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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Feb 02. 2024

이름을 잃어버린 그대에게

: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중2병도 아닌데...


‘파란불이야, 빨리 건너자.’


횡단보도 앞 신호등은 금세 빨간불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건너는 길입니다.

깜빡깜빡 점멸되는 신호등을 바라보며 파란불을 기다립니다.


언제부터 파란불였을까?

왜 초록 신호등은 파란 신호등이 되었을까?

왜 나는 초록을 파랑이라 여기며 아무런 의심도 없이 당연히 받아들였을까?

이름을 잃어버린 초록 신호등은 얼마나 서글프고 억울할까?


중2병도 아닌데 생각은 꼬리를 이어갑니다.


하물며 신호등에게도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데

나에게, 우리에게 참 인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

‘어이’

‘이봐’

‘야 임마’

‘야 이 **야’


김춘수 시인의 이야기처럼

우리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줄 때 우리는 서로의 꽃이 됩니다.


꽃에게 침을 뱉는 사람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고,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침을 뱉지 않겠다는 무언의 배려입니다.    


생각해 보면 아주 남는 장사입니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꽃이 되니 양재동 꽃시장이 비할게 아닙니다.  


오늘은


누군가의 엄마, 아빠

누군가의 아들, 딸

대리, 과장, 부장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우는 하루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름을 잃어버린 그대에게,

이름을 읽어버린 누군가에게 꽃이 되어 주기를…



P.S.

광고에서도 이름을 짓고 부르는 행위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브랜드 네이밍! 잘못하면 ‘꽃’이 아닌 다른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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