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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X Mar 27. 2024

[가상 인터뷰] 톰, 나는 낭만 고양이인걸요!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얼마나 억울하고 힘들었을까요?'

'나는 낭만 고양이예요. 두 눈엔 달과 별이 뜨지요!'


인터뷰를 위해 그의 집으로 걸어가는 도중 생각에 잠깁니다. 그를 생각하면 늘 연민이 밀려오고, 그동안 그가  셀 수 없이 당한 수많은 수모들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악한 사람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심한 고초를 겪었는지...


역사상 가장 억울한 캐릭터가 아닐까요? 그래서 무조건 만나보고 싶었던 인물입니다. 푸른 잔디밭의 정원을 지나 그의 집 문을 두드립니다. 가만있어보자! 그의 목소리를 단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던가? 늘... 고통의 비명만 질렀던 그! 


요즘 같으면 사랑스런 반려묘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수도 없이 나오며, 집사들의 숭배를 받았을 그가 문 앞에서 반겨줍니다. <톰과 제리>의 바로 그 인물입니다. 



나는 낭만 고양이예요. 두 눈엔 달과 별이 뜨지요! 

 




반갑습니다. 톰! 세계적으로 유명인이긴 하지만...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본인 소개를 해주신다면

톰! 사실 모두가 톰이라 부르지만 원래 이름은 토머스 캣 Thomas Cat입니다. 1940년 생 용띠죠.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반려묘를 생활을 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독신이랍니다. 


아!  생각보다 나이가 많으시군요…1940년 생이면.. 할아버지 나이신데… 아직도 건강한 몸을 잘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만...

네... 뭐 사실 건강엔 딱히 문제가 없어요! 제리 그 녀석이 저를 괴롭히지만 않으면 스트레스 따위 없이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몸을 유지할 텐데... 정신적으로는 그 부분에서 스트레스가 좀 심한 편이죠. 


슬랩스틱 애니메이션, 쉽게 말해 몸개그의 원조라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원래 영화 장르에서 슬랩스틱 코미디의 역사는 무척이나 깁니다. 할리우드 무성영화 시대 <모던 타임스>의 찰리 채플린,  <제너럴>의 버스터 키턴 등 전설적인 배우를 잘 아실 거예요. 일반적으로 재치 있는 입담으로 웃음을 주는 스탠딩 코미디와는 달리 보다 본질적인 웃음을 주는 장르죠. 성룡이나 미스터 빈 영화도 슬랩스틱 장르랍니다. 가수 민경훈의 환상적인(?) 춤과 몸동작도 일종의 슬랩스틱이죠. 애니메이션에서는 제가 이 분야 일인자임은 인정해야겠네요.  


어쩐지 채플린과 톰은 눈망울이 참 많이 닮았습니다. 


당신과 제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인데 제리를 괴롭히다가 늘 당하는 캐릭터입니다. 왜 그리 제리를 못 잡아먹어 난리인가요?

단연코 오해예요. 고백하자면 사실 난 제리와 오랫동안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의 귀엽고 재기발란한 외모를 좋아해요. 그런데 그가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거죠. 외롭습니다. 남들은 내가 제리를 괴롭히려 하기 때문에 그가 나에게 복수하는 것이라 말하지만... 그건 정말 내 순수성을 몰라주는 말입니다. 


이해는 갑니다만... 당신은 고양이고 그는 쥐 아닌가요?

그 부분은 어쩔 수 없죠. 더 솔직히 말해, 나는 내 역할을 하는 거예요. 집안에서 음식을 훔치고 벽을 갉아먹는 쥐가 버젓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해 보세요! 주인 입장에서는 고양이를 키울 이유가 있는데... 쥐 한 마리 못 잡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한심해 보일지.. 그리고 집안에서 쥐를 본다면... 아무리 귀엽게 생긴 생쥐라도 얼마나 기겁하겠어요? 나는 내 의무를 잘 압니다! 집사들을 지켜주는 일… 보람된 일이 아닌가요?


그래서 그런지… 현실에서는 당신 같은 고양이를 사람들이 정말 많이 사랑합니다

네. 요즘 들어 특히 저와 제 친구들의 인기가 높아졌어요. 브런치나 인스타그램만 봐도 집사들이 우리를 잘 받들고 보필하는 경험담과 사진이 많이 올라옵니다. 역시 세상은 우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공공연한 비밀을 요즘 들어 새삼 깨닫고 있어요. 특히 댕댕이들은 가끔 집사들에게 재롱도 떨어줘야 하고 아양도 떨어야 하는 3D 업종이지만 우린 뭐... 시크하게 제 갈길만 가면 그만이니... 세상 편합니다. 


그래도 당신이 제리에게 당하는 모습은 사실 너무 폭력적입니다. 엄청나게 수난을 당하잖아요. 물건에 맞고… 넘어지고… 떨어집니다. 심지어 총에 맞기도 하는데..

이해합니다. 특히 초기에 내 모습이 그랬죠. 그래서 원작을 만든 미국 MGM 사에 대한 방영금지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 폭력적인 장면이 많이 순화되었죠. 


개인적으로는 제리한테 늘 당하기만 하는 당신이 애처롭고 측은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당신 같은 인물이 한 명 있어요.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이 떠오릅니다만 

아! 그를 잘 압니다. 둘리, 또치, 도우너에게 늘 당하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요... 그를 보면 늘 마음이 아파와요.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이잖아요. 하지만 저보다야 처지가 좋은 편입니다. 서울에 마당 딸린 번듯한 단독주택도 한채 있겠다... 안정적인 직장도 있겠다. 무엇보다 고길동에게는 가족이 있잖아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요? 반면 전 혼자죠. 그래서 더 제리에게 집착하는 것인지도 몰라요. 


요즘 가장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사실 최근에야 알았습니다만 그를 위해 쥐덫에 치즈를 놓아주었는데, 알고 보니 쥐들에게 치즈는 오히려 장에 좋지 않아서 진짜도 굶어 죽을 때나 먹는 음식이라고 하더군요. 이래서 사람은 끊임없고 공부를 해야 하는가 봐요. 


당신은 늘 이성을 만나려다 가진 것이 없어서 번번이 거절을 당합니다. 모태솔로 아닌가요? 안타까운데..

물론 제리도 여성 생쥐에게 차였어요.  둘 다 비관해서 기차에 몸을 던진다는 에피소드가 있긴 하지만…

나와 톰은 삶을… 인생을 무척이나 사랑합니다. 카르페디엠이고 아모르파티예요!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한 거 아닌가요? 나처럼 온갖 수난을 당하더라고 말이죠~ 그래서 꼭 가진 것만으로 인격이 결정되고, 삶이 결정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한 번을 사랑하더라도 진정한 사랑이 분명 내게 운명처럼 올 것이라 믿는 이유입니다. 나는 낭만 고양이니까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그의 필모그래피를 한번 다시 훑어보았습니다. 아카데미 영화제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에 무려 13회 노미네이트 돼서 총 7번 오스카를 거머쥔 대단한 인물입니다. 그의 두 눈에 달과 별이 떠 있는 이유를 찾았습니다. 





* 사실 고길동도 톰을 잘 알고 지내는 사이랍니다. 


<고길동> 과의 인터뷰

https://brunch.co.kr/@box-freeman/4



image : commingso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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