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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오직 한 장만 허락합니다.

: 20세기 힙스터로 살아볼게

by BOX


‘추억은 오직 단 한 장’


20세기 힙스터는 수천 장의 셀카를 찍지 않습니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수천 장의 사진 중 한 장을 골라내려 머리를 싸맬 때

필터와 포토샵으로 자아를 잃고 인조인간이 되어갈 때


20세기 힙스터는

자신의 손에 익은 낡은 폴라로이드 즉석사진기를 쓰윽 한번 쓰다듬을 뿐입니다.

반쯤 눈꺼풀이 감겨 흰자위가 희번득 드러내거나

해벌레 입을 벌린 너드 같은 표정 따윈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자신이 이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20세기 힙스터들이 스마트폰으로 찍는,

아방가르드한 구도와 시크한 표정은

바로 이 즉석사진기를 대하던 삶의 태도에서 배운 것입니다.


필름이 카메라를 빠져나오는 순간

자신의 길고 긴 손가락으로 팔랑거리며 사진을 흔드는 이유는

즉석에서 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추억!

그 추억의 시공간 안에

이 지구상에서 가장 멋지고 힙한 자기 자신에게 흠뻑 빠져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대들이 수천 장을 찍어 놓고 고민할 때,

20세기 힙스터는 우주에서 가장 유니크한 단 한 장을 쉽게 골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자신의 존재를 우주에 알리는 20세기 힙스터의 세계관입니다.

...


자! 핸드폰 줘봐~내가 사진 찍어줄게...

사람들이 슬슬...뒤로 물러섭니다.


왜?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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