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 사리넨 Eero Saarinen을 만나다
[뉴욕 건축답사 1] JFK 공항의 TWA 터미널 TWA Flight Center at JFK - 에로 사리넨 Eero Saarinen
뉴욕에 오면 가장 먼저 보고 싶었던 곳이 바로 이 TWA 터미널(TWA Flight Center at JFK)이다. 뉴욕 JFK 공항 5터미널에 위치한 이 건물은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의 비전과 기술적 혁신이 집약된 걸작으로, 공항 건축의 새로운 장을 연 상징적 공간이다. 1960년대 항공 여행의 황금기와 제트 시대의 중심에 자리 잡은 TWA 터미널은 단순한 공항 건물을 넘어 여행의 낭만과 기술적 진보를 상징한다. 사리넨은 곡선이라는 언어를 통해 공간의 생명력을 구현했고, 이를 통해 건축이 사람들에게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에로 사리넨은 1910년 핀란드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엘리엘 사리넨(Eliel Saarinen)은 핀란드와 미국의 건축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 건축가로, 어린 에로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사리넨은 아버지와의 협력 단계에서 벗어난 후 독립적인 작품 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로 자리 잡았다. 13살이던 1923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미시간 공립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며 전통적인 건축 기법과 현대적 실험 정신을 결합한 독창적인 설계 철학을 발전시켰다.
TWA 터미널은 그의 설계 철학이 응축된 공간이다. 이 건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곡선의 유려함이다. 사리넨은 터미널을 ‘하늘을 나는 새’로 비유하며, 항공 여행의 속도와 자유를 건축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그는 공항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기능적 장소가 아니라, 여행의 설렘과 기대가 시작되고 끝나는 정서적 무대로 설계했다. 중앙 홀의 개방적인 디자인은 여행자들을 자연스럽게 이끌며, 활주로를 향한 거대한 유리창은 단순히 비행기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의 낭만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TWA 터미널의 설계는 곡선과 구조적 혁신이 결합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사리넨은 단순히 아름다운 형태를 만들기 위해 곡선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공간의 흐름과 감정을 유도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이를 위해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캔틸레버 구조를 채택하고, 콘크리트를 곡선 형태로 성형해 조형미와 기능성을 동시에 실현했다. 이러한 설계는 여행자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공간에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하며, 단순한 조형적 요소를 넘어 실용적 역할을 수행했다.
1962년 완공된 TWA 터미널은 트랜스 월드 항공(TWA)의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상징적 건축물로 자리 잡았다. 제트 엔진 시대의 대중화는 항공 여행을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문화적 경험으로 변화시켰고, TWA 터미널은 그 선봉에 서 있었다. 내부에 사용된 테라조 바닥과 대형 유리창은 빛을 극대화하며 공간의 개방감을 강조했고, 이는 여행의 설렘과 기대를 한층 고조시켰다. 단순히 이동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여행의 로맨스를 담아낸 작품이었다.
하지만 사리넨은 이 모든 성취를 오래 누리지 못했다. 그는 1961년, 51세의 나이에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른 죽음은 건축계에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TWA 터미널의 완공을 보았지만,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Washington Dulles International Airport)의 완공은 보지 못했다. 덜레스 공항은 그의 사후인 1962년에 완공되었으며, 이는 그의 유산으로 남아 있다. 만약 그가 더 오래 살았다면, 현대 건축의 흐름은 지금과 매우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의 독창적인 조형 감각과 기술적 혁신은 현대 건축계에서 산티아고 칼라트라바와 같은 건축가들을 능가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오늘날 TWA 터미널은 TWA 호텔로 복원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2019년 복원된 이 공간은 1960년대의 건축적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복원 과정에서는 원래의 건축적 디테일과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현대적 기능을 추가했다. 호텔 내부는 당시의 레트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현대 여행자들의 편의를 반영해,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특히 복원된 록히드 컨스텔레이션(Lockheed Constellation) 비행기를 활용한 칵테일 라운지와 항공 역사 박물관은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며, 이 건축물이 단순한 호텔을 넘어 역사와 문화를 연결하는 상징임을 보여준다.
TWA 터미널은 건축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에로 사리넨의 비전은 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경험을 확장하고, 건축이 기술, 예술, 그리고 인간의 감각을 융합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사리넨은 건축 역사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오늘 이 공간을 걸으며 그의 철학과 비전을 직접 느낄 수 있어서 감회가 남다르다. 뉴욕에 잘 도착했다. 반갑다, 뉴욕!
에로 사리넨은 “터미널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비행을 시작하고 도착 후 기대감이 커지는 건축물을 설계”하고자 했다. 이를 두고 로버트 벤투리의 평가가 참 놀랍다. 그는 “사리넨의 디자인이 기능에서가 아니라 어휘에서 발전했으며 당시 사리넨의 많은 동료들은 여전히 형태가 기능을 따른다는 철학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형태가 기능을 따르는 그 때 에로 사리넨은 여행의 드라마와 특별함 그리고 그 흥분을 건축에 표현한 것이다. 너무 멋진 에로 사리넨의 건축으로 뉴욕 건축답사을 시작하는 영광을 가졌다. 좋다.
정보출처
▶ 뉴욕시 건축가 협회(AIA New York Chapter)
▶ 뉴욕시 랜드마크 보존위원회(NYC Landmarks Preservation Commission)
▶ 뉴욕시 건축 센터(Center for Architecture)
▶ 뉴욕 공공 도서관(NYPL) 디지털 컬렉션
▶ 뉴욕시 공식 관광 웹사이트(NYCgo)
▶ 위키백과
▶ 디진
▶ 아키데일리
▶ Wikimedia Commons
▶ 해당건축가의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