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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Mar 06. 2024

[가상 인터뷰] 사오정의 고백! 뭐라구?엥?뭐요???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그를 기억이나 할까요?'


그가 세상에 알려진 지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어도 유행에 뒤 떨어지지 않고 패션을 이끄는 트렌드 리더. MZ 패션 아이템인 보라색 바라클라바 모자를 쓰고, 보라색 피부로 온몸을 테닝한 모험의 대가. 타인의 말과 행동, 시선과 평가 따위에 눈치 보지 않으며 그릇된 평가를 쿨하게 무시해 버리는 대인배의 풍모를 갖춘 이 시대의 진정한 성자! 그를 만나러 화과산으로 갑니다. 


기암괴석을 휘감은 구름 사이, 커다란 바위산 아래 자리한 어느 연못가에서 그와의 인터뷰가 잡혔습니다. 

사오정! 탁구공 같이 커다란 눈과 보라색 피부의 이 남자가 고개를 돌립니다.  




뭐라구요? 엥?? 뭐요???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오해! 풀고 싶어요!




반갑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뵙는군요?

뭐요? 뭐라구요? 오렌지 먹고 싶다구요? 저두요! (아~ 시작부터 난관입니다. 모자를 잠시 올려달라 요청합니다 )


여전히 귀가 잘 안 들리나 봅니다.

네. 잘 아시다시피, 뭐... 제가 워낙 물속에서 오래 살았고... 피부에 주름이 워낙 많아서 주름이 쳐지면서 가는 귀가 먹었거든요.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다면 이해해 주세요~


선별적으로 불리할 때만 못 알아듣는 척한다는 말이 있는데? 듣고 싶은 소리만 듣는다는 데 사실인가요?

그.. 그럴 리가요? 천만에요. 제가 원래 선천적으로 청각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라 피부 주름 때문인지라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잘 들릴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을뿐예요. 저한테 유리한 말만 듣고 불리한 말은 못 들은 척하는 사춘기 반항아가 결코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우아아~~ 앙 (웃음)


패션에 대해 궁금합니다. 최근에 후드 스타일의 바라클라바가 유행였어요. 당신의 모자를 보면 시대를 앞서갔는데… 패션 센스가 돋보입니다만...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원래 패션은 100% 자신감이거든요.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모자와 속옷만 걸치고 있죠. 그래도 당당합니다. 왜냐? 저는 온 우주에 유일한 존재거든요. 그래서 그 당당함으로 제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패션으로 승화시킨 거죠. 퍼스널 브랜드 시대 아니겠어요?


사오정은 시대를 앞서간 패션 리더입니다.


모자를 벗고 있을 때 당신의 외모를 보면 흡사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의 골룸을 연상시키는데요...

아! 냇가에 살아가니 뭐 비슷해 보이기도 하겠네요! 하지만 골룸은 욕망 덩어리입니다. 거기에 골룸과 스미골(스메아골)의 다중인격자죠. 저는 그렇지 않아요! 그처럼 물욕이 강한 것도... 오직 자신의 보물, 절대반지만을 탐닉하는 인간도 아니랍니다. 저는 대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거든요.


청력에 좀 문제가 있는데 

뭐라구요? 엥?? 뭐요 ??? 정력이요?


아뇨.. 청력! 청력! 말씀드린 거예요!

아~~ 뭐… 나름 나는 살아가는데 별일 없이 잘 살아갑니다. 역사를 보면 저와 같이 정력.. 아니 청력에 장애를 가진 위대한 인물들이 많습니다. 뉴턴이나 베토벤, 니체, 에디슨, 헬렌 켈러도 청력이 좋지 못했죠… 고흐는 청력도 좋지 못한 데다가 나중에 자신의 귀를 스스로 자르기까지 했지만 얼마나 위대한 화가인가요? 핸디캡 까짓것… 별거 아닙니다.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악당을 물리치는 방법이 독특합니다. 일반적이지 않아요... 하아아~ 하며 입으로 독나방을 뱉거나 뽕망치로 10번을 두들겨 폭발하게 만들거나... 음 좀 하찮아 보이거든요. 

네.. 하찮아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 말 많이 들었죠. 저는 그럴 때마다 이런 대답을 합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저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불태워서 끝까지 밀어붙이고 최선을 다한답니다. 저는 사오정이니까요...


몸이 늘어나는 것은 판타스틱 4나 원피스의 고무고무 열매를 먹은 루피 같습니다.

아.. 어찌 아셨어요? 우주 방사선에 노출된 판타스틱 4의 미스터 판타스틱이나 고무고무 열매를 잘못 먹은 원피스의 루피, 늘어나는 능력을 얻는 그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우리의 마음만은 하나예요! 늘어나는 넓이만큼 세상을 담는 넉넉함은 같답니다..(웃음)


항상 트렁크에 탑승을 하는데… 차별이라 생각하지는 않나요?

사실 불편은 합니다. 손오공은 슈퍼보드를 타잖아요. 저팔계와 삼장법사만 편안한 자동차 안에.. 물론 운전은 삼장법사가 하니.. 가장 편안한 게 조수석 앉은 저팔계죠. 그래서 저와 저팔계가 서로 감정이 좋지 않은 거구요...아직도 삼장이 자동차 뒷자리 공간이 충분한데도 저를 태워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 점은 좀 섭섭합니다. 


사실, 듣기로 손오공과 저팔계는 죄지은 요괴지만 당신은 그렇지 않은데..

맞아요. 미스터 손은 천계와 지옥을 아수라장 만들고 깽판은 쳐서 업보가 쌓인 거죠. 저팔계는 기름장사를 하면서 온갖 못된 짓을 했고 그것을 염라대왕한테 발각돼서 죗값은 치러야 하지만 나는 솔직히 좀 순수한 요괴예요. 좀 물욕이 있지만…그 정도 없는 요괴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대중은 여전히 당신 하면 말귀를 못 알아듣고 동문서답을 하는 대명사로 알고 있습니다. 21세기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차별이에요.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문현답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음 아니면 선문답이라고 할까? 보통 위대해 보이는 사람이 선문답을 하면 해석하고 무엇인가 깊은 뜻이 그 안에 있을 거라 헤아리게 됩니다. 내 말도 그렇다고 봐주세요. 동문서답이 아니니… 잘 알아들으면 그 의미를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작아 보이고 보잘것없는 요괴라도 세상에는 다 쓸모가 있는 법이니까요... 


어쩌면 요즘 같은 세상에 남에 눈치 안 보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당신이 정말 쿨~ 해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맞는 말이에요. 누구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댓글로 서로 상처 주고 상처받곤 하죠… 진짜 자신의 중심을 잡기 어려운 세상예요... 이럴 때 일 수록 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요?  누가 뭐래도 나만의 길을 가보자구요~ 



사오정! 그와의 인터뷰 내내... 고독한 성자를 보았습니다. 마치 과거 <아기 공룡 둘리>의 고길동을 인터뷰했을 때 느낀 그 성자입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서둘러 그는 삼장법사 일행을 따라 다시 모험을 떠납니다. 





고길동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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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출처  : grazia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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