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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X Mar 13. 2024

[가상 인터뷰] 다비드, 제가 한 몸매 하긴 하는데…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제가 한 몸매 하긴 하는데…


역사상 이렇게 완벽한 몸매가 또 있을까요? 시선을 왼쪽으로 돌려 대상을 응시하는 찡그린 양미간과 이글거리는 눈. 체지방 0%에 가까운 탄탄한 몸, 군더더기 없이 균형 잡힌 잔근육,  … 승모근, 활배근… 이두, 삼두… 거기에 아찔한 뒷태까지...


또다시 피렌체입니다. 이탈리아의 중북부 토스카나의 이 도시에 인터뷰이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바로 이곳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아르노의 강물은 도도히 흐르고, 꽃의 도시 피렌체는 아름다운 석양에 불타오릅니다. 토스카나 평원으로 석양이 물들어갑니다.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그와의 인터뷰 장소를 찾아 피렌체를 헤맵니다. 시뇨리아 광장으로,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그를 찾아 헤매고 또 헤맵니다. 절망적인 순간, 아! 맞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보기로 했다는 사실을 깜빡했습니다. 서둘러 피렌체 중앙시장 옆 미술관으로 달려갑니다.


저기.. 르네상스 최고의 몸매! 다비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머리가 남들보다 조금 큰 게 죄는 아니잖아요



아! 당신과의 인터뷰 장소를 잘못 알고 피렌체 이곳저곳 한참을 헤맸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를 만나기 위해 그런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대부분 착각하고 시뇨리아 광장의 베키오 궁전 정문으로 가거든요... 원래 제가 그곳에서 약 370년 정도 서 있었으니까요. 보존을 위해 1876년 이곳에 왔습니다.  물론 피렌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가서 나를 찾는 사람들도 있어요. 아시겠지만 둘 다 복제품이죠.


당신 눈동자를 자세히 보면 하트 모양인데… 자신의 얼굴에 만족하는지 궁금합니다.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만족! 합니다. 흔히… 잘생긴 배우를 보면 다비드 같다… 깎아놓은 다비드상 같다고 하니.. 그 말로 대신할게요.(웃음) 마치 아름답고 비율 그러니까 프로포션 좋은 여성을 8등신의 비너스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것과 같겠죠. 제 눈동자를 정말 자세히 보셨군요~ 맞습니다. 하트모양예요.


비율 이야기를 해서 그런데, 실례일 수 있지만 당신은 머리가 좀 크거든요... 5.17m의 큰 키임에도 대두로 비율이 좋지는 못합니다만

제가 한 몸매 하긴 하는데.. 사실 머리가 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원래 미켈란젤로가 저를 조각할 당시의 의도는 지상에서 50m 높은 피렌체 대성당 동편 지붕에 세우려 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연히 나를 올려다봐야 하고.. 그러면 내 얼굴이 의도대로 8등신으로 보이게 되죠. 만일 처음부터 비율대로 맞춰 조각을 했다면 높은 곳에 있는 내 얼굴은 보이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제 오른손도 왕손으로 만들어놓았죠. 그래야 비율이 맞으니까.. 이게 미켈란젤로 그 친구를 천재라 부르는 이유랍니다. 그리고 머리가 남들보다 좀 크다고 죄는 아니잖아요~ 외모지상주의 단호히 거부합니다. (웃음)


머리가 좀 큰 게 죄는 아니잖아요

패션모델 같은 자세인데요.. 비법이?

소위 말해 짝다리 짚은 거예요. '콘트라스포스토'라고 하는데, 체중을 오른발에 싣고 반대쪽 다리는 앞으로 뻗어 몸을 비트는 것으로 대부분 잘 그려진 그림이나 조각은 모두 콘트라포스토예요. 나중에 한번 보세요. 비너스 그 친구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래서 패션모델들도 엉덩이와 어깨를 반대 각도로 몸통 전체가 약간 S자 곡선으로 만들어 사진을 찍잖아요.  저만의 인스타그램 사진 팁예요.


