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X May 29. 2024

[가상 인터뷰] 가장 비싼 그녀...마릴린 먼로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그녀의 색에 현혼되고 말았습니다.


화려한 그녀의 색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왜 그토록 여러 가지 컬러로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냈던 걸까? 왜 다른 사람도 아닌 하필 그녀였을까?


인터뷰를 위해 찾아가는 길, 머릿속엔 온통 그녀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합니다. 20세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 그녀를 만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찾았습니다. 뉴욕의 마천루, 형형의 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찌릅니다. 맨해튼의 화려한 불빛과 센트럴 파크의 푸르름이 어우러져, 도시는 역동적인 푸른빛을 자아냅니다.


맨해튼 북동쪽의 고급 주거 지역, 어퍼 이스트 사이드, 센트럴 파크를 따라 이곳을 걷다 보면 <섹스 앤 더시티>의 캐리와 사만다를 만날 것만 같습니다. 오늘의 인터뷰 장소는 고풍스러운 타운하우스와 고급 아파트가 즐비한 이곳, 미술상인 래리 가고시안의 개인 금고입니다. 몇 년 전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가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금발의 붉은 입술, 묘한 시선의 그녀와 마주합니다.



자신의 삶에 다양한 색을 입히세요... 우리 모두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잖아요




안녕하세요?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간단히 자기소개부탁드립니다.

1964년 세상에 처음 나온 샷 마릴린 Shot Sage Blue Marilyn이라 해요. 뉴욕 출신이죠. 정확히 말하자면 앤디 워홀의 작업실에서 태어났고 세상에서 가장 비싼 여인이죠. (웃음)


당신은 워낙 유명합니다. 전 세계 미술교과서나 잡지에 나와서 당신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죠. 기계로 찍어내듯 대량생산하고 전시하며 당신을 팝아트라고 불렀어요. 팝아트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신다면.

네, 팝아트라는 말은 많이 들으셨을 거예요. 1950-60년대에 뉴욕을 중심으로 대중문화, 광고, 만화 등의 이미지를 예술화 한거죠. 앤디 워홀과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예술가들이 대중적 소재를 반복적이고 생생한 색채로 표현하며 소비 사회를 풍자했어요. 대중문화와 전통예술의 경계를 허문 장르예요. 어떻게 보면 K팝 뮤직비디오 같은 것도 넓은 의미에서 팝아트 아닐까요?


당신은 마릴린 먼로의 <나이아가라> 영화 속 포스터를 참고로 만들어졌어요. 왜 굳이 마릴린 먼로였죠?

마릴린 먼로! 세계 최고의 섹시 스타잖아요. 더 무슨 말이 필요하죠? 게다가 마릴린 먼로는 대중에게는 소비적 이미지와 스타로의 우상의 이미지가 있었고,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예술화 한 거예요. 한 개인으로의 먼로와 대중 스타로의 먼로를 비교하려 했죠.


그녀와의 인터뷰 중 그녀의 눈빛에 빠져듭니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사실 당신은 1962년도 마릴린 먼로가 자살한 이후 세상에 나왔는데..

네... 원래 앤디워홀은 그녀가 죽기전부터 저를 만들 계획였죠. 시리즈로 작품을 구상했어요. 그런데 그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같은 달에 작품이 세상에 나오면서 앤디워홀과 제가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이 된 거예요. 사실 의도하고 그렇게 한건 아니지만, 결국 제 인기가 그만큼 올라간 거죠. 뭐든 참 타이밍이 중요해요.


당신은 총에 맞기도 했어요.

맞아요. 어느 날 행위예술가인 도로시 포드버가 스튜디오에 방문했죠. 그녀가 워홀에게 그림을 찍어도 되느냐 Can I SHOT a picture?  했고 워홀은 OK, sure 했죠. 그녀는 검은 장갑을 벗고 지갑에서 작은 리볼버를 꺼냈어요. 그리고 제게 진짜 총을 쐈죠. 아야야~ 얼마나 아팠는지... 정말 끔찍했어요. 그래서 3점만 살아남았고 그게 바로 저예요. 그러니 제가 얼마나 귀한 작품이겠어요. 당연히 제 몸값이 비쌀 수밖에 없죠!


그럼 왜 이렇게 당신을 여러 색으로 여러 점 만들었을까요?

