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서울 구축 아파트의 단점

by 박엘리

서울 구축 아파트를 매수했고, 아직 실거주 전입니다. 살면서 경험해 본 단점은 아직은 없습니다. 그러나 입주하기 전부터 보이고 들리는 단점은 꽤나 명확해 보입니다. 저도 알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가 매수한 구축은 이제 25년 차의 재건축, 리모델링 호재도 기약도 없는 순수한 구축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은 구축 아파트라고 하면 재건축, 리모델링 호재가 있는 구축 아파트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이런 호재가 있는 아파트는 구축아파트라기보다는 신축이 될 재건축 아파트로 결이 좀 다릅니다. 매매가도 훨씬 높고 비쌉니다. 저의 예산범위에는 없는 아파트들입니다. 조용히 패스합니다. 멋진 신축으로 거듭나길 응원합니다.


사업성 있는 재건축 추진 단지를 제외하고, 현실적으로 제가 시도해 볼 수 있는 서울 내 구축 아파트 매물을 보면서 체감한 단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주차가 가능한가?

지금은 경기도 신축 대단지여서 주차에 대한 불편함은 사실 적거나 거의 없는 편에 속합니다. 밤늦게 오면 주차자리 찾아 조금 헤매는 정도는 있지만 대체로 주차 만족도는 높습니다. 주차 자리가 상시 있다는 점은 출퇴근 및 외출 시 매우 안정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 구축 아파트를 알아보면서 주차 부분이 매우 큰 단점으로 다가왔습니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나 가고 싶었던 아파트가 주차대수가 0.5라서 여기를 매수하면 차는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0.5, 0.8 등 1 가구 내 1대도 주차가 안 되는 곳은 이중, 삼중 주차를 하게 되는데 거주 난이도가 높아질 것 같았습니다.


특히, 사계절 날씨를 생각하면 더운 여름, 추운 겨울, 미세먼지 많은 봄에 차량 이동이 원활하지 않다는 단점이 매우 크게 다가왔습니다. 주차는 정말 중요합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차량 쓸 일은 얼마든지 많기 때문에 주차 지옥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2. 화장실 1개 vs 2개

4인 가족 30평대 넉넉하게 가면 좋으련만 예산에 맞추다 보니 20평대 위주로 보게 되었습니다. 20평 대도 4인 가족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화장실이었습니다. 20평대는 화장실이 1개입니다. 화장실 1개가 뭐가 문제냐고 저도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4인 가족에 맞벌이입니다. 아침시간에 부부가 출근준비하고, 아이들도 서로 대변보고 씻고 가기 바쁩니다. 지금 집은 화장실 2개여서 서로 나눠서 사용하여 아침시간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여행을 갔던 리조트가 화장실이 1개였습니다. 4명이서 아침시간 화장실 1개로 사용하려니 여간 불편하게 아니었습니다. 하루이틀 여행은 참을 만 하지만 매일이라면 좀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점점 성장할 테고, 아침 시간 화장실 이용시간은 더욱 중요한 부분이 될 거 같아서 화장실 1개인 아파트에 대해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3. 난방배관, 녹물

30평대의 넓은 구축아파트가 매물로 나와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원하던 아파트였고 1층이었고 매매가도 예산 범위보다 비쌌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가격이라 집을 보러 갔습니다. 인테리어는 각오해야 한다고 해서 일단 알겠다고 갔습니다. 그런데 오래된 구축이라 난방 배관부터 새로 다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럼 단순히 예쁜 집 인테리어가 아니라 난방배관부터 새로이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 인테리어 예산도 훨씬 더 추가가 됩니다. 매매가도 간당간당한데 난방 배관부터 새로이 다 인테리어 하려면 추가 비용이 너무 컸습니다.


그리고 녹물입니다. 저는 녹물을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이사를 자주 다닌 탓도 있습니다. 이번에 매수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잠깐 들른 적이 있습니다. 25년 차 아파트여도 구축이지 재건축 정도의 아파트가 아니어서 녹물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관리사무소 분께서는 며칠 여행 다녀오고 다서 물을 틀면 녹물이 나올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너무 깜짝 놀라니까 구축 아파트는 녹물이 거의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실제 현 거주자님께 녹물을 여쭤보니 녹물이 나오는 건 모르겠지만 필터색이 빨리 변하는 거 같다고 합니다. 녹물에 대한 경험치가 없어서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수도배관이 쇠파이프, 동파이프, PVC 등으로 시대별로 배관이 다른데 오래된 구축은 쇠파이프배관이면 녹물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은 임장 하실 때 체크를 하시면 좋겠습니다.


4. 커뮤니티 등 이용 시설 부재

구축 아파트 중에 커뮤니티가 잘 되어 있는 곳도 많습니다. 또 이런 곳은 여지없이 비쌉니다. 커뮤니티가 잘 되어 있는 곳은 구축이어도 단지 규모가 제법 있는 편이고 그럼 매매가에도 긍정적입니다. 현실적인 가격으로 구축 아파트를 보다 보니 커뮤니티는 거의 없었습니다. 가치관의 차이이므로 대단지 커뮤니티 이용이 더 중요한 분들께는 구축 아파트는 답안지가 아닐 수 있습니다.


5. 재건축 호재에도 실행까지의 긴 시간 혹은 짧은 시간

구축 중에서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진행될 예정인 아파트들은 사실상 신규 입주권을 사는 것과 다름없어 매매가도 매우 높습니다. 진행이 결정된 건 아니지만 진행이 될 예정이 있는 단지들 또한 시세 선반영으로 매매가가 높습니다. 높은 매매가로 입주해도 실행까지의 기간이 있고,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는 부담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상향 하는 매매가를 바라보며 인고의 시간을 잘 참아 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러나 오래 기다려온 조합원 입장에서는 지루한 시간싸움이 연속되면서 지치기도 합니다. 지치지만 또 버티기도 하고요. 확실한 장점이 있는 일시적 단점 이긴 합니다. 몸테크 하면서 버텨볼래? 그럼 이 아파트 너 줄게라고 한다면 저 역시도 버티겠다고 하겠습니다.


긴 시간이 지나는 것도 단점이지만 재건축 혹은 리모델링으로 막상 살던 곳을 잠시 비우고 이사를 다녀와야 부분도 단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창 학령기일 때 이사를 잠시 다녀와야 한다면 좀 부담이 될 것 같았습니다. 학령기는 일단 지내던 아파트에서 마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매수하고 몇 년 내에 이사를 또 해야 하는 곳은 조금 고민이 되었습니다.






제가 매수하고자 했던 지역의 아파트 매물을 찾아 많이 다녀보았습니다. 제가 가진 예산으로는 염치없기 짝이 없지만, 나름 그중에서도 포기할 것과 지켜내야 할 것들을 선별하는 눈이 조금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동산 분석 전문가도 아니고 아이들 키우며 실제 거주하는 입장입니다. 향후 시세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실거주 측면에서도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주차, 화장실, 난방배관 등 제가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단점을 지닌 아파트는 고려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나긴 했습니다. 저에게는 단점으로 다가왔으나 해당 사항이 없다고 여기시는 분들에게는 또 다른 선택지가 되겠습니다. 실제로도 해당 단지들은 제가 매물을 보던 시기보다 몇 억은 더 올랐습니다.


단점이라고 적긴 했지만, 그 단점이 수용가능한 단점인지 고민해 보시고 가능하신 분들은 매수하셔도 좋겠습니다. 저는 4인 가족 실거주 아파트를 찾다 보니 당장 현실 속에서 살아야 할 아파트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음 편은 제가 송파구 구축 아파트를 매수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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