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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Dec 01. 2023

아직도 설레는 그 무엇이 있었으면 해!

: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참 예쁘다’


표지를 보는 순간 마음에 쏙! 하고 들어왔습니다.


조르주 상드의 책이라서도

아름다운 남녀의 키스 때문도

감각적인 붓터치와 색감 때문만도 아닙니다.  


휴일 아침, 식탁에 올려놓은 책 위로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순간

왠지 모르게  ‘이쁘다’ ‘설렌다’ 그냥 무심한…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레임’

마음의 사전에서 이미 잊혀져 버린 단어입니다.


세상을 알아가고, 배우고, 이치에 밝아지고, 상처 주고, 상처 받고, 적당한 사람이 되려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비겁해지며 어른이 되어 갑니다. 그러는 사이 ‘설레임’ 이라는 단어를 잃어버리고 살았습니다.


‘설레어 본 적이 언제였더라?’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에게도 무언가를 기대하고 바라며 두근거리던 시간이 분명 있었을 텐데 말이죠.


다가오는 소풍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에

노랗게 물드는 단풍에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에


누군가 만난다는 약속에

어딘가 떠난다는 계획에


누구나 한 번쯤 잠 못 이루며 설레던 때가 있었습니다.

씁쓸하지만 이제는 잠 못 이루게 했던 이 단어를 잊은 지 오래입니다.


더 큰 어떤 무엇, 더 더 큰 어떤 행복, 더 더 더한 어떤 기대 때문였을까요?

나의 마음은 내성이 생긴 탓인지, 아침 햇살이 내려앉은 책표지에 훅하고 들어온 이 뜻 모를 설레임이 그저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데 제법 기분이 좋습니다.

큰 돈이 든 것도, 큰 노력을 들인 것도, 큰 기대를 한 것도 아닌데..

이 낯설고 가벼운 설레임에 빙긋 미소가 지어집니다.


어쩌면 나는 설레임에 대한 기대를 너무 커다랗게 그려왔던 건 아닌지, 행복의 대상을 너무 크게 잡고 너무 먼 곳에서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작지만 소소한 일상에서 뜻하지 않은 낯선 상황을 맞이하는 것, 작은 설레임과 더 작은 감동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커다란 기대를 품고 커다란 행복을 바라는 것보다 다감한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도 설레는 그 무엇이 있었으면 해!'


이번 주말에는 나만의 ‘설레는 그 무엇’ 을 찾는 소소한 모험을 해볼까 합니다. 잠자리에 들어 내일은 무엇을 할까 하는 생각에 잠을 설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니 제법 괜찮은 광고 카피입니다. 직업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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