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그리다
리스본...
일요일 오후 네시 반의 도시
이 도시는 오후의 도시입니다.
빛바랜 건물, 나이 든 골목길과 낡은 도로
도시의 하늘을 어지러이 가로지르는 전차의 전선들
한때 뜨거웠을 정열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자리를 비켜앉은
세월의 모래시계를 뒤집어야 하는
일요일 오후 같은 시인의 도시
리스본
피부의 실핏줄마저 확대경의 시선으로 보이던,
섬세하고 예민한 페소아의 글은
아마도 이 도시가 그와 공유했을
빛바랜 도시의 노래입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속
젊은 날의 아마데우를 찾아 떠나는 그레고리우스 교수처럼...
영화 속 제레미 아이언스처럼...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방인도
이 도시의 섬세함을 찾아
도시의 플라뢰느가 됩니다.
아센소르 다 비카
전망대인 산타 카타리나와 언덕 아래 상 파울로 골목을 잇는
작은 전차를 기다립니다.
강렬한 오후의 햇살이 타구스 강빛으로 반사되어 눈을 자극합니다.
일요일 오후 네시 반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뜻 모르게 슬프고 서러운 시간입니다.
덜컹거리는 낡은 전차 안에서,
젊은 날의 한때..
희미해져 가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그 시절...
시인의 이 도시!
나는 오늘 이곳에서 시인의 노래를 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