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고마워! 사랑해! 안녕’
매년 유언장을 쓴 지 6년입니다.
1년 전에 써 놓았던 유언장을 꺼내 꼼꼼히 다시 읽어 봅니다. 한 해 동안 변화된 내용을 넣고 빼며 더 할 말과 덜 할 말을 고르고 골라냅니다.
심각한 병에 걸린 것도, 좋지 않은 마음을 먹은 것도 아닙니다.
나눠줄 큰 유산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저 연말이 다가오고 새해가 멀지 않은 때면 습관처럼 유언장을 작성합니다.
의료사고였습니다.
몇 해전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온전한 작별을 하지 못한 마음은,
살아있다는 죄스러움과
마지막 짧은 인사마저 나누지 못한 영원한 이별에 슬프고 슬프기만 했습니다.
유품을 정리하던 날 책상에서 한 장의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떠나시기 2주 전 남긴 메모입니다.
생일 축하 메모였어요. 보내기 쑥스러웠는지 아니면 나중에 문자로 보내주시려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짧은 손편지가 아버지께서 내게 남기신 유언이 된 것이죠.
비로소 당신을 놓아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 메모가 없었다면… 갑작스러운 이별과 온전한 작별을 못한 자식으로의 죄스러움을 어찌 견뎌낼 수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메모로 위로해 준 것이죠.
이런 까닭에 매년 유언장을 씁니다.
뜻하지 않은 어느 날일 수도 준비되어 온 어떤 날일 수도 있을 테지요.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 또한 꼭 위로가 되어주기를 희망합니다.
유언장이라고 해서 무거운 내용은 아닙니다.
쓰다 보면 생을 정리하는 기분이 들어 한없이 무게를 잡기도 합니다만, 최대한 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써 내려가려 합니다.
소소한 일상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남기고,
쑥스러워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말을 써 내려갑니다.
뭐 어때요? 쑥스러워도 나 죽으면 그만인걸요.
그래서 마지막에 한 줄 꼭 남깁니다.
‘고마워! 사랑해! 안녕’
나는 오늘도 유언장을 씁니다.
P.S.
광고인에게도 메모는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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