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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Feb 09. 2024

어찌 명탐정 코난만 코난이더냐?

: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당신의 코난은 안녕합니까?


지난 토요일 한 전시회를 찾았습니다. 이른 시각, 서둘러 찾아가니 아직 오픈 전입니다. 어쩌다 보니 두 번째로 대기줄을 섭니다. 앞에는 마르고 머리가 성긴 중년의 한 남성만이…  첫 줄 탓일까요? 중년의 남성은 둘 곳 없는 시선으로 불안한 듯 자꾸만 서성입니다. 두 번째인 나 또한 전염이 됩니다.


조금 더 있자니 뒤로 대충 연령대가 엇비슷한 관람객들이 하나 둘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서로의 외모는 다르지만 표정만은 한결같이 똑같습니다. 나이답지 않은, 흔들리는 눈망울만으로도 서로가 서로의 반사체입니다. 묘한 연대 의식으로 뜻밖의 동료가 됩니다.


누구나 자라면서 인생영화, 인생드라마가 하나쯤 있기 마련입니다. <미래소년 코난>은 그런 애니메이션입니다. 미래의 지구, 말도 안 되는 괴력의 소년과 그의 친구 그리고 텔레파시 소녀가 함께 하는 모험을 그린 이 만화영화는 당시 모든 소년, 소녀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DNA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코난'이란 이름만 들으면 반사적으로 ‘미래소년’을 외치게 됩니다.


이제 ‘코난’은 세대구분의 판독기입니다.


코난? 명탐정이라야만 대화에 낄 수 있습니다.

미래소년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수사반장이 나쁜 녀석들에게 자리는 내어주듯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축적되면 누군가는 무대에서 밀려나고 또 누군가는 그 자리를 채우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공백을... 진공을 허락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창완의 너의 의미는 아이유의 너의 의미가 되고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은 여자친구의 칵테일 사랑이 됩니다.


그렇습니다. 전시회 대기줄에서 왜 그토록 모두가 불안한 시선였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느낀 묘한 연대의식을 이제는 이해하게 됩니다.


효용을 다한 탓일까요? 미래소년의 쓰임새가 명탐정의 쓰임새 보다 못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에게나 찬란한 시절이 있습니다. 코난은... 미래를 구한 그 코난은 한 시대를 온전히 간직하고 그 시절을 함께 한 머리 성긴 우리들에게 아직도 가슴 설레게 그 누구이자 그 무엇입니다. 그 시절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전시회 마무리에는 언제나 굿즈샵이 있는 게 보통입니다. 헌데 굿즈샵이 없습니다. 코난을 위해 두둑한 지갑을 챙겨 왔는데 말이죠.


휴일 아침 가족의 따가운 시선을 물리치고 목숨 걸고 용기 내어 온 우리들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다시 한번 외칩니다.


명탐정 코난만 코난이더냐?



P.S.

성공한 광고나 프로모션, 이벤트는 그 끝이 중요합니다. 어떠한 이미지로 마무리되느냐? 그 잔상이 또 다른 소비의 촉매가 되기 때문입니다.


아쉽습니다. 나한테 맡길 것이지...  

 

당신의 코난은 안녕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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