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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행 Apr 05. 2024

네 무덤에…소주 한잔 놓고 간다

: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보니까 벚꽃 좋은 시절에 떠나버렸네’


친구한테 카톡이 왔습니다. 몇 해 전 세상을 떠난 친구의 무덤에 하루 먼저 찾은 녀석입니다.

친구에게 가는 길… 보아하니 찻길 양쪽으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겠지만 제게도 인생을 함께한 아주 특별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로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들입니다. 운이 좋게도 한 녀석은 신부가 되었으니 나름 신앙심이 제법인 친구들입니다.


‘놀라지 마라! 그 녀석 세상 떠났다’

휴일 아침, 멍하니 한참을 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친구의 빈소가 있는 대전으로 내려갑니다. 가는 내내 눈물이 흘러내려 고속도로에 가다 서다가 몇 번 였습니다.


‘곰탱이’

세상을 떠난 친구의 별명입니다. 우직하고 느린… 어렸을 적 럭비선수였던 친구는 보험회사에 다녔습니다. 어려운 생활였지만 착한 아내와 더 착한 두 명의 아이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몇 년 전 위암 수술을 받았는데 워낙 건강한 친구인지라 모두가 별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눈치 없는 녀석’

우직한 성격 탓에 늘 친구들이 웃으며 놀리던 친구입니다. 녀석이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아버지의 장례식을 아들처럼 함께 모셔준 친구입니다. 허리가 그렇게 아프다는 하소연에 친구들이 덩치 값하라고 구박도 했습니다.


‘우리 홍콩이나 한번 놀러 갈까’

꽃 피는 봄에는 친구들끼리 홍콩에 가자며 한 이야기가 이제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고 말았습니다.


‘유스티노’

가톨릭은 세례명이 있습니다. 죽은 친구 유스티노의 장례미사는 신부가 된 친구 녀석이 집전했습니다. 신부 친구도 그렇게 한참을 서러워했습니다.


‘아! 그러네! 벚꽃 좋은 날 떠났네’

늘 이맘때 친구를 찾아갑니다. 친구의 무덤에 가는 길. 모르고 지나쳤던 그 길가에 벚꽃이 눈처럼 흩뿌려 꽃 양탄자를 이룹니다.


녀석의 무덤 앞에 서면 아무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소주 한잔 따라놓을 뿐입니다. 매년 4월의 벚꽃 흐드러진 날...

입은 벙어리가 되고 벚꽃은 벗.꽃.이 됩니다. 


친구야! 소주 한잔 놓고 간다




P.S.

친구가 늘 좋아한 소주는 충청도 지역 술인 '린' 입니다.

그런데 그 소주 광고 모델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한테 광고 맡길 것이지...


직업병이 도집니다.




image : m.s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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