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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X Mar 20. 2024

[가상 인터뷰] 조커, 까짓것! 뭐가 그리 심각해요?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난 미친 광대가 좋아요! 이른바 퍼스널 브랜드죠!'


언제나 이 잿빛 도시는 어둡고 야만적인 밤의 연속입니다. 마치 낮이 없는 도시, 눈먼 자들의 도시 같습니다. 수많은 마천루와 고딕풍의 빌딩숲, 지구상에서 가장 큰 이 도시에는 범죄자들이 가득합니다. 정치는 부패했고 시민은 늘 히스테릭합니다.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즐거운 일이지만, 오늘만은 영 내키지 않습니다.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타노스, 다스베이더와 같은 전 우주적 빌런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스베이더와의 인터뷰조차 이와 같은 무거운 기분은 아녔습니다. 


이 어두운 도시의 밤의 지배자… 그를 만나기 위해 뉴저지 주의 고담시로 찾아갑니다. 

빌딩 숲을 내달려 도시가 내려다 보이는 한 빌딩의 옥상, 커다란 입을 벌린 괴물의 가고일 상 옆에 그가 도시를 내려다보며 서 있습니다. 


불안하고 끝 간 데 없는 공포가 밀려옵니다. 혀를 날름거리며 불안한 듯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의 조커와 마주합니다.   


까짓것! 뭐가 그리 심각해? 앙?





조.. 조커, 만나서 반갑습니다. 고담 시는 처음인데 잠시 소개해주시겠어요?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고담 Gotham City은 원래 빅애플이라는 애칭을 가진 뉴욕시의 별칭이죠. 가상의 도시지만 뉴욕을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니 그만큼 수천만의 사람이 살고, 그 안에 또 수많은 빌런이 끝없이 극악의 범죄를 일으키는 곳으로 설정했죠. 나는 이 혼돈과 무질서의 도시를 사랑합니다. 흐흐흐 (차분히 이야기를 하는 듯했지만 갈라진 목소리가 섬뜩합니다)


사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빌런이기도 하고 그 존재감이 엄청난데요...

그렇죠! 90년이 넘는 DC코믹스의 역사에서 나보다 더 악명 높은 빌런은 없을걸요. 캣우먼, 할리퀸, 펭귄맨, 그밖에 수많은 빌런들을 다 합쳐봐야 나 한 사람만도 못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클래스는 영원한 법이죠. 


패션 감각이 남다른데 따로 신경 쓰는 게 있나요?

난 미친 광대가 좋아요! 이른바 퍼스널 브랜드죠! 미치광이 광대를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그래서 얼굴을 하얗게 메이크업하고, 새빨간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초록색 머리카락과 보라색 연미복, 그리고 가슴에 코르사주를 꽂으면 패션이 비로소 완성됩니다. 남들은 제가 웃음이 너무 많다고.. 웃음이 헤프다고 하지만 그게 어때서요? 웃자구요! 웃으면 복이 와요! 까짓것! 뭐가 그리 심각해요? 앙? (섬뜻!) 패션의 완성은 웃음이거든요.


웃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당신을 보면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가 생각납니다. 

빙고! 원래 내 캐릭터의 모티브가 바로 소설 <웃는 남자> 예요! 17세기, 청교도 혁명 후 영국, 어릴 적 앵벌이로 기형적이고 기괴한 웃는 얼굴이 된 주인공 그윈플랜 Gwynplaine과 앞을 보지 못하는 연인 데아 Dea, 둘의 보호자 우르수스 Ursus의 가족의 탄생과 방랑 그리고 잔인하고 권력에 굶주린 당시 왕권과 귀족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비판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랍니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를 채 돈벌이와 학대로 얼굴이 변형된 그윈플랜, 기괴한 얼굴로 모든 감정이 영원히 웃음 속에 갇혀버린 주인공의 모습은 수많은 예술가, 극작가, 영화 제작자에게 영감을 줬어요. 그래서 DC 코믹스를 먹여 살리는 최고의 빌런인 나는 다름 아닌 웃는 남자인 거죠. 그러고 보면 아주 대단해요. 빅토르 위고.


그러고 보니 문학을 좋아하고 지나치게 이성적인 생각 때문에 당신이 미쳤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사실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예요~ 안 그런가요? 죽거나 혹은 미치거나! 사느냐 미치느냐 그것이 문제인 시대죠! (아~ 눈동자에 광기가 서립니다.)


배트맨과 악연으로 유명합니다.

팀 버튼이 감독한 <배트맨>에서는 제가 배트맨의 부모를 죽인 살인자로 나오니, 배트맨이 저를 증오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개인적으로 나와 베트맨은 동일한 캐릭터라 생각해요. 동질감을 느끼죠. 동전의 양면… 스타워즈로 치면 포스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죠. 별반 다르지 않아요. 그런데도 저를 아주 싫어하는데 그저 제가 자주 웃고 인생을 즐기려는 낙천적인 성격을 싫어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생각해 보세요! 배트맨이 웃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나요? 그는 늘 심각하고 진지하죠. 그러니 그를 좋아하고 따르는 사람도 없어요. 저를 한번 보세요. 주변에 얼마나 나를 추종하고 따르는 사람이 많은지! 내가 웃어주면 상대도 함께 웃어줍니다. 그러니 웃으세요! 인간관계의 기본입니다. 


그러고 보니, 배트맨도 그렇고 당신도 항상 얼굴을 마스크나 화장으로 가리는군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예전 다스베이더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말하길 '마스크란 인간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한 도구'라고 하던데 동의하시나요?

제게 화장이란 마치 배트맨이나 아이언맨, 오페라의 유령 에릭의 가면과 같은 거죠. 즉 내 안의 상처를 가리고 상대에게는 공포를 심어주는…그런 의미에서는 다스베이더의 말에 공감해요. 


마스크를 쓰는 인물 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분장과 마스크! 사실 저와 같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친분이 있는 인물들이 많아요. 다스베이터, 쾌걸 조로, 브이포벤데타의 가이포크스, 데드풀, 스크림이나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좀 유쾌한 친구로는 복면가왕이나 액션가면도 있는데 특히 액션가면을 좋아해요! 저도 늘 그런 캐릭터를 꿈꿉니다.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제가 좀 무섭게 생기긴 했으니까요...


1천만 어린이의 영웅... 그도 가면을 씁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하신다면...

난 웃는 게 좋아요! 그 웃음은 가식이 없답니다. 진심예요. 그런데 사람들은 내 진심을 몰라주죠. 아마 제 외모 탓이겠죠.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지만 저도 상처를 받아요. 아마 누군가 저를 향해 환하게 웃어준다면 저도 누군가의 꽃이 될 거랍니다. 그러니 심각해하지 말고 웃어주세요! 주변의 조커들에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 계속 뱀처럼 갈라진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공명됩니다. 

웃어! 웃으라고! 뭐가 그리 심각해? 엉? 엉? 


Why so serious?







<다스베이더> 와의 인터뷰 

https://brunch.co.kr/@box-freeman/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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