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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May 15. 2024

[가상 인터뷰] 한 세상 잘 놀다 갑니다~오스카 와일드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한 세상 잘 놀다 갑니다~ 


이처럼 폼.나.게. 한평생 살아간 인물이 있을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를 몸소 실천했던 인물, 타인에게 시크하고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했던...역사상 최고의 자기애의 화신이자 당대 최고의 패셔니스타! 


유미주의의 상징이자 뼛속까지 세상 모든 남성과 여성을 사랑한 박애주의자! <도리언 그레인의 초상>과 <살로메>는 몰라도 그의 이름만큼은 한 번쯤 들어봤을 그 인물과의 인터뷰가 잡혔습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아일앤드 더블린의 메이온 광장으로 갑니다. '아! 역시나!'  그를 보는 순간 왜 그가 오스카 와일드인지 바로 알게 됩니다. 공원에는 남녀 누드상이 그의 주위에 다소곳이 앉아 그를 위한 노래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다리를 벌리고 바위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그와 인사를 나눕니다. 오른쪽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시크한 미소를 짓는 모습과 자세! 정말 오스카 와일드 답습니다. 




평범? 개나 줘 버려!



안녕하세요? 오스카 와일드.. 사실 당신과의 인터뷰 장소를 프랑스 파리로 착각하고 한참을 돌았습니다. 

페흐 라 쉐즈..를 다녀오셨군요. 그곳은 제 무덤이 있는 곳이고 조각상인 저는 제가 태어난 이곳 더블린에 머물고 있습니다.  


당신은 빅토리아 시대의 인물인데... 빅토리아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요?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때예요. 무려 63년 간이죠. 영국의 식민지와 국제적 영향력이 가장 막강했던 시기랍니다. 산업 혁명으로 기계화와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됐어요. 문화적으로는 미술,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예술 분야가 발전했고 패션은 더 이상 화려해질 수 없을 만큼 화려해졌지만 서민의 삶은 역시나 팍팍했던 시기랍니다. 


간단히 당신에 대해 소개해주시다면

전 이곳 출신의 시인이자 극작가입니다. 제임스 조이스나 사무엘 베케트, 예이츠 등 더블린엔 유명작가들이 많죠.  의사인 아버지, 작가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어요. 그냥 동네 의사가 아니라 작위를 받은 빅토리아 여왕의 주치의, 말하자면 ‘어의’ 였죠. 어머니도 아일랜드의 유명 시인였구요. 쉽게 말해 뼛속까지 엄친아, 금수저랍니다.  9살부터 왕립 학교를 다니고 옥스퍼드에서 고전문학과 시를 전공했어요. 대학도 장학금에 최우수성적으로 졸업했죠. 뭐 공부가 제일 쉽더라구요. (웃음) 졸업 후 유미주의 강연자로 런던과 파리에서 명성을 날렸습니다. 뭐... 이래 저래 제가 좀 폼나고 잘났죠?  (아.. 점점 재수 없어지려 합니다. )


어쩐지 거만합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 자세입니다. 


유미주의가 무엇인가요? 

유미주의, 탐미주의, 심미주의 뭐 이런 게 다 같은 의미인데... 아름다움 자체가 예술의 최고 가치다. 쉽게 말해 뭐든 ‘이쁜 게 최고’라는 거죠. ‘예술을 위한 예술’ 어때요? 제 이 뛰어난 언변!... 그러니까 소위 말빨로 유미주의의 라이징 스타이자 리더로 활동했답니다. 


음.. 인터뷰 중에도 느꼈지만 솔직히 말해 당신의 태도를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뭐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요! 뛰어난 글솜씨, 화려한 말재간, 수려하고 잘생긴 이 외모! 전 오직 예술의 멋과 아름다움을 추구할 뿐이랍니다. 솔직히 제 자신감과 자기애를 신세대... 그러니까 지금 같은 MZ들은 좋아했어요. 반면 기성세대는 저를 아주 위험한 동물로 봤죠.. 하여간 꼰대들이란! 원래... 새로운 혁신이 처음 세상에 나오고 신세대가 열광하면 구세대는 조롱하잖아요...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제가 그 당시 세상의 혁신였던 거죠. (웃음)

힙합니다. 그의 패션, 그의 눈빛


당신 하면 역시 시대를 앞선 패션 감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훗! 아시는군요? K-아이돌도 울고 갈 190cm의 모델 몸매, 록스타 같은 웨이브 단말, 가수 GD도 따라잡기 힘든 레이스 블라우스, 망토, 밍크코트, 호박 보석 달린 지팡이, 크롬하츠 스타일의 반지, 챙이 넓은 모자, 원색의 넥타이 등이 제 패션 아이템들이죠. 주말이면 공작깃털, 백합, 해바라기 등을 손에 들거나 옷에 코사지로 꽂고 다닙니다. 150년 전이니.. 어때요? 이 정도는 돼야 패셔니스타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관종이라는 비난도 받지만.. 난 이런 내가 사랑스러워요!


유럽에서의 엄청난 인기로 미국 강연 투어를 했던 것으로 압니다. 뉴욕항에 들어갈 때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던데

셀럽 중 셀럽, 최고의 인플루언서다 보니 미국 초청이 이뤄졌죠. 뉴욕항에 도착하자 세관 직원이 묻더라구요.  


‘당신 신고할 거 없소? Do you have anything to declare?’, 

‘내 천재성 말고는 없는데! I have nothing to declare except my genius.’


유머와 위트, 자기애와 자기확신으로 세상의 시선을 즐기다... 갑자기 쇠락했어요.

35세까지 인생의 황금기였어요. 그러다 '퀸즈베리'스캔들이 터졌습니다. 아내와 두 아들이 있지만 전 사실 동성애자였거든요. 퀸즈베리 후작의 16살 막내아들과 사랑에 빠졌고... 그 때문에 소송과 재판을 했죠.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있었지만... 저보다 말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어 제가 직접 변론하다가 그만 소송에서 지고 파산했습니다. 결국 영국에서도 추방당해 프랑스에서 죽었죠. 


죽어서도 역시나 당신은 참 남다른 것 같아요.  

저를 추종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페흐 라 쉐즈의 제 무덤에 방문해 키스 자국을 남겼어요. 남녀가 따로 없죠. 제 무덤이 키스로 뒤 덮이니 행복합니다. 죽어서도 전 최고의 셀럽이랍니다. 물론 아쉽지만 지금은 보호를 위해 유리 차단막이 설치돼 있어요... 이 놈의 인기란 정말!


이제는 유리 보호막이 세워져 지나가는 남녀 모두 입맛만 다십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저처럼 잘났든 여러분처럼 못났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이끌림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마세요. 그리고 이 짧은 세상에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사세요. 어차피 한번 사는 세상... 평범은 개나 줘 버리구요...! 나는 한 세상 잘 놀다 갑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씨~익 웃습니다. 여전히 다리를 벌리고 비스듬히 누워.. 공원을 지나가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그린라이트를 켭니다. 그 모습을 뒤로하고 인터뷰 장소를 빠져나옵니다. 당신 정말 부... 부럽다..! 




image : amusingplanet.com


힛~ 그린라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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