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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Feb 28. 2024

[가상 인터뷰] 홀리, 티파니에서 아침을... 그녀와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인적 드문 뉴욕의 어느 새벽녘… 옅은 안개 사이로 노란 옐로우캡 택시가 휑한 도로를 달려옵니다. 어느 매장 앞에 멈춘 차량 뒷문으로 내리는 한 여인. 가녀린 목에 둘러진 진주 목걸이, 검은 선글라스와 검은 롱드레스… 매장 쇼윈도 앞에 멈춰 선 그녀의 손에는 크루아상과 커피 한잔이 들려있습니다. 커피 한 모금… 쇼윈도 사이도 보이는 화려한 보석들.. 유리에 투영된 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입니다…쓸쓸한 그녀의 뒷모습 사이로 매장 티파니에서의 아침이 서서히 밝아 옵니다.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영화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 시퀀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면 지난 세기의 흘러간 인물이지만, 한 번쯤 꼭 인터뷰하고 싶은 인물입니다. 그녀와의 인터뷰를 위해 뉴욕의 새벽으로 향합니다. 


인적 없는 매장의 쇼윈도 앞, 검은 선글라스에 검은 벨벳 드레스, 화려한 목걸이와 긴 팔목장갑을 낀 그녀가 서 있습니다. 그녀가 궁금합니다. 바로 이곳은 어스름 아침이 밝아오는 티파니입니다. 


\


그녀의 티파니는... 닿을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시선였을까요?




홀리 골라이틀리 Holly Golightly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냥 홀리라고 불러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반갑습니다. 


티파니 매장에서 보석을 바라보던 당신의 매혹적인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좀 무례한 질문일 수 있는데 이 새벽에 어디를 다녀오는 길이였나요? 

음... 제가 뉴욕 사교계에서는 나름 이름이 나있거든요... 저를 흠모하는 사업가, 전문직, 예술가들이 많이 있답니다. 그러다 보니 밤새 파티에 참석했다가 아침에 집에 가는 길였어요. 오늘도 그렇구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티파니에서 아침을>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정작 그 줄거리는 잘 모릅니다. 간단히 이야기해 주신다면...

그러죠. 저는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홀로 살아가며 부유한 상류층 남성들과 만남을 통해 화려한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성예요. 어느 날 아침, 저희 집 위층으로 폴이라는 가난한 작가가 이사를 오면서 저와 폴의 만남이 시작되죠. 사실 폴이 처음 저를 보고 반했다고 할까요? 뉴욕 거리를 함께 돌아다니며 유쾌한 만남을 갖기도 하고... 서로 대화도 잘 통했으니 제게 마음을 빼앗긴 거죠. 뭐 제가 워낙 이쁘기도 하구요 (웃음)


당신도 폴을 좋아했나요?

글쎄요... 폴의 입장에서는 더 제가 끌렸을 거예요. 제가 좀 자유분방하거든요. 한밤중에 그의 침대에 스스럼없이 들어가 함께 잠이 드는가 하면 그의 집 창문 아래, 창가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그가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그래요... 사실 저도 폴에 대한 마음이 조금은 있지만 사실 저는 그보다는 이 가난한 현실을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어요. 그래서 뉴욕 상류층과 라틴계 부자들과 어울리는 거죠. 폴에 마음을 모르는 거는 아니니 저를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아무튼 그러던 어느 날, 제가 마약 조직과 관련되었다는 혐의로 경찰서에 연행되고 이로 인해 저와 결혼해 남미로 떠나려던 남자가 제 곁을 떠나게 돼요... 나머지는 스포일러니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군요..


음... 짐작이 좀 가지만 당신의 직업이 그럼 정확히 뭔가요?

그냥 뉴욕 사교계 여성이라고만 해두죠. 영화와 소설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돈 많은 상류층 남성과 고급 레스토랑이나 클럽에 함께 동행하고 그 대가로 보석이나 돈을 받으며 살아요. 물론 제 의지가 중요하죠. 더 이상을 묻지 말아 주세요. 원작자인 트루먼 커포티 Truman Capote는 소설에서 저를 좀 더 드라이하게 표현했고 영화는 저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죠.


그녀는 티파니를... 닿을 수 없는 세계를 동경했나 봅니다.


트루먼 커포티도 미국 문학에서는 유명한 소설가인데요.

맞아요. 그의 작품 <인 콜드 블러드>도 유명하죠. 기회가 된다면 꼭 읽어보셔야 해요. 윌리엄 포크너를 잇는 작가라는 평을 받았으니까요.


커포티는 당신 배역을 원래는 오드리 헵번이 아닌 마릴린 먼로가 하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네, 커포티는 좀 더 섹시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운명에 맞서, 신분 상승만을 바라는 여성을 원했어요. 상류층이 되기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여성 이미지를 찾았던 거죠. 당시 최고의 섹시 스타는 당연 마릴린 먼로였으니 그랬을 거예요. 그에 비해 오드리 헵번은 <로마의 휴일>에서의 이미지처럼 청순한 매력이 더 돋보이죠.

그래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더 매력적인 작품이 됐을지도...


창가에서 당신이 부르는 문 리버 Moon River는 너무나도 유명한 노래잖아요. 여러 번 리메이크되기도 했는데..

네 아카데미 음악상, 주제가상을 받았죠. 제가 워낙 노래를 잘 부르거든요. (웃음) 이후 대중적으로 유명해져서 프랭크 시나트라, 루이 암스트롱, 앤디 윌리엄스, 엘튼존, 제프벡, 에릭 클랩튼, 김윤아, 정동원도 불렀죠. 

오드리 헵번을 추모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이 영화 음악이 나왔답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당신이 커피와 크로와상을 먹는 장면.. 검은 선글라스에 검은 벨벳 드레스, 화려한 목걸이와 긴 팔목장갑을 낀 모습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등장씬인데, 정말 아름다웠어요. 역대 최고의 뒷태입니다. 

후훗 감사해요. 사실 제가 입은 검은 드레스는 디자이너 지방시 Givenchy 가 만들어 줬는데 200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80만 달러 (10억 원)에 낙찰됐어요. 영화 대본도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인 63만 파운드 (10억 원)에 낙찰됐죠. 이 놈의 인기란...



인터뷰를 마친 그녀와 헤어집니다. 

티파니 매장을 바라보며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이... 왠지 이 화려한 도시의 아침을 여는 쓸쓸함으로 다가옵니다. 그녀의 티파니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유리 진열장 너머 닿을 수 없는 시선였을까요?


인터뷰를 마친 그녀가 티파니 매장을 돌아 떠나갑니다.  잘 가요~ 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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