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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Feb 16. 2024

아무튼 오뎅바, 청담동 부산오뎅에 대해 말하자면...

: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아무튼!

청담동 부산오뎅에 대해 말하자면...


한 십 년 정도 단골였던 가게가 있습니다.

중년의 여사장님이 운영하는 이 술집은 작은 오뎅바입니다.


크기는 두어 평 남짓입니다. 중간에 오뎅을 담아 놓은 테이블을 중심으로 두 세명의 손님이 옹기종이 모여 앉으면 서로의 어깨와 어깨가 맞닿는 작은 오뎅바입니다.


굳이 '어묵'이 아니라 '오뎅'이라 부르는 것은 오뎅에 대한 개인적인 감성 탓입니다… 자장면이 아니라 짜장면이라야만 느껴지는 맛처럼 말이죠~! 너그러이 보아주세요!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주로 재즈입니다.
오뎅과 재즈?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지친 일과를 마치고 마시는 뜨거운 정종 한잔과 오뎅 한 꼬치의 이만한 페어링을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사장님의 세심한 서빙과 더불어 사장님의 남동생 분이 재즈 리스트를 담아준다고 하니 대단한 안목임에 틀림없습니다. 가끔 보이는 여대생 정도 나이의 아르바이트생은 사장님은 닮은 것으로 보아 아마 딸였음이 틀림없습니다.


이곳의 오뎅은 물론 국물도 그만입니다…이뿐만이 아닙니다. 한치와 은행 꼬치, 닭날개 구이도 일품입니다. 각종 안주는 저마다의 맛으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그 덕분에 이곳은 십 년 단골집에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동안 문이 잠겼습니다…오뎅바를 그리워한 지도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이후 다시 찾은 가게의 여사장님은 무척이나 살이 빠져있었습니다. 조심히 그간의 사연을 물러보니 사장님의 남편이 무척이나 아팠다고 합니다… 얼굴엔 어두운 빛이 스칩니다. 주제 없어 더는 묻지 못했습니다.


한동안 문을 열었던  가게는 안내문 하나 없이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마치 학창 시절 좋아했던 여자친구가 말도 없이 먼 곳으로 훌쩍 전학을 가버린 느낌입니다. 몇 번을 가게 앞을 지나며 다시 여는지 궁금해했습니다. 급기야 내려진 창문의 커튼 사이로 가게를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어두운 내부에는 어지러이 주방기구와 의자가 오뎅바 주변에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건물은 재건축을 하는지… 상가 전체가 문을 닫고 그 사이 팝업스토어로 스포츠 의류 아울렛이 몇 개월 간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뎅바가 그립습니다. 황순원의 소나기 속 소년처럼 떠나버린 소녀 소식을 잠결에 듣는 것만 같이... 뜻 모를 감정입니다. 재즈 음악과 국물이 그립습니다…이런 추운 겨울 특히나 말이죠.


이럴 줄 알았다면 여사장님과 더 친해놓을 걸 그랬나 봅니다.

그 친절함과 추억의 노하우를 배웠더라면 나만의 오뎅바라도 차렸을 텐데 말입니다.


광고에는 브랜드 로열티라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만든 광고도 누군가에게 그런 좋은 광고였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좀...오뎅이 땡기는 하루입니다.


소주는 1인당 한 병씩만 팔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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