 인터뷰 기사가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우와, 나 기자 기사 봤어? 편집국 전체 조회수 1등이야!”
“이번에도 터졌어! 신인 아이돌 인터뷰 기사, 팬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어!”
SNS에는 그녀가 쓴 인터뷰 기사 캡처본이 떠다니기 시작했고, 팬들은 리트윗을 하며 감사 인사를 남겼다.
“기자님, 이런 좋은 기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우리 애들 스토리를 더 잘 알게 됐어요!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드려요!”
그녀의 메일함에도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나연희 기자님, 팬들과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좋은 기사 많이 써주세요!”
그녀가 다시 열심히 힘을 내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유원우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역시 멋있어. 너는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제일 빛나 보여.”
나연희는 그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그러니까 이 일을 아직까지도 하는 거겠지?”
“그래, 그러니까 포기만 하지 마. 나는 네가 끝까지 열정 가득한 멋진 기자로 계속 남아줬으면 좋겠어.”
유원우는 자신이 아끼는 사람이 꿋꿋하게 자기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그리고 그런 나연희를 더 사랑하게 됐다.
그녀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