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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 이것이 당신을 존재하게 한 방식입니다.

: 20세기 힙스터로 살아볼게

by BOX


‘철컥.. 촤르르’


동전을 슬롯에 넣습니다.


묵직한 수화기는 20세기 힙스터에게

이 삭막한 지구에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다른 세계와 교신하는 이 힙한 물건은 공중전화라 불립니다.

DDD 장거리 자동화 전화, 무려 지역번호만 눌러도 다른 지역과 통신이 가능한 도구입니다.


‘3분 20원, 용건만 간단히’


힙스터의 공중전화는 구차한 대화 따위 용납치 않습니다.

3분이면, 충분합니다.


20세기 힙스터들이 구사하는 그 군더더기 없는 시크한 말투는

바로 이 공중전화를 진심으로 대하던 삶의 태도에서 배운 것입니다.


기계에 정복당하지 않으려는 저항의식으로

공중전화를 걸 때면, 모든 이의 전화번호쯤은 전부 기억해 냈습니다.


21세기 그대들의 스마트폰 주소록 따위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데이터양을 그들은 머리로 처리합니다.


낭만 가득한 어느 겨울밤

전화부스, 낮은 조도의 불빛 아래

수화기 너머 누군가에게 낮고 굵은 목소리로

달콤한 사랑을 전하는 20세기 힙스터는 자신에게 흠뻑 취합니다.


어쩌면…

동전을 슬롯에 넣는 기다란 손가락조차

기타를 손에 쥔 커트코베인의 그것을 닮았다 생각합니다.


이것이 20세기 힙스터가 당신을 세상에 존재하게 한 방식입니다.

.....


가만있어보자… 내 전화번호 뒷자리가... 뭐...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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