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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맥주를 마실 자격이 충분한가?

: 20세기 힙스터로 살아볼게

by BOX


'한 잔은 1,000cc만

피처는 5,000cc만 허락합니다. '


그렇다면,

당신은 맥주를 마실 자격이 충분합니다.



필스너, 바이스, 골든에일, 스타우트, 페일에일, IPA, 포터가 취향이라 말하며 너스레를 떨기 수십 년 전

20세기 힙스터는 오비와 크라운 생맥주만으로 이미 인생의 모든 쓴맛을 정복했습니다.


옥토버페스트, GBBF, 일링 비어 페스티벌, 네이메헌 축제의 존재 따위가 이 땅에 자신의 이름조차 알리기도 전부터 을지로의 모든 호프집은 그들이 정복해야 할 욕망과 축제의 땅였습니다.


20세기 힙스터에게

한 잔은 1,000cc, 피처는 5,000cc만을 허락합니다.

300cc, 500cc 따위는 소주나 한 모금 목젖에 털어 넣는 잔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땅콩과 노가리,

안주는 딱 거기까지만 허락합니다.


안주가 삶의 쓴맛을 가르쳐주는 맥주의 가르침에 간섭하기를 더 이상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을지로의 길바닥을 휩쓸며,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양까지만 마십니다.

통장의 압박을 잘 알고 절제의 인생을 안빈安貧하듯 즐기줄 알기 때문입니다.

내일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이것이

20세기 힙스터가

세상을 향해 자유의 함성을 토해내고

전봇대와 뜨거운 우정을 나누며 치열하게 위장을 비워내던

진심으로 생맥주를 대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

내가 왜 전봇대 옆에…

나는 누구? 여기 어디???



이미지 출처 : ikno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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