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은 파리지앵] - 볼로뉴 숲

: 단 한 번의 경험

by BOX
볼로뉴 숲
맑은 날이면 수많은 파리지앵이 숲을 거닐고, 사랑을 나눕니다.





시계를 보니 4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잔뜩 구름 낀 하늘이라 그런지...

마치 밤이 된 것 같네요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바로 옆은 볼로뉴 숲입니다.


파리의 서쪽에 위치한 이 숲은 파리의 약 1/6 정도(?)

아주 커다란 도시 속 숲인데요...

런던의 하이드파크 정도 될까요?


경마장도 있고 프랑스 오픈이 열리는 커다란 경기장,

커다란 호수도 있죠... 단순한 공원 정도가 아닌 정말 숲입니다.


프랑스 문학작품에 자주 나오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맑은 날이면 수많은 파리지앵이 숲을 거닐고, 사랑을 나눕니다.



구글맵을 보니

숲을 가로질러 가다 보면 루이뷔통 재단의 현대미술관이 있네요.

걸어서 35분 거리군요.

기왕 볼로뉴 숲이 옆에 있으니... 숲으로 한번 들어가 볼까 합니다.


아... 이 결심이 정말 어마 무시한 결정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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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미술관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숲 입구 광장으로 총... 총... 총 걸어갑니다.

1월의 오후라서 그런가요? 이미 해가 진 저녁 같아요.


그림 감상으로 좀 피곤하긴 합니다.

그래도 볼로뉴 숲도 보고... 루이뷔통 파운데이션에 가볼 생각에 기운을 냅니다.


약 10분 정도 숲의 경계를 따라 걷다 보니... 광장이 하나 나오고...

여기부터 본격적으로 숲으로 들어가나 봅니다.


그런데....


뭔가... 좀.. 스산합니다.


숲 입구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습니다.

지나가려니...

남성들이 불 지핀 드럼통 주위로 둘러서서 몸을 녹이고 있습니다.


경계의 눈빛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마른침이 꼴깍!

그런 눈 빛 싫어요~~ 무셔워요 ㅠㅠ


서둘러 숲으로 들어갑니다.


해가 짧아서 일까요?

일요일 오후를 즐기는 파리지앵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아무도 없는 숲을 혼자서 걸어갑니다.


조금 무섭네요... 노래라도 불러볼까요?!

흥얼거립니다.


그러다 문득! 얼음!!!


스크린샷 2021-11-24 오후 9.22.47.png


아! 볼로뉴 숲!


소설 다빈치코드에서

로버트 랭던과 소피 느뵈가 경찰에 쫓기게 되는데,

그때... 추적을 피해 도망가는 숲이었단 것이 기억나는 순간입니다.


절대 가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도망가기엔 최적의 장소...


왜냐?

마약중독자... 범죄자... 남성 매춘부... 여성 매춘부...

이런 사람이 가득한 곳...


으로 묘사되는 숲였다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주변에 저 밖에 없어요...


한참을 그렇게 좁은 오솔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날은 이미 어스름해지고 있습니다.


요 앞 오솔길이 합류되는 지점에서

혼자 멍하니 서있는 남자가 스멀 스멀 제게 접근해옵니다. ㅡ,.ㅡ


스크린샷 2021-11-24 오후 9.25.26.png


등줄기가 오싹~


벨트 앞 허리춤 언저리에 손을 대고 있어요....ㅠㅠ

저와 눈이 마주칩니다. 미소인지... 벌건 눈동자에.. 눈웃음을 짓습니다.

더 가까이 오며... 손짓을 합니다..

어눌한 작은 목소리로


실.. 실 부푸레....@!$#$$%@#*&)*&&*^


이후...

저는 앞 만보고...

귀를 막고...

숨도 쉬지 않고...


저 좁은 오솔길로 빠르게 걸어갑니다.


좀 쫓아오나 싶더니... 인기척이 없네요.


뒤 돌아보니,


이내 다시 저 오솔길 합류 지점으로 가서 홀로 서 있습니다.

자신의 영업 구역(?)이 정해져 있나 봐요. @@


휴우~~~~



정신적 내상으로 혼미해져... 또 그렇게 한참을 걸어갑니다.

구글맵을 보니,

이제 10여 분만 더 가면 루이뷔통 파운데이션이 나올 거예요..


이 길을 주욱 따라

가다.. 조금 넓어지는 숲길에 여자 두 명이 보입니다.

짝다리를 집고 서 있네요.


아... 불길합니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외딴 길예요.


스크린샷 2021-11-30 오후 1.17.48.png


눈을 내리깔고 지나갑니다.

스멀 스멀 두 명이 접근합니다.


1월인데... 가릴 천이 없던지... 차려입은 옷이 좀 민망합니다.


빠르게 지나가려니... 제 앞을 두 명이 떡 가로막습니다. @@


뭐... 좀 민망한 포즈와... 신음 소리를 내며...


실..실 부푸레....@!$#$$%@#*&)*&&*^


저는 앞 만보고...

귀를 막고...

숨도 쉬지 않고...

다시 허겁지겁 걸어갑니다.


귀 뒷편으로...꺄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려오네요...


흠흠....


@@ 무... 무서웠어요....


이제,

뒤도 안 보고.. 옆도 안 보고...

경마장의 말처럼 앞만 보고 걷습니다.

아니... 반쯤 뛴다고 해야겠어요.


루이뷔통 파운데이션이 결코 나올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예요.

계속 비가 와서 그런지 숲길은 이미 진흙의 뻘 같습니다.


스크린샷 2021-11-25 오후 3.33.33.png


처음 깨달았어요...


흙이 접착제야... 접착제 ㅜㅜ


유럽의 진흙은 정말 점성이 강합니다.

물에 젖은 흙을 밟자니 발이 떼지지 않네요.


신발에 흙이 덕지덕지... 바지는 진흙으로 만신창이...


루이뷔통 파운데이션 미술관이 정말 있긴 있는 건가?!!!

절망하는 순간... 한 블록의 숲이 끝나고...

거짓말처럼... 현대적이고 미래적 건물이 눈앞에 똬악!!! 펼쳐집니다.


정말 눈물 나겠어요 흑흑....


지나고 보니 볼로뉴 숲의 경험 또한 파리가 준 선물 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여행자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해봤을까요... 지나고 나면 여행의 기억은 멋진 추억이 되고..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일테까요?


몇 년 후 그러겠죠.


야!! 니들 볼로뉴 숲 가봤냐?

안 가봤으면 말을 말어!

내가 가봐서 아는데....


마약에 찌든 남성 매춘부와... 여성 매춘부에게 유혹당한 여행자가 얼마나 되겠어요 ^^

파리의 일요일, 볼로뉴 숲에서 말예요...



볼로뉴 숲.... 색다른 경험였어! 휴~~~~~






[한 달은 파리지앵] - 9일 차 ..._#9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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