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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May 22. 2024

[가상 인터뷰] 사슴 같은 눈망울로...골룸! 골룸!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마이 프레셔스! My…Precious! 


과연 또 누가 있을까? 인터뷰를 위해 중간계로 떠나는 길… 백색의 마법사가 끄는 마차 뒷자리에 앉아 오랜 시간 생각에 잠깁니다. 그 보다 흉측하고, 소름 돋는 인물이 세상에 또 있을까? 튀어나올듯한 커다란 눈과 그보다 더 커다란 머리, 좁은 어깨와 볼품없이 새처럼 가느다란 팔다리, 찢어진 단벌 속옷. 태어날 때부터 그런 모습였을까? 다중 인격자로 사는 삶이란 어떤 의미일까?


서쪽으로 높고 거대한 화이트 마운틴 산맥과 요정이 사는 신들의 숲, 호빗이 사는 아름답고 푸르른 샤이어 마을을 지나 바위와 어두운 화산으로 둘러싸인 남쪽으로 달려갑니다. 그와의 인터뷰를 위해 가는 길은 마치 먼 옛날 반지 원정대가 길을 떠났던 그 오래된 전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듯합니다.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어두운 개울가 한 자리... 몇 가닥 남아있지 않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 인물이 있습니다. 퀭한 두 분의 그가 바로 오늘의 인터뷰 주인공입니다. 




제정신으로 살아기기 힘든 세상이잖아요



지금 인터뷰를 하는 당신은 골룸인가? 스미골인가?

어…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게 때론 골룸이, 때론 스미골이 나옵니다. 가능하면 좋은 인터뷰를 위해서 노력하겠지만 내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용서해 주세요… 골룸… 골룸 (음… 분명 골룸이 맞습니다)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해주신다면?

잘 아시겠지만 저는 J.R.R 톨킨의 <호빗>, <반지의 제왕> 속 인물예요. 나이는 589살입니다. 실재 반지의 힘이 장수비결이죠. 제 모습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고… 반지의 저주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한낱 반지가 워 대수냐? 그러시겠지만 세상의 모든 권력을 지배하는 절대반지거든요.


외모 이야기를 꺼내는 게 실례지만, 볼품없이 마른 데다가 탈모와 충치도 심해보입니다. 건강은 괜찮은지?

일정한 거주지 없이 홀로 살다 보니 제가 건강과 외모에 좀 무심한 편이죠… 저에 대한 연구자료를 보니 민물 생선 편식으로 영양실조, 탈모, 골다공증, 디스크, 저체중, 갑상선기능저하, 빈혈 등이 있다고 해요. 사실 정신적으로 조현병이나 다중인격장애가 있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신경과민으로 망상도 좀 있고 해리성 인격장애도 겪고 있죠. 이게 다 절대반지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는데… 잘 모르겠더라구요.


당신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마이 프레셔스(My Precious!)'라는 말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저도 잘 알아요 (웃음) 미국영화연구소(AFI)에서 뽑은 영화 100대 명대사에도 들어가 있죠.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 (A martini. Shaken, not stirred)'나 타이타닉의 잭 도슨이 '나는 세상의 왕이다 ( I'm the king of the world)' 보다도 유명하답니다. 한마디로 제가 007 다이엘 크레이그나 타이타닉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보다 인기남이라는 거잖아요! 역시 매력이란 꼭 얼굴만이 아니죠! 


당신의 외모는 솔직히 흉측해요.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빌런으로 알지만 어찌 보면 절대반지를 파괴하고 중간계의 파멸을 막은 반지의 제왕의 실질적인 주인공 같기도 하거든요…

고맙습니다. 역사는 늘 승자를 중심으로 돌아가죠. 당신이 나를 반지의 제왕의 언성히어로로 봐주는 것 만으로 내 안의 착한 스미골은 한 없이 기쁘답니다. 결국 제가 없었으면 성공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세상에 귀하지 않은 것이 없거든요. 그게 바로 절대 연탄제 함부로 차지 말아야 할 이유죠. 


워낙 긴 소설이라 힘들겠지만 <반지의 제왕>을 짧게 이야기해 준다면..

글쎄요.. 모든 판타지의 판타지라고 할까요? 판타지의 원조맛집예요. 엘프, 드워프, 마법사, 기사, 오크, 고블린, 엔트, 트롤, 발록 등 수많은 판타지 영화, 게임, 소설, 만화가 모두 <반지의 제왕>의 영향을 받았어요. 이야기는 간단해요. 반지를 되찾아 세상을 지배하려는 절대 빌런과 반지를 파괴하려는 호빗, 엘프, 드워프, 마법사, 기사의 우정과 모험 이야기죠. (웃음)


저도 가끔 착각하지만… 당신과 도비, 요다가 참 많이 닮았는데

네.. 중간계를 대표하는 저와 마법계를 대표하는 도비, 그리고 은하계를 대표하는 요다... 이렇게 우리 세 사람은 남다른 연대의식이 있습니다. 요즘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요. 나이 차이는 좀 나지만 그래도 뭐랄까... 짙은 쌍꺼풀 모임이랄까요... 집요정은 대부분 600살 정도 사는데 도비는 아직 어린 집요정이고, 제가 중간이죠. 요다는 900살 정도로 저희 중 제일 형이랍니다. 세 사람이 모이면 마법도 부리고 포스도 좀 쓰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죠. 


골룸과 도비, 요다는 참 친구들입니다


당신을 보면 야누스나 지킬 앤 하이디, 아수라백작 등 다중적인 캐릭터들이 생각납니다. 

헐크나 데드풀도 있죠! 내 안의 또 다른 나! 그런 말씀이죠? 네 저도 잘 압니다. 사실... 그렇지 않으면 살아가지 힘든 세상이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도 부캐를 만들죠. 예능 프로그램, SNS, 유튜브에서도 자신만의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에 맞는 자아를 만드는 세상이랄까요... 그래서 부캐가 본캐가 되거나 본캐가 부캐가 되기도 하구요...우리가 늘 찾는 N잡 역시 그와 같은 일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골.룸.과 스.미.골.을 오가며 다중인격인으로 살고 있어요... 그냥 제정신으로는 살기 힘들잖아요.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글쎄요. 우선 무소유의 삶을 실천해봤으면 해요. 저는 오직 반지 하나만 있으면 족하거든요. 물론 그 반지가 절대 반지이긴 하지만... 그리고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인생의 여러 단계 단계마다 그에 맞는 옷을 갈아입는 그리고 그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이 험한 세상을 지치지 않고 살아살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래도 물욕은 어쩔 수 없나 봐요… 마이 프레셔스~~



인터뷰를 마치자 개울가로 폴짝폴짝 뛰어갑니다.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소리를 지릅니다. 마이 프레셔스~ 마이 프레셔스~ 골룸! 골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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