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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May 08. 2024

[가상 인터뷰] 노인과 바다... 나는 도시어부인걸..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가상인터뷰


뭐 그게 인생이잖아!


시공간을 넘나들며 인터뷰를 하는 직업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힘든 인터뷰이들이 있습니다. 우주적 빌런이나 성격이 고약한 악당을 만날 수도 있고... 다양한 동식물을 만나 힘든 인터뷰를 하기고 하지만 문학작품 속 인물의 인터뷰는 보기보다 훨씬 더 고되고 어려운 작업입니다. 수많은 작품들이 있고, 작품 속 인물을 모르거나 설령 그 인물을 알고 있더라도 독자들마다 취향이 제각각이다 보니 아무래도 문학 속 인물의 인터뷰는 좀 꺼려지게 됩니다. 


그래도 이 사람만큼은 반드시 인터뷰를 해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 <빽 투더 퓨처>의 브라운 박사와의 인터뷰 중 박사가 이야기한 인물입니다. 다행히 그의 소개로 오늘의 인터뷰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를 만나러 쿠바의 작은 해안 마을 코히마르 Cojimar로 찾아갑니다. 해변가의 허름한 오두막... 낡은 나무탁자에 앉아 있는 백발의 노.인.과 마주합니다.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어!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건강은 괜찮으신지?

네... 물론이죠. 별 문제는 없습니다. 어제까지 며칠 바다에 나가 있다 보니 몸 이곳저곳이 말을 듣지 않지만 좀 쉬면 곧 다시 좋아질 겁니다. 젊었을 때는 항구에서 제일 힘센 흑인 청년과도 하루종일 팔씨름을 할 정도로 몸이 좋았는데... 이제는 바람만 불어도 뼈가 아파오네요


그런데 최근까지 물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았다고 들었습니다만

마지막으로 고기를 잡은 지 84일이 지났죠. 나이가 들어 세월이 다하고, 운세도 다했다고 사람들이 수근 거리더군요. 저를 살라오! 살라오! 불렀어요. 살라오 salao, 스페인어로 운수가 막혀 버린 재수 없는 늙은이란 뜻이죠. 아무래도 해변마을은 좀 폐쇄적이랄까...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저를 멀리 합니다. 그래도 마놀린이 저를 따르며 말동무가 되어주곤 하죠. 참고로 84일 정도는 물고기를 잡지 못해야 진정한 도시어부 아니겠어요..


아! 그 소년 말이죠? 그렇지 않아도 <빽 투더 퓨처>이 브라운 박사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뭐 독거노인이긴 하지만 브라운 박사를 따르는 소년 마티처럼 제 오두막에 놀러 와 잔일을 도와주기도 음식은 갖다 주기도 해요. 녀석의 부모가 저와 바다에 나가지 못하게 하지만 저를 아주 잘 따르는 친구랍니다. 그 친구가 있어서 고독하지만은 않아요.


당신이 나온 소설 <노인과 바다>에 대해 간략히 알려주세요

전 세계 3,000만 부가 팔렸으니 모르는 사람들이 거의 없겠지만... 뭐... 이야기는 아주 간단합니다. 그렇게 84일간 고기를 못 잡다가 제 키만 한 작은 나무배를 타고 85일째 먼바다로 나갔어요. 첫날 엄청나게 큰 청새치가 미끼를 물었는데 그 녀석과 3일간 사투를 벌이고 잡아서 돌아오는 길에 상어 떼에 습격을 받아 결국 뼈만 앙상한 물고기를 배에 매달고 집으로 온다는 이야기죠.


청새치가 엄청 컸다고 들었는데

전체 길이가 5.5미터에 무게가 약 700kg이 넘었습니다.... 노인인 제 힘으로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또 한편으로 제 의지가 녀석보다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상어 떼 습격으로 어렵게 잡은 고기가 쓸모 없어졌을 때 속상하지 않았는지

당연히 허무했죠. 해안에 도착해 뼈만 남은 녀석을 본 마음은 정말 참담했어요.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배시시 웃음이 났습니다. 그래 내가 너를 잡았어.. 내가 위대한 자연과 한판 붙은 거지... 결코 나약하지 않고 피하지 않았지... 상어는 어쩔 수 없었지... 그게 인생이잖아! 뭐 이런 혼자만의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어쩌면 당신의 얼굴은 작가 헤밍웨이를 닮았는데...

젊었을 때 헤밍웨이는 자신만의 하드보일 스타일의 글을 썼죠. 기자출신답게 간결하고 힘 있는... 그리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남성미의 페로몬을 품어대는 천상 마초맨였어요. 그렇지만 저처럼 그도 나이가 먹고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죠. 그리고 비록 세월을 이길 수 없는 인간이지만 불굴의 의지의 모습을 저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와 헤밍웨이가 서로 닮게 된 거라 생각해요.


어쩌면 헤밍웨이 그가 바로 산티아고 노인이 아녔을까요?


헤밍웨이가 당신의 소설을 쓸데 모티브로 여긴 실재 어부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쿠바의 어부 그레고리오 푸엔테스 Gregorio Fuentes가 그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소재로 했어요. 실제로 53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하다가 잡은 물고리를 상어 떼가 습격했다는 이야기였죠. 소설로 쓰고 싶으니 허락해 주면 큰 보상을 하겠다도 하니 푸엔테스가 '됐고... 술이나 한잔 사' 했다고 해요. 나중에 전 세계 최고의 소설이 되고 퓰리쳐와 노벨상을 받은 후, 헤밍웨이가 거금의 답례를 하겠다 하자 '지난번 술값으로 이미 지불했잖아' 쿨하게 거절했다고 합니다. 대인배죠. 제 모티브인 게 당연한 것 같지 않습니까 (웃음)


푸엔테스 역시 노인과 헤밍웨이를 닮았습니다.  


당신이 남긴 명언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지만 패배하지는 않는 거야



인터뷰를 마치고, 그가 해변으로 걸어 나갑니다. 성긴 하얀 머리가 쿠바의 바다 바람에 휘날립니다. 아바나로 가서 모히토와 다이키리를 한잔 해야겠습니다. 아!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서 콤파이 세군도의 Chan Chan을 들으면서 말이죠~



image : biografiasdelanzaro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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