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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Nov 24. 2023

친구가 이혼했습니다.

: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이혼 도장 찍고 왔다! 제2 인생 시작 :’


카톡이 왔습니다. 친구들 중 제일 먼저 결혼한 녀석입니다. 일찍 결혼한 친구의 아이들은 이제 모두 성인이 되었습니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제게도 인생을 함께하는 친구입니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떻든,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부부가 묵묵히 기다린 모양입니다. 


서울로 올라와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웠습니다. 비싼 대안학교를 보내느라 다니던 무역회사를 정리하고, 카페 사장으로 10년을 일했습니다. 


1년에도 몇 번씩 만나던 친구는 카페를 시작하고부터 얼굴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친구들이 그리울 때면, 물색없이 카톡으로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고향에서의 명절, 친구들이 다 같이 만나는 날에도 허겁지겁 술을 마시고 다음날 새벽이면 어김없이 서울로 올라와 카페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 친구가 이혼을 결심하고 홀로 대전으로 다시 내려갔습니다. 월세로 원룸을 구하고, 트럭을 샀습니다. 배달을 시작한다 합니다. 


얼마 전 만난 친구의 얼굴이 밝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매달 내게 선물을 주기로 했어’ 말합니다.


샤오미 패드를 샀다고 이가 스물두 개 드러나게 자랑을 합니다. 


한 달은 홀로 야구경기장에 가고

한 달은 홀로 캠핑카를 몰아 강원도로 갈 거라고 

한 달은 오랫동안 신고 싶었던 나이키 운동화를 살 계획이라 합니다.


그런 친구가 오늘 이혼 도장을 찍었다 합니다. 

친구들은 모두 응원해 줍니다.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남편이 아닌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아라! 축하해 줍니다. 


친구의 카톡이 다시 울립니다. 


‘고맙다. 친구들. 쓸데없이 재밌게 살아볼게~’ 

생각해 보니 참 좋은 말입니다.


 직업병이 도집니다. 눈치 없이 저도 카톡을 날립니다. 


‘쓸데없이 재밌게 살아볼게~’ 멋진 광고 카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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