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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Apr 17. 2024

[가상 인터뷰] 빽 투더 퓨처, 브라운 박사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시간 여행자로 살아보기.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시간 여행은 무척이나 신나는 일입니다. 0.06달러에 비트코인도 사놓고 6자리 번호를 모두 맞춰 매주 로또 1등에 당첨되고,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날 수도 있는...


인류최초로 자신이 만든 타임머신으로 시간 여행을 하며 살아가는 괴짜 과학자를 만나기 위해 1985년도로 갑니다. 오래전 인물이지만 시간여행을 하며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직업적 특성상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인물입니다. 


어디가 책상이고 어디가 소파인지 알 수조차 없는 온갖 잡동사니와 서류, 난생처음 보는 물건들로 가득 채워진 차고 연구실에서 그를 기다립니다. 키보다 큰 커다란 스피커가 눈에 늘어옵니다. 기타를 한번치고 싶은데 '아무것도 만지지 마시오' 경고 문구가 무섭습니다.


헝클어진 백발에, 주름진 얼굴과 퀭한 눈, 어딘지 불안하게 쉼 없이 움직이는 눈동자,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딘가 정신이 좀 나간듯한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바로 <빽 투더 퓨처>의 브.라.운. 박사입니다. 그 옆에서 그를 닮은 커다란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듭니다.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어요. 그래서 늘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 거죠.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해주신다면..

에미트 브라운 Emmett Brown 박사입니다. 편하게 브라운이라고 불러주세요. 원래 마티는 늘 그냥 닥! 닥! Doc이라고만 부르죠. 타임머신을 만드는데 평생을 바쳤어요~ 연구비를 충당하느라 집도 유산도 모두 팔고 먹고 이제는 차고에서 생활하죠. 


타임머신을 발명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영화로 손꼽기도 하는데, 혹시 아시는지?

물론이죠. 워낙 유명해서 시리즈로 나왔으니까요... 지금이야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가 식상하게 느껴지지만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땐,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최고의 영화랍니다. 타임머신은 자동차 드로리안으로 만들었어요. 시속 88마일, 141km로 달려야 시간여행이 가능하죠. 저나 마티뿐 아니라 아직도 드로리안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압니다. 아참! 마티가 타던 스케이트 보드도 좋아하죠. 마티 흉내 내다가 여럿이 응급실에 실려간 걸로 알고 있어요.


타임머신 이외에 또 다른 발명품이 있다면?

자동요리기계, 사운드 앰프, 자동 개밥 주는 기계, 서부시대 전기 없는 냉장고, 타임머신 증기기관차를 발명했어요. 요즘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는 기계를 연구 중에 있습니다. 단점이라고 해봐야 3만 볼트를 견뎌야 하는 건데... 한번 테스트해볼래요? 기분이 아주 짜릿한데...


브라운 박사가 3만 볼트 생각 읽는 기계의 테스트를 권합니다. 


어린 마티와는 어떻게 친해졌는지? 나이차가 엄청난데...

60대와 고등학생이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묻지만 우정엔 나이가 없죠. 사실 동네에서 미친 과학자로 통해 사람들 모두 나를 피했지만 마티만은 내게 다정하게 다가와 친구가 됐죠. 왜…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도 산티아고 노인과 소년 마놀린이 우정을 나누잖아요! 우린 그런 관계죠. 우정의 친구! 영원한 친구~ 


당신을 보면 아인슈타인 박사가 생각납니다. 

아! 그 핵물리학자 말이죠? 잘 알고 있어요. 놀랍게도 제가 타임머신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1955년에 그만 세상을 떠났죠. 꼭 그게 인연은 아니지만 제 외모가 그를 모티브로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예요. 그래서 제 반려 강아지 이름이 아인슈타인이 된 거죠. 그전에 키우던 강아지는 코페르니쿠스였어요. 


이런 말 어떨지 모르겠지만... 1편에서 1985년 총상을 입고 죽은데…

테러리스트들이 원자폭탄을 만들어 달라고 했죠. 혼자서도 원자폭탄 하나쯤은 뚝딱 만들 수 있으니 뭐 어려운 것은 아닌데… 사실 수십 년간 타임머신 연구를 했고 플루토늄이 타임머신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원이라 그것을 빼돌리는 바람에 총을 맞게 된 거예요. 다행히 마티는 그 순간 과거로 시간여행을 가게 됐죠. 


그런데 살아있어요.. 어찌 된 일이죠?

1955년으로 온 마티가 젊은 나를 만난 내게 편지를 줬습니다. 1985년 10월 25일에 내가 총상으로 죽게 된다고 그래서 미리 방탄복을 준비했어요. 사람은 늘 준비성이 철저해야 해요~(웃음) 생명의 은인이죠! 마티가 기타 치다 내 연구실을 망가트린 것도 다 용서해 줄 수 있어요.


미안해요! 닥! 제가 워낙 기타를 좋아해서...

 

2편에 나오는 미래의 배경이 2015년이잖아요. 생각해 보면 이미 훌쩍 지났습니다. 실제로 현실이 된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2편이 만들어진 1989년도에 2015년은 이럴 것이다 생각했죠. 하늘을 나는 자동차, 피부 노화 방지 성형술, 자동으로 신발끈 조이는 나이키 운동화, 자동건조 옷, 디지털카메라, 홀로그램 광고, 무인상점, 호버보드, 지문결제시스템, 드론, 지문인식도어, 자동 조명등, 스마트 TV, 레토르음식, 스마트안경, 화상전화, 강아지산책기계 등 어때요?... 몇몇 개는 현실이 되고... 더 발전한 것도 있죠?. 앞으로 또 어찌 될지 모르죠.


타임슬립 영화에는 늘 일반적인 클리셰가 있는데요...

맞아요. 시간여행의 클리셰가 최초로 나온 영화가 바로 <빽 투더 퓨처>예요. 현재의 무엇이 고쳐지거나 바뀐다. 그래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 어떤 불가한 이유로 과거에 갇힌다. 문제가 된 과거를 고치면 또 다른 무언가 문제가 생기고 꼬인다. 시행착오로 대혼란이 생긴다. 늘 이런 패턴이죠. 아! 정말 시간여행자의 삶은 고달파요. (웃음)


당신은 계속 그 타임머신을 없애려 합니다.

네. 바로 이 시간여행의 문제점을 알기 때문이죠.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어요. 그래서 늘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 거죠. '아! 그때 그랬더라면... 그때로 돌아간다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늘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 후회를 하지 말아야 해요. 그게 바로 행복한 삶인 거죠~


독자들에게 마지막을 할 말이 있다면…

이야기한 것처럼, 사실 인생은 한 번뿐이잖아요. 시간여행을 한다 하더라도 인생이 바뀌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직 나의 인생을 한번 사는 것이니.. 그곳이 과거든, 현재든, 아니면 다가올 미래든 언제나 오늘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내일 죽을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갔으면 해요.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아침 그리고 <백 투더 퓨처>는 빽 투더 퓨쳐로 읽어야 제맛이랍니다. 마치 자장면을 짜장면으로 읽어야 하는 것처럼요!



인터뷰를 마치자 홀연 드로리안을 타고 다시 시간여행을 떠납니다. 브라운 박사님! 이제 어디로 가시나요? 그가 답합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한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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