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X May 03. 2024

낭만이란 배를 타고 무인도에 가져갈 나만의 것들

: 쓸데없이 재미있게 살아볼게


글쎄...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한참을 고민합니다. 혹시 이런 상상 해보셨나요? 얼마 전 무크지를 보다가 무인도에 가져갈 음반에 대한 어느 작곡가의 인터뷰를 읽었습니다. '무인도에 꼭 가져가고 싶은 LP음반이 있다면?'


아! 그렇군! 언젠가 무인도에 갈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좀 더 아이템을 늘려 낭.만.이라는 배를 타고 무인도로 가져갈 나만의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순전히 쓸데없는 생각입니다만 아무래도 N이니까 또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일요일 아침 몽상가처럼 자리에 누워 머리를 이리 뒹굴 저리 뒹굴이며 혼자서 어떻게 생존하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살지... 무엇을 들고 갈지 고민합니다. 


속옷, 칫솔, 치약, 옷가지, 스마트폰, 여권, 선글라스... 여행에 가지고 갈 리스트를 정리하듯, 설레는 마음으로 무인도로 떠날 가방을 챙깁니다. 


우선! 책. 한. 권.을 가져가야겠습니다. 무인도지만 휴양지처럼 며칠 충전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두툼한 책이라면 괜찮은 액세서리처럼 제법 폼도 납니다. 아! 게다가 가벼운 난독증이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주 천천히 오랫동안 몇 번을 읽을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아직 배가 덜 고파서 하는 책 타령일 수도 있지만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났으니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떤 책을 챙길지 고민입니다. 지루하지 않고 오랜 시간 견디고 다시 읽고 또 읽으려면 아무래도 빅토트 위고의 <레미제라블>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름만 외워도 몇 날며칠은 보낼 수 있는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의 <카라마조프의 형제>, <안나 카레니나> 같은 러시아 소설? 아! 생각해 보니 너무 두껍습니다. 아쉽지만 다음번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가는 것으로 합니다. 만일 단 한 권만 가져가야 한다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원픽하려합니다. 무조건 1순위입니다. 개인적 취향이지만 어차피 무인도는 자기 혼자만 갇히는 것이니까 눈치 따위는 볼 필요 없을 겁니다. 소설의 내용처럼 허무하지 않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만 살라는 이야기가 무인도에 제격입니다. 그리고 빠져나가지 못하면 또 어떤가요... 소설 속 주인공처럼 신명 나게 춤 한번 추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역시 음.악.이 빠질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음악이라면... 베토벤, 라흐마니노프, 모리스 라벨, 드뷔시, 차이코프스키 같은 클래식 작곡가의 음악이 질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어떨까? 아... 이건 너무 절망적이구나. 클래식은 몰라도 너무 몰라서 걱정입니다. 그럼 오랫동안 들을 수 있는 재즈는? 무인도에 카페라도 있다면 오션뷰의 갯바위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며 들을 수 있겠지만, 카페가 문을 열지 않을 테니 하는 수 없이 스킵을 합니다. 


그렇다면 역시 팝음악과 록음악 사이에서 결정을 해야겠습니다. 고민을 합니다. 두 개를 들을 수 있다면 그룹 퀸의 베스트 음반을 가져갈까 합니다. 보헤미안랩소디와 위아더챔피온이 들어있는 최고의 음반! 그 청량감이라면 무인도에서 느끼는 갈증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량감! 꼭 무인도가 아니더라도 광고 음악으로 언제나 퀸의 노래가 BGM 1순위로 선택되는 이유입니다.  


팝이라면... 브루노 마스도 나름 좋은 선택입니다. 질리지 않고 오랜 시간 무인도에서 즐길 수 있을 겁니다. 힙합이나 래퍼의 옹알이나 디스가 아니니 스트레스도 좀 덜 받습니다. 아! 이건 순전히 취향의 문제입니다. 어차피 무인도에서 타인의 취향은 없을 테니 말이죠.


마지막으로 영.화. 한. 편.을 무인도 가방에 챙깁니다. 이건 좀 더 어려운데 <캐스트어웨이>나 <김씨표류기> 같은 무인도 영화는 동병상련의 위로가 되고 살아가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겠지만 좀 우울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시리즈 영화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을 듯해서 <해리포터>나 <인디아나 존스>를, 애틋한 감정을 유지하고 싶다면 <라라랜드>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몇십 년간 갇혀있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외국어나 외계어로만 나오면 더 좋겠는 생각입니다. 역시나 휘몰아치는 바닷바람과 추위, 배고픔을 잠시 잊을 수 있는 판타지가 좋겠습니다. 수많은 밤, 하늘을 수놓은 무한의 별들을 보며, 우주 저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무인도 가방에 넣습니다.


이제 든든합니다. 세 가지 아이템이라면 남태평양의 외딴섬이지만 혼자 잘 견디겠습니다. 아차! 한 가지를 빼먹었습니다. 꼭 하나 더 가져갈 수만 있다면 주사위 두 개를 가져가야겠습니다. 보드게임 부루마블의 무인도 초간단 탈출법! 주.사.위. 두 개를 던져 같은 숫자가 나오면 탈출! 음... 이건 너무 낭만 없이 현실적일까요?

그래도 최고의 탈춤 아이템일 테니 생존가방에 슬쩍 집어넣습니다.  

 

에이 설마 내가 무.인.도. 갈 일이 있겠어? 

그렇지만 무인도에 가면 어떨지,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상상하고, 그 많은 무인도 영화가 나오는 이유는 분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섬에 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낭만이란 배를 타고 무인도로 떠날 물건들을 마음속 생존가방에 챙겨놓습니다. 아! 뭐 꼭 무인도가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 좀비가 나타날 수도, 외계인이 침략해 올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P.S.

당신 뭐 가져갈래? 회사의 광고 카피라이터에게 묻습니다.

카피라이터는 사과나무와 꽃과 사랑하는 사람이라 말합니다. 재수 없습니다. 아! 낭만... 당신이 이겼다! 




* 생존가방 : 

생존배낭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물품을 넣은 가방을 말합니다. 재난이 일어났을 때, 최소한의 기간을 버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재난·재해가 지나갈 시간 혹은 구조의 손길이 도달할 시간을 고려해 최소 72시간을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 2-3일을 버티는 것이 목적이라 합니다. 그래서 주사위를 꼭 챙기세요!




image : slowalk.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