뒷모습이 사실 더 매력있는데…뒷태가 예술입니다만...

훗! 맞아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제법 애플힙이죠. 조각은 회화와 달리 3차원의 예술 작품이잖아요. 그러니 작품을 감상할 때 정면뿐 아니라 뒷면도 꼭 보세요. 그럼 작가의 의도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거든요. 애플힙도 발견할 수 있구요.


당신이 어떻게 세상에 나온 것인지 좀 더 구체적을 말해줄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피렌체 공의회에서 조각작품을 만들려다 버려진 돌였어요. 길이만 길고 폭이 너무 좁아 조각에 사용하기 어려워 길바닥에 25년간 방치된 채 버려진 대리석였죠. 이때 로마에서 피에타로 이름을 날린 미켈란젤로가 피렌체로 돌아와 그 대리석으로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의 나이 26세에 말이죠.


그는 그래도 참 대두입니다.

방치된 것치고는 순백의 대리석인데... 피부관리는 대체 어떻게 하셨는지?

제 고향.. 그러니까 저는 이탈리아 중서부에 카라라 대리석 산지 출신인데... 그곳은 고대부터 워낙 새하얗게 질 좋고 깨끗한 대리석이 나오기로 유명한 곳이거든요. 그쪽 대리석이 거의 순백의 대리석이라 당연히 제 피부가 이렇게 좋을 수밖에 없죠... 요즘도 이태리 대리석 하면 카라라를 전 세계 최고로 쳐준답니다.


몸매 관리를 위해 식단이나 따로 운동을 하는지?

미켈란젤로는 자신을 죽을 때까지 조각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바티칸 최고의 그림이자 인류 역사상 최고의 명작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를 그렸는데도.. 자신은 절대 화가가 아니라고 했죠.. 그래서 그는 조각을 위해 해부학을 엄청나게 연구했고… 신체의 움직임, 근육 하나하나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또 관찰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다비드다운 모습을 만들어 낸 거예요. 그게 제 몸매의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에 대한 철학이 따로 있었습니까?

그럼요! 아주 독특한 사람였어요. 돌 속에는 이미 형상이 존재하고 있고 조각가인 자신은 단지 그 존재를 해방시켜 주는 사람이라고 늘 말했어요. 때론 우리가 보기에 미완성 작품처럼 보이는데도... 그는 더 이상 손대지 않았는데.. 그 불완전한 물성 자체가 이미 완성된 작품이라 보았죠... 나머지는 작가의 의도와 보는 이의 생각에 자유롭게 맡기려 든 거죠. 그래서 어쩌면 미켈란젤로가 이미 수백 년 전 현대 미술을 이끈 것인지도 몰라요.


예전 <생각하는 사람>과 인터뷰에서 로댕을 미켈란젤로의 환생이자 현대 조각의 아버지라 하던데...

그렇죠.. 로댕 역시 미켈란젤로에게 엄청난 영향을 받았으니까요... 그의 작품 <세망령>을 보면 미켈란젤로의 <노예들>의 판박이거든요... 그의 환생이라 하기엔 미켈란젤로가 너무 대단한 인물이 아닐까 싶은데요...


생각해 보면 아무리 르네상스 시대라고 해도, 당신처럼 벌거벗은 나체상이 대중에게 보여질때 반대가 있었을 것 같은데…

맞아요.. 그렇지만 당시 로마 교황이 미켈란젤로를 후원했고, 특히 피렌체 메디치 가문이 그의 적극적인 후원자였기 때문에 큰 탈이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수백 년 넘게 벌거벗고 서있으려니 저도 정말 부끄러워 죽겠어요. 사실 원작과 달리 교회에서 1800년대까지 제 주요 부위를 나뭇잎으로 가려놨었는데 그게 더 부끄럽더라구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아! 뒷태가 예술입니다. 그래서 항상 조각 작품을 반드시 뒤로 돌아서 뒷면을 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역시 애플힙이네요!


조각은 역시 뒤를 보아야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과의 인터뷰

https://brunch.co.kr/@box-freeman/196


image : Chiana Gö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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