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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X Apr 03. 2024

[가상 인터뷰] 맥가이버, 할아버지는 말씀하셨지...


어딘가 꺼벙한 모습. 

볼품없이 새처럼 가느다란 다리, 바람만 불어도 훅하고 날아갈 것 같은 연약한 몸, 선한 눈매와 어깨까지 내려오는 덥수룩 기다란 머리…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코맹맹이 목소리와 스위스 군용칼 하나로 무엇이든 해결하는 반전 매력의 첩보원.


이 세계는 액션 영웅이 세상에 이름을 날리며, 모든 이에게 사랑을 받아오고 있지만 이 사람만은 뭔가 특별합니다. 맨손으로 무엇이든 뚝딱 만드는 사람. 무슨 일이든 뚝딱 해내는 사람. 그리고 그 상황에 어김없이 그의 테마 음악이 나오고...'어~! 꼭 이 사람 같은데?'라는 말은 듣게 만드는 사람. 


그를 만나기 위해 미네소타에 위치한 아이스하키장을 찾아갑니다. 이미 피닉스 재단의 임무를 하나 마친 상태인지… 스케이트를 지치는 즐겁고 편안한 표정의 그와 마주합니다. 



세상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이 바꾸죠!




반갑습니다. 원래 이름이 맥가이버인가요? 본명인지 궁금합니다. 

아! 맥가이버는 원래 성입니다. 사람들이 제 이름을 아주 궁금해하는데… 사실 저는 제 이름이 너무 이상해서 그냥 성으로 불리는 게 좋습니다. 잘 알겠지만 <인디아나 존스>도 사실 인디아나는 자신이 어렸을 적 키우던 강아지 이름이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제 진짜 이름은 앵거스 맥가이버 Angus MacGyve예요... 간혹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원래 이름이 맥이고 성이 가이버인 줄 하는 사람도 많죠.


어떻게 첩보원이 되었는지...

웨스턴텍이라는 대학의 물리학과를 나왔어요. 현실로 따지면 MIT 정도의 학교죠. 그곳에서 역사상 가장 뛰어난 학생였습니다. 지도 교수님도 제가 학교에 남으면 노벨상을 수십 개 딸 수 있다고 했죠. 교수님도 노벨상 수상자거든요... 헌데 물리학으로 인류에 더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 피닉스 재단에 들어가게 됐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신 시대는 무척이나 마초적인 영웅들이 많았던 시대로 기억됩니다. 첩보원 하면 육체적으로도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사람들 아닌가요?

물론 그렇죠.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007 시리즈> 제임스 본드나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 <다이하드>의 존 맥티어넌, 람보, 코만도, <킹스맨> 등의 근육맨들이나 고도로 훈련된 능력자들이 즐비합니다... 거기에 총과 칼로... 첨단 장비들을 쉽게 다루고, 악당을 밥 먹듯 처단하기도 하죠. 저는 좀 별난 케이스긴 해요.


다른 요원들과 달리 당신이 받은 특별한 훈련이 있나요? 

주변의 잡동사니를 잘 활용하는 법은 배웠어요. 특히 테이프와 나사, 종이클립, 약품과 세제, 치약, 탄산음료, 화장지, 초콜릿 등 여러 가지 생활필수품목들을 이용해서 상황에 대처하고 못된 악당들을 물리치는 법이랄까요... 자! 여기 손목시계와 이 종이클립, 2만 볼트 전기 충격기를 이렇게 연결하면... 음... 이게 거짓말 탐지기가 되죠! 한번 테스트해 볼래요??? 네??? 짜릿해요!


아.... 당신이 활동하던 당시는 외화시리즈의 전성기로 기억하는데... 

첨단 기기들의 시대였죠. <전격 Z작전>, <에어울프>가 비슷한 시기에 방송되었으니… 그때까지 보지 못했던 인공지능 자동차, 초음속 헬리콥터 등 최첨단의 무기여서 인지, 다들 AI 자동차 키트와 헬기에 열광했어요. 물론 저는 맨몸에 조그맣고 빨간 스위스 군용칼 하나면 충분했어요. 내게는 머리가 있으니까요…(뭐죠? 이 자신감.. 뇌섹남이 틀림없습니다)


그 시대를 여전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그들을 잘 아시는지..

물론이죠! <전격 Z작전>의 마이클과 <에어울프> 호크와는 아주 각별한 사이예요. 어렸을 때부터 오래 봐와서인지 허물없이 잘 지내죠. 자주 만나서 같이 놀러 다닙니다. 마이클이 그러는데 지나주엔 키트가 혼자서 셀프 세차장에 다녀왔다고 하더군요. 호크는 여전히 첼로를 취미로 연주하는데... 사실 실력은 그닥 느는 것 같지 않더라구요.. 


지난주 키트 KITT는 혼자 셀프 세차장에 다녀왔다고 합니다.


매력적인 목소리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변에서 듣기로 원래 원작의 제 목소리보다, 한국어로 말하는 더빙판 목소리가 더 저 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뭐 사실이죠. 저도 한국어로 말하는 제 목소리가 더 좋거든요... 오히려 원작 목소리가 저 같지 않아서... 저 역시 코맹맹이 목소리를 사랑합니다. 


헤어스타일은 마음에 드는지?

그럼요~ 맥가이버 머리! 옆머리를 바짝 자르고 뒷머리를 어깨까지 길게 기른 머리! 한동안 엄청나게 유행해서 제 머리를 흉내 낸 사람들 많았던 걸로 기억해요. 물론 저라서 어울리죠 (웃음) 잘못 따라 하면... 주변 친구들 다신 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 다 떠나갈 수 있는 극혐 머리니 함부로 따라 하진 마세요.


당신의 주제가도 시대를 넘어 아직까지도 유명합니다. 

물론 잘 알죠! 무언가 뚝딱뚝딱 만드는 사람이 나오거나 아이디어를 발견할 때...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 테마곡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나름 아직까지도 저를 기억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생활밀착형 OST인 거죠~  


왜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하는 걸까요? 

글쎄요... 아마도 제가 평범한 사람이라 그런 게 아닐까요? 세상엔 늘 힘센 사람만 승리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첩보원이지만 힘도 없고 총도 쏠 줄 모르고... 최신무기, 첨단 장치를 가진 첩보원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스위스 군용칼 하나와 테이프, 주변에 그냥 일상적으로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만으로 적을 물리치니까 말이죠. 맞아요.. 한마디로 말해.. 저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죠. 당신 옆에 늘 있을법한 보통 사람 말이에요. 영화에 등장하는 첩보원은 늘 엄청난 몸매에 엄청난 능력을 가진…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사람들 같잖아요. 그래서 나와 같은 일반인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 아닐까요? 세상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이 바꾸는 거라 생각해요.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지..'라고 혼자서 늘 이야기하는데... 인상적입니다. 

누구나 어렸을 적 기억이 있잖아요. 꼭 할아버지가 아니더라도, 순수했던 그 시절을 기억한다면, 절대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사람은 되지는 않을 거예요. 거짓말인지 아닌지 2만 볼트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 한번 해보실래요?



인터뷰를 마치고 그에게 2만 볼트 거짓말 탐지기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다음에 써먹어봐야겠어요. 죽기 살로 말이죠~



image : Mark Coff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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