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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X May 01. 2024

[가상 인터뷰] 탈옥이 제일 쉬었어요! 쇼생크 탈출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희. 망. 이란 참 좋은 겁니다. 그리고 간직할 가치가 분명합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또 아닙니다. 희미한 희망 하나만을 가슴에 품고 수십 년간 감옥에 갇혀있기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자신이 억울한 누명으로 갇혔다면 더욱 그렇겠죠. 여기 작은 희망 하나로 악명 높은 감옥에서 수십 년을 견디고 결국 탈출한 한 인물이 있습니다.


돌조각을 다듬는 작은 망치 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20년의 세월 동안 바위에 구멍을 내고 탈출한 탈옥의 대가와의 인터뷰가 잡혔습니다. 그를 만나는 곳은 미국 동북부에 위치한 메인주의 쇼생크 교도소에서 입니다. 겨울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칼날 같은 바람 탓인지… 감옥은 습기와 한기가 더해 더욱 얼음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악명 높기로 소문난 쇼생크. 워낙 1급 죄수들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교소도를 들어서는 순간... 긴장감에 온몸이 뻣뻣해집니다.


사실 감옥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 인물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처럼 깊은 인상을 남긴 탈옥범은 보지 못했습니다. 커다란 키의 그가 철장 안에서 저를 맞이합니다.




희망은 좋은 거예요!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곳은 역시나 살벌하네요~당신이 탈옥 후 정착한 멕시코의 아름다운 해안마을 지와타네호에서 인터뷰를 할 줄 알았습니다.

당신이 이곳 쇼생크의 분위기를 알아야 생생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일부러 이곳으로 다시 왔습니다. 잔인하고 잔혹한 간수들과 죄수들을 보니 옛 생각이 나네요.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 주시겠어요?

저는 앤디 듀플레인입니다. 앤디라고 부르죠. 한때 아주 잘 나가던 은행 부지점장였어요. 아내와 정부를 살해했다는 억울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쇼생크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악명 높은 범죄자들과 간수들 때문에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고 이유 없이 죽어나가는 사람이 많은 곳예요. 미국에서 가장 살벌한 교도소로 당연히 탈출은 꿈에도 꿀 수 없는 살아있는 지옥이죠. 그렇지만 언제나 희망을 품고 나 자신의 인간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이곳에서 또 다른 죄수 레드와 우정을 나누고 생활했어요. 그러고 보니 이곳에 19년간 갇혀있었군요.


작가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인데 영화로 나와 무려 아카데미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어요! 당신의 인기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일단 저를 아주 근사하게 만들어줬죠. 스티븐 킹…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로 나왔을 때 두 팔을 벌리고 비를 맞는 장면 때문인 것 같은데요… 워낙 유명한 장면이라 포스터나 사진으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한때 인테리어 1순위로 카페마다 걸려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인지 역대 위대한 영화 100에도 들어있죠. 사실 아카데미에 7개나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상은 하나도 받지 못했어요. 당시 경쟁작이 대단했거든요. 톰 행크스의 <포레스트 검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픽션>, 브레드 피트 <가을의 전설>, 디즈니 <라이온킹>, 키에누 리브스 <스피드> 였으니 말이죠.


쇼생크 교도소는 소장과 간수 모두 비리를 일삼는 악랄한 공무원들인데…

수감자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교도소 외부에서 공사를 수주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 공사를 뺏지 말아 달라며 건설 회사에서 바치는 뇌물 등을 착복했죠.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쇼생크에서 소장은 곧 신과 같은 존재였어요. 그가 착복한 검은돈을 세탁할 유령 인물을 만들고 도와주는 게 유능한 금융전문가였던 제가 한 일입니다.


감옥이나 탈옥과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가 많습니다.

한동안 <프리즌 브레이크>가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것으로 압니다. 누명을 쓴 형을 구하기 위해 탈옥 계획을 세우고 일부러 감옥에 들어간 스코필드나 내 오랜 친구인 <빠삐용>도 있어요. <이스케이프 플랜>이나 <도망자>도 있죠. 한국에서도 <광복절특사>, <프리즌>, <7번 방의 기적> <슬기로운 감빵생활>등 아주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왜 이런 소재의 인물들을 좋아하는 걸까요?

글쎄요... 아마도 제안된 공간에서 여러 배경의 인생을 산 사람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당연히 법을 어겼기 때문에 죗값을 치르는 것이지만.. 그 안에도 사람이 살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는 공간이니까 말이죠. 누구나 크던 작던 한 번쯤 실수를 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한때 <대탈출>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었어요... 여전히 방탈출 카페도 유행 중입니다.

인간의 본능 때문 아닐까요? 탈출하고 싶은 거!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소속된 모든 곳에서 말이죠! 재미있는 게 사람들은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어 하고 또 소속되면 혼자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게 본능이죠... 회사에 있으면 집에 가고 싶고 집에 가면 또 집을 탈출하고 싶어 하고, 연인을 만들고 싶고... 그런 사랑이 구속이 되면 또 탈옥을 감행하잖아요 (웃음)


당신이 매력적으로 보였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교도소 지붕작업 중 간수들을 도와주고 받은 혜택으로 동료 죄수들이 맥주 마시는 모습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사실 저는 술을 끊어서 마시지 않습니다. 그저 일상을…평범했던 시절의, 평범한 삶이 그리웠을 뿐이에요… 마치 일요일 오후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스포츠 경기나 영화를 한편 보며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하던 때의 그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이 그리웠던 거죠. 동료 죄수들을 보면서 나 스스로 그런 감성을 느끼고 싶었어요.


아마도... 바로 이날... 평범한 일상을 떠올렸을지 모릅니다


좀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수십 년간 교도소에 있다가 노인이 되어 가석방된 브룩스나 레드가 자살을 시도 한합니다.… 그렇게 꿈꿔온 자유인데 왜 그런 선택을 하려 한 걸까요?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교도소에서는 희망이 있습니다. … 자유인으로 이 감옥을 걸어 나가는 희망이죠! 그런데 사회에 나오면 수십 년간 품어왔던 희망이 사라져 버린 느낌인 거예요. 자유인이 되었는데 앞으로 살아갈 희망이 없다면 어떻겠어요. 그래서 희망을 언제나 간직해야 합니다. 자유인이 되어도 죽는 날까지 희망을 간직하지 않으면 우린 이미 죽은 삶이나 마찬가지지 않을까요? 단테의 신곡의 지옥문에 이렇게 쓰여있잖아요. '이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희망이 없는 삶... 그게 바로 지옥인 거예요.


결국 그래서 탈옥을 한 것이군요.

이곳 쇼생크에서 무려 19년을 살았으니까요... 레드가 선물해 준 돌망치로 19년간 바위벽에 구멍을 내고... 오물과 악취로 뒤섞인 배수관을 따라 탈출했죠! 미식축구장 5개를 이어 붙인 거리만큼의 하수도를 기어갔습니다. 다른 사람은 벽을 뚫을 만한 굴을 파는 데 600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20년 안에 해냈습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해주신다면...

희망은 좋은 겁니다. 아마 가장 좋은 것일지 몰라요.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인터뷰를 마치자.. 그가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말없이 그가 19년간 만들어 놓았던 감방의 작은 구멍으로 빠져갑니다. 그가 빠져나간 벽 위로 리타 헤이우드의 사진이 저를 쳐다봅니다.  



탈출! 돌망치 하나면 충분합니다. 부족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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