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행 Feb 23. 2024

연필가게에서 흑심을 품었습니다.

: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흑심을 품었습니다!’


왜…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연필에 흑심을 품었습니다.


천장까지 책으로 빼곡한 서가를 보며 느끼는 행복처럼, 가게의 연필통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연필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지고야 맙니다.


특히 맘에 쏙 들어오는 연필을 발견이라도 하게 되면, 손으로 만져보고 요리조리 돌려보며 그 모양과 촉감에 감탄하고 쓰임새에 반하게 됩니다.


‘혹시 그런 경험이 다들 있으신가요?’


연필을... 중지에 받치고 엄지와 검지 사이로 지긋이 잡고 있으면…


아름다운 문장과 글이 스스스 써지고

세상에 없던 풍경이 쓰으윽 그려질 것만 같은 경험 말이죠.


작은 연필 깎기에 연필을 끼워 슥슥 돌려,

적당한 길이의 연필을 깎고 종이 위에 사각사각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나는 프랑수와 사강이 되고, 페르난도 페소아가 될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마음은..., 쏙 드는 연필을 찾고 나면

이제 또 그 연필과 어울릴 노트를 찾기 마련입니다.


그래.. 내가 무슨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명품에, 술, 옷에, 먹을 것에 과소비하는 것도 아닌데…그깟 노트하나 못살까? 하며 이쁜 가죽커버의 노트를 집어보면 손에는 어김없이 몰스킨 MOLESKINE 과 로이텀 LEUCHTTURM 이 들려있게 됩니다.


'아! 정신 차리자!'

그렇게 덮어놓고 또 몰입을 세계로 빠지다 보면 거지 꼴을 면치 못하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 멋진 글을 써보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희망은 몰스킨과 로이텀을 들었다 놨다 하게 만듭니다.


사실, 꼭 무언가를 사지 않더라도

필기구로 가득한 '문구점'이란 공간은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무언가 새로운 꿈을 준비하고

특별한 내일을 희망하게 하는 마법의 장소랄까요...


그렇게 오늘 연필가게에서 나는 흑심을 품습니다.


'내가 연필과 노트를 사는 순간... 알지? 문학상과 아트옥션은 따논 당상이라구!'



P.S.

다른 사람을 유혹하는 직업 광고쟁이인 나도 그만 연필에 현혹이 되고 말았습니다.

.

.

거 연필 마케팅 양반~ 자네 혹시 우리 광고회사 올 생각 없나?


이전 14화 아무튼 오뎅바, 청담동 부산오뎅에 대해 말하자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