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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Mar 22. 2024

이윽고, 짜장면에 대해 말하자면...

: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짜장면 좋아하세요?


짜장면이 싫어지면 철이 들었다는 증거고 

신 게 싫어지면 나이가 먹었다는 증거입니다. 


다시 말해, 짜장면과 신게 싫어지면 이제 성인식을 마치고 어른이 되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짜장면? 언제부터인지 이 쉬운 질문에 대답이 한참 걸립니다. 


혹시 어른들이 그토록 인상을 쓰고 다니는 이유를 아시나요? 

바로 신 것이 이제는 신. 물. 나. 게. 싫어졌기 때문입니다. 입안에 들어온 신맛에 찡그린 세월이 쌓이고 쌓여 그만 얼굴에 포스팅되었기 때문입니다. 다 이해가 갑니다. 


그렇지만 짜장면이라니... 달고, 짜고, 달랑 단무지 하나만으로도 미슐랭 쓰리스타의 기분을 만들어주는 이 음식과 멀어진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사실... 뭐 그리 대단한 식단관리도 아닌데… 가끔 짜장면에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더욱이 남들 다한다는 바디 프로필 한번 찍어보려, 거울 속 내면의 자아와 마주하고, 처진 뱃살과 마주할 때... 그리고 피트니스 클럽에서 땀 흘린 수많은 무게들을 생각하면 짜장면은 지옥에나 떨어져야 할 음식이 되고 맙니다. 


실제로 직접 본 것도 아니면서 풍문으로 들었던 짜장면에 대한 나쁜 소문! 

칼로리에 대한 그릇된 마녀사냥이랄까요... 햄버거와 라면에 두 배나 높은 칼로리, 삼계탕 이상의 열량이라니, 어쩌면 한여름 보양식으로 제격일 이 짜장면을 나이 먹을수록 점점 홀대하게 됩니다. 철이 든다는 핑계가 틀림없습니다. 


'아니 애도 아니고 무슨 짜장면?'


그래도 아직까지 짜장면을 좋아하는 이유를 이윽고 말하자면... 짜장은 모두에게 고루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입에 묻은 짜장은 이쁘고 잘생긴 연예인도, 돈 많은 부자도 가리지 않습니다. 짜장은 평등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어쩌면, 마라탕에 밀리고, 탕후루에 밀려 버린 철 지난 연극배우 같은 음식이 될까 봐... 소금빵과 베이글, 로제 파스타에 밀린 탑골 가수가 될까 봐...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에! 철들기 싫어하는 어른으로 남고 싶어 하는 마음이 짜장면에 닿아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짜장면은 자장면이 아니라 짜. 장. 면. 이어야 제맛입니다. 

근엄한 척 자장면이라 말한다면 분명 어른임에 틀림없습니다. 짜장면은 짜. 장. 면.이라고 부르며 보고 먹을 때만이 제 맛을 느끼게 해 줍니다. 단무지 페어링은 물론입니다. 


오해할 수 있겠지만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이 나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짜장면이 싫어지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짜장면도 싫고 철도 없는 어른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짜장면 좋아하세요?

물론이죠! 곱빼기로 주세요!




P.S


오늘도 면접에서 지원자들에게 최종 질문을 던집니다. 

‘짜장면 좋아하세요? 짬뽕 좋아하세요?’

‘짬뽕 좋아합니다!’


음… 다음에 봅시다!

진짜냐구요? 네 진짜입니다. 


난 참 철들려면 아직도 먼 광고회사 사장입니다. 




image : m.s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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