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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Sep 15. 2021

[가상 인터뷰] 고길동, 우리 아빠의 찬란한 이름_1.

이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 진정한 츤데레, 살아있는 성자를 만나다.


길동 씨를 찾아가는 길...


태양이 여름 하늘의 꼭지를 지나 점차 기울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한낮이 품어 내는 강렬한 햇살과 열기의 기세가 좀처럼 힘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그의 집을 찾아가는 쌍문 시장의 길가 가로수 그늘이 몹시도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서울특별시 도봉구 쌍문동...


어린 시선으로는 한없이 넓은 골목이였을겁니다. 점차 어른이 되어가며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는 이 골목은 그래도 언제나 사람 냄새 가득한, 세월에 맞서지 않고 추억이 켜켜이 쌓여가며 인간미 물씬 풍기는, 서울에서 가장 살만한 동네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 눈 높이 적갈색 벽돌로 쌓여있는 담장, 울퉁불퉁 보도블록, 골목길가에 가지런히 자리잡은 화분들, 아마도 이 집은 고추를, 저 집은 토마토를 키우는 모양입니다. 까치가 집을 짓다 만 듯 나뭇가지, 작은 파편이 남아 있는 정겨운 전봇대. 쌍문 시장 옆 이곳 골목길로 접어든 풍경입니다. 


주택가 골목, 저 앞으로 응답하라1988 덕선이네 집도 보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덕선이와 그 친구들도 인터뷰 해보고 싶군요. 


어쩌면 이들은 둘리 일당과 함께 쌍문동 어느 골목에서 같이 뛰어 놀며 자랐을 거예요.



적갈색 박공 지붕, 담청색 대문의 2층 집을 찾았습니다. 담장 너머로 안을 들여다봅니다. 담벼락에 기대어 철수, 영희 남매와 둘리, 도우너, 또치 일당이 왁자지껄 시끌벅적 떠들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 진정한 츤데레, 살아있는 성자를 만나다.

이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 진정한 츤데레, 살아있는 성자를 만나다.이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 진정한 츤데레, 살아있는 성자를 이 시대의 평범한 아버지, 진정한 츤데레, 살아있는 성자를 만나다.



띵동! 누구셔?(어라 듣던 대로 좀 까칠합니다. 휴~오늘 인터뷰가 좀 힘들겠어요.)

안녕하세요? 고길동 씨, 오늘 인터뷰를 약속한 사람입니다.


(심퉁맞게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고길동,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선풍기가 켜져 있고…열어놓은 창 밖으로 옆집 가수지망생  마이콜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안녕하세요? 고길동 씨, 먼저 회사 일에, 아이들 양육에 바쁘실 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취미로 LP판 수집과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들어서, 동묘에 들러 LP판 몇 장을 인터뷰 선물로 사왔습니다.


(선물을 주니 한결 표정이 밝아집니다. 얼굴에 좋고 싫음이 바로 바로 드러나는 성격이네요.)



한민국 국민이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독자들을 위해 다시 한번 당신과 당신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까?


저는 저기 부엌에 있는 와이프 박정자와 토끼같은 아들 철수, 딸 영희, 그리고 잠시 맡고 있는 조카 희동이, 이렇게 5인 가족이 한지붕 아래 알콩달콩 함께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입니다. 물론 저 밖에 아주 지긋지긋한 객식구인 둘리, 도우너, 또치 일당도 제가 부양하고 있죠. 그 놈들까지 합하면 8인 가족이네요.(한숨)



요즘은 누구나 살기가 좀 팍팍하다 합니다. 꼭 경제적인 것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독신자가 늘고 결혼 시기도 늦춰지는 추세입니다. 또 자가로 집을 마련하는 것은 젊은 부부에게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 자식을 많이 낳기도 어렵습니다. 위의 말씀처럼 당신은 조카를 포함해 가족만 5명, 둘리, 도우너, 또치 포함 총 8명의 가족 구성입니다. 경제적으로 정말 힘들 것이 분명하고, 그래서 당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요즘 고길동 당신을 살아있는 성자라고 생각합니다.. 생면부지의 무위도식 3명과 함께 생활하는 것도 대단한데요. 둘리와의 첫만남은 어땠나요?


