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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Dec 22. 2023

산타클로스는 백화점으로 출근합니다.

: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요즘은 크리스마스 같지 않아!’


한 번쯤 들어봤을 말입니다.

아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습관처럼 이 말만 듣게 됩니다.


라떼는 말이야…

거리 곳곳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넘쳐흐르고,

구세군 종소리가 여기저기 울려 퍼지고,

성당과 교회는 성가 소리가 밤새 흘러나오고,

크리스마스 카드와 씰이 우편함을 가득 채우고,

TV에는 크리스마스 영화와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넘쳐 났는데 말이야…


왜일까요?

라떼 크리스마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겼길래 너나없이 그 크리스마스를 잃어버렸다는 걸까요?

사람이 줄어든 것도, 옛날보다 형편이 나빠진 것도 아닌데 말이죠.


언젠가,

십자가를 내려놓고 담배를 피우던 예수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스페인 세바야의  대성당 앞, 인적이 한산해진 광장을 지나갈 때였습니다. 예수로 분장한 거리 예술가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뜸해지자 버스킹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한 겁니다. 눈이 마주치자 긴 머리의 예수가 쿨~하게 미소를 짓습니다. 나도 배시시 웃으며 엄지척을 합니다. 재미있으면서도 기분이 묘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라떼 크리스마스 역시 사람 많고 따뜻한 곳이 그리웠나 봅니다. 틀림없습니다. 아마 그런 까닭에, 라떼의 크리스마스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뜸한 자리를 떠나 이제는 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대형백화점 앞에는 눈 덮인 통나무 집과, 크리스마스트리, 알록달록 장식이 반짝거립니다. 수많은 연인들,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 가방을 둘러맨 학생들, 나이 지긋한 중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사진을 찍고 찍어주며 서로 이야기하고 웃으며 행복한 북새통을 이룹니다.


비탈진 어느 동네의 골목길 어귀,

오가는 사람 없는 조그마한 산골 분교,

홀로 외로이 서 있는 시골의 어느 집까지


산타클로스가 찾아가기엔 크리스마스가 그리 한가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산타클로스는 백화점으로 출근합니다.


그리고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나는 습관처럼

‘요즘은 크리스마스 같지 않아’

라떼는 말이야… 라고 말하며 백화점에 찾아 갑니다.



P.S.

그래도 광고에는 산타클로스가 제법 나옵니다. 그런 것으로 보아, 꽤 낭만적인 직업입니다.






이미지출처 : woman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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