전적으로 앤디워홀의 의도였어요. 할리우드 스타의 이미지가 코카콜라가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를 의도적으로 나타낸 것인데... 사실 뭐 썩 기분이 좋지는 않죠.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데 대량생산된 것 중 하나라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요... 우리 모두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잖아요. 당신도 그렇구요~


앤디워홀에 대해 간단히 말씀 주신다면?

 그는 1928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태어났어요. 슬로바키아 이민자로 아버지는 광부였죠. 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패션잡지 보그에서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했어요. 리히텐슈타인의 만화적 기법에 영향을 받아 이후에 팝아트의 거장이 됐어요. 미술, 영화, 광고 디자인의 모든 요소를 결합해서 작품 활동을 했죠.


저도 광고를 만들지만, 상업과 예술이 좀 다르게 느껴지는데..

맞아요! 워홀이 대단한 점이 바로 그거죠. 상업적인 소재를 예술에 끌어들여 자신만의 영역을 만든 사람! 대중성, 상품, 복제성이 그의 예술에 핵심 요소인데... 이게 바로 광고잖아요! (오~ 광고인으로서 그녀에게 새롭게 많이 배웁니다)


워홀은 당신의 어떤 작품들을 남겼나요?

음... 제 입술만 부각해서 그린 그림이나, 얼굴, 그리고 실크스크린으로 대량생산해서 내놓은 작품들이죠. 실크스크린은 그전까지 미술작업에 사용하지 않았는데... 아시죠? 막 찍어내는 게 가치 없어 보이던 것을 워홀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 거죠. 그런 부분에서 보면 참 재주 많고 혁신적인 사람임에 분명해요.


한 가지 의문이 대량생산으로 당신을 만들었는데 아이러니하게 무척이나 비싸잖아요. 게다가 소더비 경비에서 20세기 최고가 미술품으로 거래됐는데... 이유가 뭔가요?

1억 9천5백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500억 원이죠. 물론 여기엔 이유가 있어요. 제가 총을 맞았잖아요.

그래서 제 이름이 샷 마릴린 Shot Marilyns이 된 거예요.  원래 빨강, 주황, 연파랑, 블루, 청록색의 다섯장였어요. 결국 살았남았으니...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사람이 강하고 비싼 거예요. 결국 스토리, 내러티브가 중요해요. 아시죠? 퍼스널 브랜드도 결국 스토리가 있어야 더 매력적이잖아요. 유후~


그녀가 자신의 몸값을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총을 쏜 이유를 혹시 무엇이라 하던가요?

행위예술요~ 그녀는 행위예술 가니까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 예술이죠? (웃음) 뭐 덕분에 제 몸값이 이렇게 올랐으니...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아요!


앤디워홀의 가짜명언을 혹시 알고 있는지

저도 얼마 전에 알았어요!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똥을 싸더라도 사람들은 박수를 칠 것이다'라는 말이 빅뱅의 <쩔어> 가사에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워홀이 '미래에는 누구든지 15분은 유명해질 수 있을 거다' 라 했던 말이 오역된 거 아닐까요?



일단 유명해지고 볼일입니다



무엇보다 제일 궁금한 질문이  그... 당신의 모델인 마릴린 먼로와 케네디 대통령 간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소문입니다. 혹시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라도 있는지?

글쎄요... 확실한 건... 둘 사이가 공공연히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거예요. 나중에 그의 동생과도 부적절한 관계였는데... 뭐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요?


끝으로 독자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자신의 삶에 다양한 색을 입히세요. 그래서 자신만의 스토리와 내러티브를 만드세요. 그러면 사람들이 주목하게 되죠. 퍼스널 브랜드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인터뷰를 마치고 거리를 나섭니다. 맨해튼의 스카이라인과 아름다운 야경을 보고 있자니 인터뷰의 긴장이 풀립니다. 한동안 금발을 사랑할 것만 같습니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함께 해주신 지구별 여행자에게!


25편의 영화, 문학, 그림, 예술 속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 특별한 경험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의 part2 연재를 마감합니다.


오래지 않아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part3에서 다시 만나길 희망합니다.

그동안 함께 지구별 여행의 친구가 되어준 모든 브런치 작가님들, 고맙습니다.


곧 새로운 인터뷰로 다시 만나요!



image : mutualart.com / upi

이전 24화 [가상 인터뷰] 사슴 같은 눈망울로...골룸! 골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