둘리 저 녀석이 빙하 타고 내려온 건 대한민국 사람 모두가 아실거고, 한강에 도착해서 어찌 어찌 동네 개천에 흘러 들어왔어요. 사실 우리 아들, 딸이 그 녀석을 데려온 것도 아닙니다. 그냥 뻔뻔하게 무단 침입해서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는 거예요. 처음엔 음흉하게 애완동물인 냥 우리 아이들 환심을 사더니, 나중엔 자리 꿰차고 나를 지 애완동물 다루 듯해요. 


원작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퇴근해서 집에 오니 그냥 저 녀석이 떡 하니 있더라구요. 당시에 저 녀석은 엄청 말랐습니다. 반면 저는 제법 살집이 있었어요. 피붓결도 꽤 좋았고 주변 동료들과 이웃들에게 인상 좋고 사람 좋다는 말 참 많이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둘리는 아주 피둥피둥 살이 오르고, 저는 저 녀석들 때문에 점점 고목나무처럼 말라갔어요. 아마 10kg 가까이 빠졌을 거예요.



둘리는 그렇다 치고 도우너나 또치도 식구로 함께 받아들이신 거잖아요?


사실 둘리 한 녀석도 버거운데, 마른하늘에 그냥 날벼락 였죠. 도우너 놈은 타임코스모스인지 뭔지…바이올린

우주선 고장으로 하필이면  우리집 앞마당에 떨어졌어요. 서울 시민이 천만 명이나 되는데 차라리 부자 동네

에 떨어지든지 아니 그냥 다른 집에 떨어질 것이지…아주 스트레스 제대로 예요. 거기에 밥도 주고 재워주는데 존댓말조차 쓰지 않고, 우리가족을 애완동물로 여기는 싸가지 없는 외계인 놈입니다. 


또치 녀석은 서커스에서 학대 받고 도망쳐 나왔죠, 그냥 우리집에서 밥 한끼 먹고 나갈 줄 알았는데 그냥 눌러 살고 있어요. 이러니 내가 살이 빠지지 않겠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그 녀석들을 식구로 받아들인 적 없어요. 이건 무단침입에 무단점거라구요! (꽤나 흥분한 고길동 씨입니다.)


길동 씨에겐 부양가족이 참 많습니다 



왜 해보지 않았겠어요. 별 방법을 다 써봤지만 소용없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그럼 왜 무단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하거나, 아니면 직접 집에서 쫓아내지 않았냐예요. 물론 그런 일화가 있긴 있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서 함께 살잖아요.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한편으로는 그냥 그들 셋을 받아들이는 듯 한 인상였거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왜 해보지 않았겠어요. 별 방법을 다 써봤지만 소용없었어요. 그러다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일면에서 보면 둘리 저 녀석은 1억년전 한창 어리광을 부릴 나이에 엄마와 헤어졌고, 외계인에게 끌려가 생체실험을 당하기도 했어요. 어린 나이에 많은 시련을 겪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부모 없는 어린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도우너 놈은 고향이 그리워도 갈 수 없는, 지구라는 타지에서 고향 별을 그리는 슬픈 외계 생명체라는 생각. 또치는 서커스단에서 가혹한 어른들의 학대를 피해 도망친 쇼비즈니스의 희생양이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이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경계로 밀려난,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보호해줘야 하는 인물들이잖아요. 거기에 실재 나이가 우리보다 휠씬 많던 적던 외모는 어린 아이들이구요…어른이 어른답게 보호해줘야죠. 그런 이유 때문에 아웅다웅, 꼴 보기 싫은데 저놈들과 함께 살고 있는 거예요 (뭐지…이런 따뜻한 맘이…츤데레입니다. 고길동!)





2편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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