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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Mar 01. 2024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왜...일까요?

언젠가부터 손편지를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도 도통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사랑하는 대상이 없어진 것도, 애틋하게 누군가 그리워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 누군가에게 편지 한 장 쓴 지 오래입니다.


스마트 폰으로도

카카오톡으로도

인스타그램 DM으로도


풀 수 없는 그리움 가득한 사연이... 누구나 분명 하나쯤은 있는데 말이죠.


생각해 보면 손편지는 여간 귀찮고도 성가신 일이 아닙니다. 간단히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고, 스마트폰 자판만 치면 그만인 것을..


괜스레 어렵게,

책상 의자를 끌어당겨 자세를 잡고,

한쪽 팔꿈치는 책상에 기대고, 한 손은 팬을 붙잡고 손가락 아프게 글을 씁니다.


만약 한 글자라도 어긋난다면 스스로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온통 짜증섞인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써 내려가야만 합니다. 그 흔한 자동 맞춤법도 없으니... 바쁜 요즘, 시간은 곱절에 곱절이 듭니다. 정말 쓸데없는 짓입니다. 하고픈 말이 있으면 전화로 하면 그만이고 그것도 귀찮으면 카톡만 남겨도 그만이니 이제 편지 쓰기는 자연스레 퇴화되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내 몸 안의 흔적기관이 되어 갑니다.


사실... 이게 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로 시작하는 편지 탓입니다.


편지 한 통을 받으면 일곱 통을 써야 하니... 편지 쓸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 탓에... 이제 누군가에게 부담이 되고, 귀찮은 존재가 되기 싫다는 생각에 이제 편지 쓰는 것을 잊고 삽니다. 그런 탓에... 나 또한 누군가로부터 편지를 받지 못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생각할 시간이 행운의 편지 탓에… 세상에서 점점 소멸됩니다.


'이런 기억 있으신가요?'


우리는 모두... 밤새 풀었다 지웠다... 써 내려갔다... 다시 거두기를 반복하며 온 밤을 한 사람을 그리워하며 서툰 글로, 서툰 언어로 그렇게 가까운... 혹은 먼 그리움 속 누군가과 온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100%의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100%의 누군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시간!


이번 주말에는 행운의 편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까운 친구에게라도 써 봐야겠습니다.

사람냄새 나는 손 글씨로 또!박! 또!박!

평범하고 소소한 나날이지만 안부를 묻고, 일상을 묻고,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는 시간 동안

온통 한 사람만을 온전히 생각하고 나의,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야겠습니다.


행운의 편지 덕분에 그나마 있던 인간관계 마저 끊길지 모르겠지만...

.

.

아무튼! 누군가에게 손편지 한통 써봐야겠습니다.



P.S.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생각해 보니 제법 괜찮은 광고 헤드 카피입니다. 요즘 능력 있는 카피라이터 구하기 힘이 듭니다.  이 친구 탐나네요!




이미지출처 : johnsmcclure.com/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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