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그리다
프란시스 고야가 미술관을 내려 봅니다.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루브르의 모나리자처럼
바티칸의 시스티나 천장화처럼
이 미술관의 주인공은 단연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입니다.
하지만 울림은 역시 고야의 사투르누스입니다.
수많은 관람객이 지나가는 자리에 유독 발길을 잡는 그림
무섭고 섬뜩한 이 작품을 두 번째 마주합니다.
자신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식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어찌 이리
잔혹하고 잔인하고 이기적인가
몇 년 전 첫 관람에서 받았던 충격은
이번 두 번째 방문에서 다른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합니다.
자식의 사지를 잡고 잔혹하게 자식을 잡아먹지만
두 눈은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자신의 처참한 운명에 대한 공포, 자식들을 죽인 죄책감
운명에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의 공포
바로..
본성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가 사투르누스의 두 눈에 어려 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봅니다.
프라도 미술관은 내부 사진 촬영이 불가입니다.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미술관을 나옵니다.
사진 하나 찍게 해주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래.. 그래서 이 그림을 그리워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라는 뜻이리라..
다시 고야를 그리워하고 마드리드를 그리워할 수 있도록...
*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의 정면에는 주인공 벨라스케스의 동상이, 입장하는 측면에는 고야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시 마드리드를 와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